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에는 죽서루라는, 높은 절벽 위에 자리 잡은 몇백 년 된 누각이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당저리 박학문 씨 댁의 하숙생활에 적응되자 그 ‘죽서루’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관광’ 같은 단어가 아직은 생경하던 1974년 3월 하순의 어느 일요일이 아니었을까, 나는 하숙집을 나와 일단 버스 터미널까지 물어서 걸어갔다. 내 상식에 ‘죽서루 같은 유명한 곳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 대의 버스 중 어느 버스도 ‘
#죽서루’라는 행선지를 적은 게 없었다!
‘임원’ ‘근덕’ 북평‘ 등의 행선지나 밝히고 있는 버스들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아하, 죽서루는 택시 타고 가야 하는 곳인가 보다는 판단을 내렸다. 빈 택시를 찾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나가는 행인한테 물어보았다.
“죽서루에 가려면 어디 가는 버스를 타야 합니까?”
행인이 어리둥절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더니 가까운 길의 어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길 어귀로 들어가 조금 걸어가자 세상에, 사진으로만 봤던 죽서루가 눈앞에 있는 게 아닌가. 죽서루는 먼 데 있지 않고 그냥 읍내 한복판에 있었다!
그 후로 내게 ’삼척의
#죽서루‘는 ’전제되어오던 사실이 갑자기 뒤집히는 반전‘의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