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시간에 잠기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 한 인문주의자의 피렌체 역사.문화 기행 깊은 여행 시리즈 2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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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탈리아, 피렌체. 이름만 들어서는 익숙하지 않다.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해서 너무도 무지하다. 안정환이 뛰었던 페루자 정도가 생각날 뿐이다. 그러고 보니 난 이상하게도 이탈리아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기도 했다. 마치 처음가는 여행지에 발을 내딛는 것 처럼,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본 피렌체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다. 이 책은 내가 관심있게 바라본 첫 번째, 이탈리아가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피렌체에는 인문학자도 없었고 설레이는 가슴으로 피렌체를 바라보는 여행자만 있었다. 인문학자의 시선과 함께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여행자의 시선과도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인문학자의 시선이란 것이 유명한 장소들과 그에 관련된 지식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친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실망이다. 어쩌면 인문주의자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관광객에 가까운 시선으로 피렌체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필연적인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인문주의적 해석이면 그쪽 방향으로 여행에 무게를 둔다면 여행으로, 한방향에 무게를 실었다면 좋았을 듯하다.

여행지를 소개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재미있고 흥미있게 서술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마음먹고 만든 여행가이드도 아니고, 그것이 여행수필도 아닌 인문학적으로 도시를 그려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 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후에 정말 비슷한 주제를 가진 재밌는 책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각자 독특한 시선과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책속에서 지식 이상의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고 그속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깊이를 느끼고 만족을 하는 것이다.

저자의 약력을 보면 해외여행만 20여년, 그리고 파리만 50여 차례를 방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면 무어랴, 한 인문주의자의 피렌체 역사, 문화기행을 여는 시작, 그리고 가장 인상깊은 순간이 겨울 어느날 일본관광객과 함께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본 기억이라면, 누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동인이 어렸을 적 잡지에서 본 만화 속 비너스 때문이라면? 인문학자다운 시선과 안목을 기대했지만 대부분 사담에 가까운 여행담과 인문주의자의 지식의 나열에 그치고 있는 듯하다. 여느 작가라면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 것과 글의 깊이, 그리고 여행의 깊이는 상관이 없다고 해도 될 것이다. 어떨땐 한번 본, 찰나의 순간이 영원보다 깊은 감명을 줄 수 도 있고, 잠깐의 순간이 영원보다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하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저자의 여행담과 도시를 거니는 서정적인 이야기가 각 에피소드의 후반을 이루는 예술━역사적 현장에 대한 서술과 동 떨어지는 듯한 느낌은 마치 한 권의 책에서 두 가지 종류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피렌체를 직접 방문한 적도 없고, 유럽을 수십여 차례 방문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저자의 경험을 쫓아 가기 힘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서두가 지나쳤던 면이 없지 않다. 아니면 이 책의 포인트를 전혀 넘겨짚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시작부터 너무 설레발을 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참고로 이 책은 내가 익히 생각하던 그런 여행책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일까?

피렌체를 무대로 한 소설이나 영화들은 많다. 그러나 실망감을 느낀 적이 많다. 도시가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왜곡되기 때문이다. 글이나 영상은 피렌체를 그려내지만 정작 그 안에 피렌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본다. 외며만 피상적으로 그려낼 때의 한계를 느낀다.
     -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중에서 -

기대가 컸던 때문일까? 과연 이 책을 읽고도 피렌체가 어떤 도시인지 내가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노릇인 것 같다.. 그래 언젠가 나도 가보아야 겠다. 십수번은 아니라도 한번일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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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 2010-09-1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렌체를 보지 아니하고도 이런 짐작의 리뷰를 하셨다니, 그 혜안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피렌체를 보았으니, 그리고 파리를 나름의 눈으로 보았으니, 이 책들의 저자가 얼마나 가벼운 자기식의 논리에 빠져 허우적대는지 더더욱 실감했답니다
 
