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도서관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책들과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책 제목에도 나와 있듯 ‘파괴된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잇다는 점이다. 저자는 도서관 파괴의 역사를 훑어보면서, 이 야만적 행위가 일으킨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나아가 도서관이 갖는 사회적, 문화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짚어간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건, 세계 최초의 도서관으로 알려진 아시리아의 왕 아슈르바니팔이 세운 도서관이다. 참고로 이 왕의 이름은 구약성경에도 딱 한 번 등장한다. 흔히 고대 도서관 하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떠올리지만, 시기상으로는 이쪽이 훨씬 오래됐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지배했던 신아시리아 제국 말기의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했던 아슈르바니팔이 세운 이 도서관에는 쐐기문자가 잔뜩 새겨진 점토판이 소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도서관은 그 다음 지배자인 바빌로니아의 정복 과정에서 파괴되었다. 적들의 지식을 파괴하는 것은 그들을 약하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한 민족이나 국가가 가진 지적 자산을 파괴해버리면 그 사람들은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두 번째 등장하는 파괴된 도서관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바로 그 도서관으로, 그리스인들이 세운 이집트의 마지막 왕조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초기에 세워진 시설이다. 이 도서관의 파괴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들이 전해져 오는데, 카이사르가 관련되어 있다는 소문도 있고, 기독교인, 혹은 무슬림들에 의한 파괴라는 설도 존재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좀 다른 견해를 제시하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국력이 쇠퇴하면서 도서관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 부족해지면서 서서히 쇠퇴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도서관은 스스로 알아서 유지, 성장하는 게 아니다. 적절한 금전적 지원이 없으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특히나 책값이 적잖이 오르고 있는 이즈음, 공공도서관에 관한 좀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과 지원은 평범한 시민들의 교양수준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