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0-157 1
로빈 쿡 지음, 서창렬 옮김 / 열림원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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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햄버거를 머리에 떠올릴 때마다 왜 사람들이 그걸 먹을까, 놀라게 되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난 반쯤 채식주의자였는데, 이제는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됐어요."

"농무성 소속의 고기 검사관이 그런 말을 하다니, 꽤나 걱정이 되는군요."

"햄버거 안에 들어가는 것들을 생각하면 뱃속이 메슥거릴 지경이라구요."

"뭐가 들어가는데요? 근육을 말하는 건가요?"

"근육과 다른 많은 것들요. 선생님은 '첨단 고기 회수 시스템'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마샤가 물었다.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소."

킴이 말했다.

"그건 소뼈에 붙은 모든 고기 부스러기들을 깨끗이 발라내는 고압 장치에요. 그 장치를 사용해 회색의 죽 같은 걸 얻게 되는데, 그들은 그것에 빨간 색소를 넣어 햄버거에 첨가한답니다."

"역겹군요."

"그리고 중추신경 조직도요. 척수 같은 거. 그건 항상 햄버거에 들어가지요."

"정말이오?"

"정말이고 말고요.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나쁜 거라구요."


- 책 내용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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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 스릴러 작가로 유명한 로빈 쿡의 소설이다. 제목 O-157은 몇 해 전인가 우리나라에도 크게 유행했던 대장균의 이름으로, 주로 쇠고기를 제대로 익혀먹지 않을 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히 치사율도 높은 편 이어서 당시 전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에 나오는 세균도 바로 그런 종류의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제대로 익히지 않은 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은 주인공의 딸이 세균에 감염되고,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되자, 주인공은 그 원인이 되는 가축가공업체에 잠입해 감염경로를 밝히고자 한다.

      소설의 마지막은 저자의 다른 소설과는 달리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장에 잠입한 주인공은, 공장에서 자신을 죽이기 위해 보낸 폭력배를 죽이고 도망치는 곳에서 소설이 끝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어떤 자료를 방송기자에게 보내고, 계속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다짐을 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건의 본질적인 해결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사실, 늘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것이 어쩌면 현실과 더 동떨어진 일일지도 모르겠다. 실제 생활에서는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은 대부분 억압받고, 진실이 감추어지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한편 저자는 이런 스토리 라인 안에서 여러 가지 오늘날의 현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저자와 주인공이 모두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데서 짐작할 수 있는데, 오늘날의 의료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로 기업화 된 병원에서 생명을 다루는 작업이 얼마나 효율성과 경제성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이다. 환자나 의사 모두, 병원의 운영자에게 있어서는 돈이 되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판단이 된다. 이런 모습은 저자의 다른 작품인 『DNA』에서도 지적되고 있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서 주인공인 의사는 온통 꽉 죄어진 삶을 살게 되고, 그 삶 가운데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모든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단순히 기계화된 관계만을 영위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생각만 하게 되고, 당연히 그런 곳에서 온전한 관계가 이뤄지기 어렵다. 이 부분에 관한 저자의 묘사력은 매우 대단해서 읽고 있는 나마저 숨이 막히도록 답답함을 느꼈다.


      세 번째로 정부부처와 대기업(여기서는 육류가공공장)간의 담합도 지적하고 있다. 감독을 하면서 보호를 해야 하는 이중적인 입장에 선 정부부처는 어진간해서 자신이 감독해야할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의 농무부는 자국의 쇠고기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으면서, 그들이 올바로 공정을 진행시키고 있는가를 감독해야할 책임도 있다. 때문에 가공과정에서 엄격한 검사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치명적인 세균이 검출되었다면, 결국 그 산업이 피폐해지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그들을 보호해야하는 정부 부처의 입장에서 결코 좋지 않은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언제나 처럼 로빈 쿡의 소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한 가지 마음먹은 것이 있다면, 햄버거와 같은 것은 정말 먹지 말아야하겠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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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2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학 스릴러의 대가 로비쿡의 책이군요. 한때 로빈쿡의 소설에 빠져 지내던 때가 생각나는 군요. 이 책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서 더욱 스릴있고 무섭게 느껴질 것 같군요. 최근에 로빈쿡의 신간이 나왔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예전처럼 다시 그의 의학 스릴러에 빠져 들고 싶은 기분이네요.ㅎㅎ

노란가방 2007-09-03 10:30   좋아요 0 | URL
네.. 작가의 글솜씨도 괜찮고,
주로 의학계 내부의 비리나 위험들을 고발하는 종류의 소설이라 그런지 의식도 있어보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