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가 3,4,5월을 묶어‘봄’이라고 부르는 것은 편의적이다. 어디 4계절이 명확히 구분되면서 진행되던가?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쌀쌀한 겨울바람이 부는가 하면 심지어는 눈까지 내리곤 하는 것이다. 그 반대로 한겨울인 2월 초순에 따듯한 영상의 기온이 열흘 넘게 전개되기도 한다.



오늘이 3월 4일.

입춘(立春)은 한 달이나 지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하루 전이지만 날씨는 겨울 어느 날처럼 쌀쌀했다. 더구나 밤 시간대이니. 그러잖아도 바이러스 성 전염병이 전국을 휘몰아쳐서 춘천의 밤거리에는 인적마저 뜸하다.



음악과 커피를 대접한다는 화양연화 카페를 찾아 밤거리를 걷기 30여 분. 석사동 주택가에서 작은 네온사인 글씨의‘花樣年華’를 발견했다. 편하게 한글로‘화양연화’라 할 법한데 굳이 한자를 고집한 것에 사내(최대식)의 한 면모를 짐작하게 했다.



그렇다. 화양연화는 아무래도 한자로 표기해야 제 맛이 날 듯싶다. 꽃 화(花)와 빛날 화(華)가 함께 쓰임으로써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나타낸다는 ‘花樣年華’의 뜻이 절로 와 닿는다.



참, 이런 이름의 영화가 있었다. 홍콩 왕가위 감독의 2000년 작품으로 장만옥과 양조위라는 톱스타를 캐스팅하여 중년의 완숙한 사랑을 담았다. 사내가 그 영화를 보고서 이 카페의 이름으로 원용한 걸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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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강동농협에서 찰옥수수 종자 한 봉지를 구매했다미리 예약해 둔 것이다.

문득 춘심산촌 농장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옥수수들 풍경이 눈앞에 떠올랐다그뿐만이 아니다성경에 있다는 유명한 구절까지 나도 모르게 입술에 올랐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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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에 10분 이상 늦었다. 별나게 도로에 차들이 붐벼 늦은 것이다. 한 달 만에 보는 친구들. 내 자리를 만들어주면서 악수를 청한다. 이런 말들도 하면서 말이다. “늦는 사람이 아닌데 늦다니 오늘 웬일인가 했지.” “학창시절에도 결석은 해도 지각은 안하는 친구가 늦으니 이상하다 했어. 하하하.” “아무래도, 이번 모임 날을 주말로 잡은 게 무리였나 보이. 잊지 말고 다음번에는 평일로 잡아야 해. 퇴직한 놈들이 굳이 주말에 만날 일이 있나? 안 그래? 하하하.” 어지럽게 오가는 술잔들. 남들이 보면 점잖은 할아버지들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청소년들처럼 새끼를 입에 달고 환담이 오간다. “야이 새끼야, 어서 술잔 비워.”“원 새끼도. 성급하긴!”

결코 싸우는 소리가 아니다. 너무 정겹다 보니 그러는 거다.

바로 한 달 전 모임의 장면이다. 아아, 그런 일상(日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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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겨울이었다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서 겨울축제들이 무산되는가 하면 눈조차 별로 내리지 않은 것이다그러더니이상한 겨울이 끝나는가 싶을 때 무서운 바이러스 역병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아내와 춘심산촌을 찾았다초록색 농막이 별 일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세상을 휘몰아치는 역병도 범접 못한 숲속 농사터아직 산새들은 돌아오지 않았으나 화창한 봄날은 알게 모르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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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대단한 게 아니었다.

나뭇잎 푸르고 꽃들 활짝 피는 풍경, 그 풍경을 마음 편히 즐기는 날이 행복이었다.



그림= 지은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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