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있으면 시내가 안 보인다. 시내를 벗어나자 시내가 보였다.
우리 동네 공원, 양지 바른 쪽으로 철쭉나무가 담장을 이뤘다. 한겨울이라 가지와 잎사귀들뿐이지만 4월 되면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다. 단 한 해도 4 월 개화를 빠트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지금 철쭉꽃들이 만발한 광경을 앞당겨 본 듯싶다.
이상한 일이다. 산을 오르다가 봤다. 묘와 그 주변의 눈이 하나도 녹지 않은 것이다. 화창한 날씨가 며칠 계속돼 산의 눈이 대부분 녹아버렸는데 말이다. 양지 바른 묘소가 저런 광경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산에서 키가 30cm 쯤 되는 아기 소나무를 봤다. 무사히 잘 자란다면 늠름한 낙락장송이 될 거다. 세상의 모든 낙락장송들은 바로 저런 아기 소나무에서 비롯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