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미이케 타카시 감독, 사쿠라이 쇼 외 출연 / 미디어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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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악마.


영화는 조금은 자극적이면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를 중심에 두고 있다. 영화의 제목에도 살짝 등장하는 이른바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개념이다. 18~19세기 프랑스 수학자였던 라플라스가 주창한 개념으로, 어떤 원소의 초기 설정값과 그 운동 특성을 정확히 알고, 이들의 운동을 완벽하게 알 수 있는 지능을 가진 존재가 있다면, 그는 물질의 과거는 물론 미래까지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나온 개념이다. 후세의 작가들이 그런 존재에 ‘악마(Demon)'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


대충 봐도 뉴턴이 확립한 고전역학에서 나온 개념이다. 그리고 한 때 과학주의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양자역학의 발견과 정립으로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위치를 알면 운동량을 알 수 없고, 운동량을 알면 위치를 알 수 없다).


영화 속에서는 악마가 마녀로 바뀌어있다. 그 놀라운 계산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이 여성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폭풍으로 어머니를 잃은 마도카(히로세 스즈)는 뇌수술을 통해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건데, 슈퍼컴퓨터로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는 대기의 움직임(물론 제한된 영역이라지만, 심지어 야외다!)을 계산해 살인사건을 해결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하지만


나중에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이다. 책이 잘 안 읽힐 때마다 도서관에 가서 이 작가의 책을 한 권씩 빌려다 보는 게 나름의 처방일 정도로, 늘 재미있게 보는 작가다. 그리고 되짚어 보면 뇌수술, 천재적인 지능, 모든 걸 계산할 수 있는 캐릭터, 그리고 이와 관련된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징이 물씬 느껴지긴 한다.


다만 소설이라면 좀 다르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지만, 이게 영화로 만들어지니 일본 영화의 고질병인 장황하고 지루한 설명조가 눈에 꽤나 거슬린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주 민감한 윤리적 난제를 가지고 와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도록 만드는 작가이긴 하다. 그런데 그게 문학이라는 틀을 사용한 설명으로 할 때와 영상 속 캐릭터의 대사로 할 때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법.





여기에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이것도 일본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포인트다)도 영화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데 한 몫을 한다. 그 중에서도 우연히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 휘말리게 된 주요 관찰자였던 아오에 교수 역의 사쿠라이 쇼의 연기는, 그가 맡은 배역의 비중을 생각하면 안쓰러울 수준이다. 나머지 주요배역을 맡은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도 어색하기 그지없으니...


딱 시간 때우기 정도의 텔레비전 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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