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그즈음, 삼척읍 당저리의 하숙집 주인어른 박학문 씨는 철도공무원 하다가 퇴직한 분이었다. 평소에는 별말씀이 없다가 소주라도 한잔 걸치면 하숙생들에게 건네는, 단골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내가 말이여, 젊었을 때에는 기운이 장사였거든. 그런데 장가가면서 깊은 못에 빠지니… 힘이 빠지면서 이 모양 이 꼴로 늙었지 뭐야.”

집안일을 하느라 분주한 아내(하숙집 아주머니)를 깊은 못으로 비유해 던지는 그 우스갯소리에 하숙생들은 킥킥킥 웃곤 했다.

아주머니는 그럴 때마다 동그란 얼굴이 온통 빨개지면서 얼른 부엌으로 숨듯이 들어가버렸다. 그 즈음 박학문 씨 연세가 60대 후반이었던 것 같고 아주머니는 갓 60대였나 보다. 어언 반세기 세월이 흘렀으니 두 분 다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아아 인생무정 세월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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