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천사 하얀 악마 - 검정과 하양의 문화사
김융희 지음 / 시공사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어떤 색이건 색의 정체를 한마디로 밝히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불가능한 일이다.

색의 정체는 색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색과 색이 만나는 관계 속에서,

그리고 색과 만나는 우리들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감지되고 서명되고 소통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색의 정체를 탐색해보는 일은

우리 내면에 아로새겨진 색의 이미지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될 것이다.

 

 

 

 

. 요약 。。。。。。。                      

 

     제목만 보면 ‘다빈치 코드’ 종류의 신비주의를 가미한 통속소설로 보이지만, 사실은 미술사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검은 색과 흰 색이라는 두 개의 무채색을 소재로, 인류의 미술사에 그것들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사용되어왔는지를 비교, 대조하면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서론에서는 두 색의 공통점인 ‘무채색’이라는 점에 관한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하고, 1장(하얀 천사와 검은 악마)에서는 두 가지 생이 가지고 있는 고전적인 관념-신성, 선의 대표색으로서의 흰색과 악의 상징으로서의 검은 색 -을 다룬다. 2장에서는 이와는 반대 개념으로서의 두 가지 색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3장(세상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난, 쉼표 같은 색)에서는 두 가지 색에 관한 약간은 철학적인 상념들이 담겨 있다. 마지막 4장(우주의 원리를 담은 흑백의 본질)에서는, 앞서의 논의들과는 달리 동양적 사고에 있어서의 두 가지 색의 의미를 설명한다.
 

. 감상평 。。。。。。。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릴 때, 가끔 내 전공과는 영 거리가 있는 책들을 한 권씩 빌리곤 한다. 물리학이나 수학, 음악 등에 관한 책들이 그것이다. 늘 읽는 기초 인문학 관련 책들만 계속 읽다보면 솔직히 약간 지루하기도 하고, 머리가 자꾸 굳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이 책도 그런 생각의 일환으로 뽑아 든 녀석이다.

 

      책은 앞에도 설명했듯이, 검은색과 흰색이라는 두 개의 무채색들의 독특함과 그 독특함에서 파생해 나온 여러 가지 이미지들을 가지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놓은 것이다. 색깔 자체야 ‘나는 이런 색입니다’라고 뭐라고 말할 수 있겠냐 만은, 똑같은 색을 두고도 시대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이미지들을 부여하는 모습이 제법 재미가 있다. 저자도 말했듯이 ‘색의 정체를 탐색해 보는 일은 우리 내면에 아로새겨진 색의 이미지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술에 관한 책답게, 저자는 자신의 설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많은 수의 그림 보조 자료들을 사용해 ‘보는 재미’도 함께 느끼게 해 준다.(물론 덕분에 책값은 상승?!) 역시나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을 실감하겠다.

 

      저자는 검은색과 흰색이라는 두 가지 소재가 담고 있는 다양한 상념을 한 권의 책으로 엮고자 노력했다. 나름대로 주제에 관한 역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업이긴 하지만, 반대로 때로는 서로 반대되는 진술들이 고작 몇 페이지만을 사이에 두고 나오기도 하니 약간 혼란을 느낄 만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백의민족’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에 관한 저자의 설명은 완전 정반대의 내용으로 두 번에 걸쳐 실려 있다. 요런 건 좀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어서인지 문장들은 매끄럽다.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으니 쉬어 가는 기분으로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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