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순으로 교사 발령을 낸 걸까?
내가 발령받은 곳은 고향 춘천에서 가장 멀리 있는 삼척군 관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삼척군 관내에서 삼척읍내의 삼척중학교로 2차 발령을 받은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춘천에서 외수 형과 숱한 밤을 소주 마시며 보낸 내가― 알콜중독자처럼 살던 내가 이제는 의젓한 중학교 국어 교사가 된 것이다.
1974년 그즈음에는 주소지가 바뀌면 반드시 새 주소지의 이장님을 찾아뵙고 ‘어느 집으로 전입했다’는 확인 도장부터 받아야 했다.
내 하숙집은 삼척읍 당저리에 있었다.
수업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물어물어 찾아간 당저리 이장님은 머리가 허연 노인이었다. 아까시나무가 많이 들어선 주변 풍경을 보며 나는 이장님께 나를 소개했다.
“박학문 씨 댁에 하숙을 든 이병욱이라 합니다.”
그러자 이장님은 내 직업을 단번에 알아챘다. 하긴 박학문 씨 댁은 주로 학교 선생들을 하숙 치는 집이었다.
“그럼, 선생질 하슈?”
하필 선생질이라니. 그냥 선생이라 해도 좋을 텐데.
나는 잠시 얼떨떨했지만 이내 이장님의 질문을 수긍했다.
내가 고향 춘천에서 천 리나 떨어진 삼척까지 짐 꾸려 온 건, 오직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구체적으로는 길바닥에 나앉을 판인 가족들(어머니와 동생들)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고개 수그리며 응답했다,
“네,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