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앙의 잃어버린 일기
더글라스 에이브람스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많은 남자들이 전투에서는 용감하지만,

아무런 무기도 갖고 있지 않은 여자들과 맞서는 것은 두려워하죠."

 

 

. 줄거리 。。。。。。。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서양에서는 돈 주앙이라는 인물이 제법 유명하다. 스페인 사람인데, 발음하기에 따라서 돈 후앙, 돈 지오반니 등으로 불리는 바로 그 사람.(모짜르트나 슈트라우스 등의 위대한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이 책의 주인공인 돈 주앙은 카사노바처럼 엄청난 바람둥이로 유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대개의 옛날이야기가 어느 한 편의 완성된 스토리가 아니라 지방마다 서로 다른 버전들이 있는 것처럼, 돈 주앙 이야기도 서로 다른 일화들이 지역마다 다르다고 한다.(앞서 소개한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곡들이 서로 다른 것처럼) 이 책의 저자는 그 이야기들을 수집해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해 재미있게 재구성해 놓았다.

 

 

     이야기의 배경은 스페인의 세비야. 지금이야 스페인스 수도가 마드리드로 옮겨졌지만, 옛날만 하더라도 큰 항구도시로 유명했던 곳이다. 콜럼부스가 스페인의 여왕에게 자금지원을 받고 배를 띄운 곳이 바로 여기 세비야(세빌리야)다. 돈 주앙은 그 도시에 살면서 많은 여자들과 연애행각을 한다. 세비야에 사는 모든 사람은 그를 알고 있고, 마치 연예인을 훔쳐보기 좋아하는 오늘날 사람들처럼, 사람들은 주앙의 행위 하나하나를 보면서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 보게 된 아나 아가씨에게 한 눈에 빠져버린 주앙. 그는 어떻게든 아나의 마음을 얻고자 하지만 생각대로 쉽지만은 않다. 또 그 사랑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상황은 더욱 쉽지만은 않게 되었다. 과연 주앙은 아나 아가씨의 사랑을 얻어낼 수 있을까? 작가는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자연히 1인칭 주인공 시점이 된다)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주앙과 한 패가 되도록 만든다. 중세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바람둥이의 순정 이야기가 펼쳐진다.


 


 

. 감상평 。。。。。。。                    

      

      또 책 겉종이에 ‘출간도 되기 전에 세계 유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느니, ‘전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팔렸다’느니 하는 수식어들이 잔뜩 붙어 있는 책이다. 뒤표지에는 각계각층으로부터 받은 최고의 찬사들이 또한 길게 줄을 서 있다. 출판사에서는 이렇게 하면 책의 가치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을까? 하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이런 식의 과대포장 된 책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화려하기만 하고 정작 맛이 없는 과일들이 떠올라서 말이다. 그리고 대개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은 자신을 숨기지 드러내지 않는다.(대통령이 이동할 때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 똑같이 생긴 차 3대가 함께 움직인다고도 하지 않는가.) 아무튼, 이 책에 실려 있는 '무한히 위대한 영도자'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개들 때문에 일단 마이너스 점수를 먹고 들어가는 책이다.

 

     그래도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스페인이라는 매우 독특한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책 속에 잘 재현에 놓았다는 점이다. 일찍부터 로마의 지배 아래 들어가 로마식의 문명 건설이 이루어졌고, 기독교의 로마로의 침투에 발맞추어 기독교화 되었지만, 이슬람 세력의 지배 아래 한 동안 놓이게 되면서 기독교와 이슬람교라는 두 종교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게 되었던 상황. 스페인 사람들만의 독특한 삶의 양식과 태도 등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야만 제대로 보인다고 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작품 안에 제대로 복원해 놓았고, 때문에 독자는 책을 통해 마치 직접 그 시대 그 장소에 가 있는 것처럼 스페인이라는 독특한 나라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배경적 장치들을 넘어서 직접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실망스럽다. 우선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에 그다지 많은 개연성이 보이지 않으며, 저자는 그다지 할 말이 없을 때마다 남녀의 잠자리에 대한 묘사를 하기에 바쁘다.(물론 사람들의 행동이 언제나 논리적 추론의 결과는 아니지만.) 또, 책이 애초부터 ‘잃어버린 일기’라는 이름을 갖는다면(요즘 유행하는 ‘팩션’으로 쓰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책 안에 등장하는 서술을 하는 주인공은 당대의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종종 ‘지나치게 현대적인’ 생각들이 등장하고, 처음의 장치(‘잃어버린 일기’라는)는 책 안에서 그다지 효용이 없어서 그냥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로만 보일 뿐이다.



     스페인이라는 이색적인 배경에, 돈 주앙이라는 흥미로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뭔가 크게 한 건 터뜨릴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그에 상당하는 만족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스페인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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