<이야기 그림이야기>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이야기 그림 이야기 - 옛그림의 인문학적 독법
이종수 지음 / 돌베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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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이라고 할까, 그림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는 그림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안목과 지혜를 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5년전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일주일 여간 방문했던 시기가 있다. 물론 두 고장다 예술의 도시라고 부를 만큼 수많은 역사적 건축물과 예술품이 가득한 곳이다. 박물관은 방문했지만 미술관은 하나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만큼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 아닌 아예 편식을 했던 터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특이하게 책은 좋아한다. 그래서 이렇게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림을 만나게 된 것, 이 것이 나의 편식을 고쳐줄 수 있을까? 라는 것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관심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림을 보는 눈이라고 하면 나는 맹물이라고 할 것이다. 잘 그렸다, 못 그렸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판가름할 수준이 못된다. 그렇다고 고명한 예술가들의 이름을 외우거나 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이런 것들 외에도 그림에서 '무언가' 재미나고, '무언가' 쓸모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두루마리 그림인 권, 걸어놓고 보는 그림인 축, 벽처럼 길게 세워놓고 보는 병풍, 그리고 삽화 등으로 그림의 형식에 따라 구분하였다. 아마 흔히 시대별이나 작가별로 구분하지 않은 이유는 소재가 되는 그림들이 이야기를 기본 텍스트로 하고 있고, 위 네가지 형식에 따라 그 이야기를 풀어 화폭에 담는 방법에 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이런 부분이 재미있다. 이야기 그림은 분명 그림인데, 그 속에서 텍스트를 읽어 낼 수 있다. 그림과 그림 사이, 그림과 그림을 보는 사람 사이에 이야기와 대화가 있다.

아마도 내가 그림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이런 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그림도 책과 같은 과정을 통해서 탄생하는 것인지도.. 작가가 글을 쓰며 글 속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나가듯이, 화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이미지를 반영해 나간다. 초현실주의 화가나 상징주의 화가들의 그림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쉽게 갈 듯하다. 그림을 보며 이것은 누구의 그림이고, 이것은 어느 시대의 그림인지를 따지기 전에 그림 자체를 보고 '먼저' 감상한 뒤에 그림에 익숙해진 다음에 그에 대해 논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아마 그렇게 하면 그림을 보는 재미가 생기지 않을까?

물론 중국 그림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라던가, 정선, 김홍도와 신윤복 같은 조선시대의 뛰어난 이야기 그림 화가들이 있음에도 이들의 이야기가 자세히 소개 되지 않은 부분은 아쉬움이다. 그리고 한국적 소재로 중국의 그림을 독특한 우리만의 그림으로 재탄생 시킨 이들의 예술을 간과하고 지나간 면이 없지않아 보이나, 역시나 내 식견이 부족해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앞으로 그림과 그림에 대한 책을 만나도 편식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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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대학>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청춘대학 - 대한민국 청춘, 무엇을 할 것인가?
이인 지음 / 동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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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문제는 바로 세대의 문제이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지는 잣대라면 누구라도 자유롭지 못하다. 누구라도 20대였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런즉, 현재 20대들의 문제는 그들이 갖는 시대적, 환경적 특수성에서 기인한 것이고 그것에서 출발해야 할 터이고, 그 외에 일반적으로 가지는 편견과 오류를 모두 배제한 상태에서 이야기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작업은 생각외로 힘들다. 교육정책이 자꾸만 흔들리고 근간을 잡지 못하는 것과 그 이유가 비슷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변화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 세대들은 10년이 아니라 바로 아래위 학년, 20살과 25살만 해도 그 생각과 사고가 다르다.

개인적 의견으로 이는 바로 20대의 가치관과 현실 사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거 생활고와 경제발전의 줄다리기 시기를 살았던 어른들이 보기에는 현재 20대의 가치관과 현실관이 너무나 동떨어져 보일 것이다. 문제인 즉슨 이것이 그들이 20대이기 때문이 아니라, 급속도의 경제성장기 이후 1980 이후에 태어나 너무나 급변한 환경을 살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의 논의는 가치관의 문제라고 하지만 현실의 문제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현실을 통해 만들어진 가치관, 혹은 그것을 여실히 반영한 가치관이라고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의 출발점 또한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책에서는?

책의 저자는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되지 않은 평범한 20대 청년이다. 여느 평범한 대학생들 처럼 스펙쌓기에 여념이었지만 어떤 계기로 그는 인생에 깊은 고민을 하고 수도승처럼 살기로 결심을 한다. 다행히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 선생님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서 인생의 길을 찾았고, 지금도 찾고 있다.

길은 한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 잘 알고, 새로운 길을 갈 때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그 조언을 구해야 좋은 길을 택할 수 있는 법이다. 여기서 다양한 사람이란 다양한 분야를 뜻한다. 다분히 많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여기서 들은 소리가 저기서 들은 소리와 별반다를바가 없다면,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의 길을 찾는 것도 그렇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기껏 시간들여 여러사람과 만나 이야기해서 나온 결과가 인생의 참된 가치란 이런 것이다. 라고 한다면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그것은 단지 위안과 위로에 그칠 뿐 그 이상이 되지는 않는다.

