영웅숭배론 한길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11
토머스 칼라일 지음, 박상익 옮김 / 한길사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역경은 종종 사람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입니다.
그러나 역경을 이기는 사람이 백이라면
번영에 지지 않는 사람은 하나입니다.

 



        
영웅숭배론이라.. 제목부터 뭔가 고전적인 저작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도록 만드는 책이다. 하지만 저자는 19세기에 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사실 채 200년도 되지 않는 책인 것이다.



        작품의 원 제목은 ‘영웅, 영웅숭배, 영웅적인 역사’ 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책의 내용은 바로 그 제목에 모두 나와 있다. 저자인 칼라일은 영웅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영웅을 숭배해 왔는가를 돌아본 뒤, 역사 가운데 나타난 여러 유형의 영웅들과 그들의 역사적 위치들을 이 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보는 영웅이란 흔히 생각하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나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영웅의 특징이란, 성실성이 가장 두드러진다. 단순히 타고난 특출한 재능이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자신의 사명을 실현해 나가느냐에 따라 영웅인가 그렇지 않은가가 결정된다는 생각이다. 실제 저자는 녹스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이런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가인 녹스는 그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성실성은 그를 영웅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영웅숭배라는 개념 역시, 맹목적이고 종교적이고 영적인 복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영웅숭배는, 자신의 사명에 그토록 뛰어난 성실성을 보여준 인간에게 인간일반이 자발적으로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칼라일의 영웅숭배는, 성실한 인간에 대한 존경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저자가 보는 역사는 이러한 영웅들이 주도해가는 세상이다. 각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영웅들이 있고, 그들은 어느 한 가지 형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고대 북구 유럽의 주신(主神)인 오딘, 선지자로 나타난 마호메트, 시인인 단테, 개혁가인 루터, 문인인 루소, 군사적 영웅인 나폴레옹과 크롬웰 등, 영웅은 어느 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그를 영웅으로 알아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대중이 그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이다. 이런 면에서 칼라일을 영웅사관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다.



        책의 전체적인 문제는 영웅들을 다루고 있는 만큼, 찬탄과 경의로 가득 차 있었다. 어쩌면 칼라일은 자신이 영웅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지니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강한 경의를 표하는 글이 그렇듯, 이 책도 상당히 많은 수사적 어구가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약간 지루한 맛이 있었다.

        
또 강연의 내용을 책으로 펴내었기 때문에, 다분히 선동적이며 듣는(읽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어구들도 많이 보였다. 그와는 반대급부로 자연히 치밀한 논리적 추론이나 연구의 구체적인 증거 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읽고자 하는 의식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뭔가를 던져주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오늘날의 영웅은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아니 오늘날에도 영웅들의 계보는 계속이어지고 있는가, 오늘날의 세상 사람들은 영웅에 대한 존경심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사는 ‘멍청한 종’들은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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