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의동에 있는 우리 집에서, 동면의 춘심산촌 농장까지 거리가 10km쯤이다. 지름길로 가려면 도심을 거쳐야 하므로 수시로 받아야 하는 교통신호에다가, 긴 대기 차량들 때문에 30분 가까이 걸릴 때도 있다.
그 때문에 아내와 나는 춘심산촌 농장을 자주 가지 못한다. 하긴 척박한 돌투성이 밭이 춘심산촌 농장의 정체이므로 자주 가지 못한다고 해서 큰일 날 일은 없다. 그저 몸 건강을 위해서 가끔씩 바람 쐬는 겸 다니는 거니까.
그래도 춘심산촌 농장의 초기에는 자주 갔었다. 고추 농사에 옥수수 농사까지 짓느라 제법 바빴기 때문이다. 그럴 때, 농사일을 마치고 귀갓길에 샘밭에 있는 ‘콩이랑 두부랑’ 식당에서 사 먹는 얼큰 순두부는 얼마나 맛있었던가.
그 콩이랑 두부랑 식당이 우두동으로 이전해서, 아주 쾌적하고 넓은 식당으로 탈바꿈했다. 벌써 3년이 지났단다.
3월 7일 오늘, 한 해의 농사를 가늠하기 위해 아내와 춘심산촌 농장에 와서 일하다가 귀갓길에 우두동에 있는 콩이랑 두부랑에 들렀다. 여전히 순박한 반찬에, 맛있는 얼큰 순두부. 순두부를 먹다 보면 나타나는 바지락조개들의 풍미까지!
주인장인 허태웅 씨가 페친인 나를 알아보고 다가와 인사해서, 나는 황송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다녀간 뒤 아내가 내게 소리 죽여 말했다.
“당신이 알게 모르게 유명인사가 되어가는 거라고.”
글쎄.
그냥 춘천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뤄지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