20대가 불행한 세대인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경제위기의 세대라고 하지만 과거의 세대에게 비견할 것이 못된다. 오히려 지금의 그들에게는 보다 넓은 기회가 주어져 있고 이는 기회의 양적인 면만이 아니라 그 질과 종류의 면에서도 훨씬 다양하다. 각종 문화적인 혜택에서도 그렇다. 과거에 비해서 20대들이 도전할 수 있는 컨텐츠가 무궁무진하다. 또한 과연 대학이 취업준비 학교로 전락하였는가에도 동의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서 대학은 다분히 변화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도 빠르다. 학생들 또한 그렇다. 더이상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자신만의 영역을 쌓아가는 학생들이 많다. 대학에서도 그에 발맞추어 실용적인 학문을 위한 다양한 학과를 개설하고 능력있는 교수를 초빙해 경쟁력을 쌓고 있다. 현실적인 여건에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대학들은 도태될 것이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진정한 학문의 요람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기대가 된다.

과도기는 이미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10대, 20대 들은 단지 10년 전의 그들과 또 다르다. 진실한 청춘대학으로서 그들에게 도움이되는 길에 대한 충고가 되려면, 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진단 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가지 대안과 방안을 다방면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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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앙의 비밀 미스터리 야! 8
쿠지라 도이치로 지음, 안소현 옮김 / 들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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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 가지는 매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나 추리소설을 주로 읽는 독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우연치 않게 추리소설을 많이 읽다보면 추리소설 특유의 전개방식이라거나 그 틀이 눈에 보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등장인물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새로운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과 소재의 추리소설을 만났을 때, 독자들은 페이지를 넘길 수록 더욱 작품에 빠져들고, 그렇게 책을 다 읽은 뒤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

[루비앙의 비밀]의 매력은 소재의 새로움이다. 고등학생인 레이는 어느날 죽어있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식물학자인 그의 가슴에는 칼이 박혀 있었고, ’루비앙’이라는 의문의 단어만을 남겨 놓는다. 책을 펼치면서 가장 먼저 자연스럽게 루비앙이란 단어에 대해 궁금증을 품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시작과 함께 정면으로 우리에게 추리대결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식물학자를 둘러싼 의문과 걸맞게, 이 작품의 소재는 다분히 식물적(?)이다. 꽃말이나 풀이름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다분히 그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물론 그만큼 신선한 재미를 [루비앙의 비밀]을 읽는 다른 이들에게도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루비앙의 비밀]의 또 다른 장점은 빠른 전개이다. 읽는 이가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그만큼 전개가 빠르다. 등장인물들도 그렇고,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는 사건들도 그렇다. 보물찾기 하듯이 사건 보따리를 화악~ 풀어 헤쳐놓고 그것을 추스르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는 종반에 닿아잇다. 곧바로 곧바로 사건들이 이어질 뿐, 사건과 장면의 재연, 반복 같은 군더더기가 없다. 그런만큼 담백하게 읽히는 소설인 것 같다.

[루비앙의 비밀]의 묘사에서의 특징도 주목할만 하다. 이 소설에서는 다분히 영화적 기법이 쓰이고 있다. 영화적 기법이라고 하면 내가 좋아하는 한국소설 중 하나인 ’천변풍경’에서 주로 쓰인 기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쓰인 것은 그것과는 사뭇 맛이 다르다. 천변풍경에서의 그것이 소설적 구조의 벽을 깨고, 현실과 사회의 모습을 공시적인 모습으로 그리려 했다면, [루비앙의 비밀]은 영화적 기법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전개방식에서 서로 같은 시간에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병치시킴으로써 시간을 순차적으로 구성해서 서술의 시간순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소설의 통시적인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보다 긴박감 넘치게, 그리고 어쩌면 단순할 수도 있는 사건을 더욱 재미이겠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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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는 인간 호모루두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 본성의 비밀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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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LUDUS
 


