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나쁜 아이.
스포일러겠지만, 이미 볼 사람은 다 봤을 테니까(개봉 하자마자 본 나는..), 영화 속에서 닉을 납치한 그릴라라는 캐릭터는 분명 악역일 텐데, 그녀가 자신의 아들들과 함께 납치를 벌인 이유가 좀 그렇다. 산타는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데, 선물을 받지 못하는 나쁜 아이들의 목록도 작성되었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나쁜 아이 목록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세상이 근본적으로 잘못되고 있다는 자각을 한 그릴라는, 산타를 납치해 그가 가진 신비한 힘을 이용해서 나쁜 아이들을 혼내 주기로 결심한다.(응?)
영화 속 닉의 경호를 맡았던 드리프트는 이번 크리스마스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일을 그만 두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사뭇 그릴라와 비슷하다. 자신이(그리고 닉이) 하는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근본적인 회의감에 빠졌던 것이다. 아무리 선물을 줘도 세상은 점점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으니까. 그래도 의무감으로 납치된 닉을 구출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점차 나쁜 아이에 속할 것 같은 잭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잭의 아들이 보여주는 순수함에 감화된다는 이야기이지만, 그건 개인적 경험이고 여전히 세상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지 않던가.
문제는 여기에 있다. 오히려 그릴라나, 닉의 형으로 한때 동생과 함께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일을 하다가 이제는 어둠의 세계에서 괴상한 부하들과 함께 즐기고 있는 그람푸스 같은 존재들이 말하는 진단에, 어른들은 좀 더 쉽게 동의할 것 같으니 말이다. 그저 조금씩 나아지면 된다는 닉의 기대는 너무 안이한 것은 아닐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125/pimg_749578114450613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