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 시오리쯤 가면 정라진이라는 항구가 나타난다’는 사람들의 말이 나는 믿기지 않았다. 왜냐면 삼척읍내가 고즈넉한 풍경인 게, 억센 뱃사람들이 오갈 항구가 가까이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5월 어느 일요일 불현듯 ‘정라진에 한 번 가 보자’는 생각에 나는 그 길로 하숙집을 나섰다. 

동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자 얼마 되지 않아 철교(기차가 다니는 다리)가 나타났고 길은 그 아래로 이어졌다. 계속 걸어가자 노가리 말리는 집들이 나타나더니 정말 통통배들이 정박해 있는 정라진 항구가 눈앞에 영화(映畫)처럼 펼쳐지던 것이다. 통통배 주위로 끼욱끼욱 울며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그 순간 ‘선창’이란 유행가가 절로 떠올랐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비린내 나는 부둣가에

이슬 젖은 백일홍…’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고향 춘천은 1000리 먼 곳에 있는데 나는 한 외진 항구에 와 있었다. 밀려드는 향수(鄕愁)에, 부는 비릿한 바닷바람에 머리칼들을 날리며 나는 마냥 서 있었다.

https://youtu.be/hWFGLZuIr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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