인간을 뜻하는 HOMO에 게임을 뜻하는 라틴어 LUDUS가 합쳐졌다. 즉 게임하는 인간이다. 그리고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본성의 비밀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이런 경우는 흔히 외국도서가 국내에 번역되면서 이루어 지는 오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들이기 위해 유명한 사례를 가지고 와서 붙인다는 것, 하지만 때론 그것이 너무나 진부할 때가 있다. 뷰티풀 마인드(2002년)를 보았던 사람들은 존내시보다 러셀크로우를 기억할 것이고, 게임이론이  이슈가 된것도 벌써 오래다. 이 책의 내용을 게임이론으로 한정하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게임이론을 통한 인간본성의 비밀을 파헤치는 작업이라고 하기에는 그 영역이 너무 좁다고 생각한다. 책의 원제 Beautiful math : The modern Quest for a code of nautre 를 그대로 옮기는 편이 훨씬 더 책의 내용에 어울리지 않나 생각한다. - 혹여 제목만 보고 이 책을 단순한 게임이론에 관한 진부한 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바치는 우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호모루두스]는 1950년대 소설 ’파운데이션’에서 시작한다. 60여년 전에 쓰여진 ’파운데이션’ 책의 작가는 아이작 아시모프이다. 미래예측에 정통한 그의 책에는 놀라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지금에야 가능한 기술인 와이파이를 통한 전송 기술이 이미 그 시대의 소설 속에 등장하고 있다. 그의 소설의 미래예측은 ’파운데이션’에서 절정을 이룬다. ’파운데이션’은 아직 게임이론이 정립되기 이전에 나왔다. 하지만 그 속에는 게임이론의 태동이 될만한 이론이 들어있다. 바로 심리역사학이다. 사회적인 현상을 분석하려는 동기에서 출발한 이 이론에서 나오는 것이 바로 사회적 온도의 측정이다. 통계역학에서 쓰이는 분자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방법을 그대로 사회현상에 도입했다.

각각의 기체입자들은 랜덤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 정확한 위치나 속도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통계역학을 사용하면 기체 전체의 행동을 지배하는 법칙을 얻을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파운데이션’의 일부분 -


이 처럼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에 통계역학을 도입하는 모티브는 후에 게임이론의 출발점이 된다.

어렸을 적 과학 시간 만화경을 보려고 친구들과 다투던 기억이 난다. 만화경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그야 말로 천차만별이다. [호모루두스]는 수학과 게임이론이라는 만화경으로 보다 다채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호모루두스]의 내용을 읽어나가면서 만화경의 각도를 조금씩 바꿔보며 그에 따라 변화는 모습들에 감탄하는 것 처럼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나오는 새로운 이론과 수학의 내용에 경탄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수학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맛에 비유한다면 소금이 없는 음식만 먹다가 오랜만에 소금간이 되어 있는 음식을 먹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호모루두스]의 또 다른 장점은 정말 다양하고 많은 이론들이 등장하고 그러한 이론들을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예를 통해서 재미나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의 초반에 설명하고 있는 수학트릭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20마일 거리를 떨어져 있는 두 명이 자전거를 타고 서로를 향해 시속 10마일의 속도로 돌진한다. 그 사이를 파리가 시속 15마일의 속도로 계속 왕복한다. 즉 한 쪽에서 출발하여 다른 한명에 닿으면 즉각 방향을 바꾸어 다른 한명에게 가는 식으로 둘이 충돌할 때까지 계속해서 날아다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파리가 왔다갔다 하면서 날아간 거리는 총 얼마가 될까? 파리가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날아다니는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해서 짧아진다. 파리가 날아가는 속도와 양 편의 두 사람의 이동 속도를 감안하여 처음 20마일의 거리가 한번 왕복하는 걸리는 시간에 비례해서 짧아지는 것을 참고하여 이동시간을 통해 횟수를 계산해서.. 라는 식으로 계산할 필요는 없다. 의외로 간단하다. 두 사람이 시속 10마일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1시간후 정확히 중간지점에서 만난다. 그렇다면 파리는 시속 15마일로 날아다녔으니 1시간 동안 움직인 거리는 1마일이된다.
                                       - 본문 중 폰 노이만의 일화 요약 -


[호모루두스] 속에는 이 보다 흥미진진한 이론들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들이 넘쳐난다. 미니맥스 게임을 통해 간단한 게임이론이 적용되는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도 하고, 공공재게임을 통해 무임승차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메이너드 스미스의 전략에서는 협력적 행동의 출현과 진화적 지형을 수학적 논리로 풀어낸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베이컨의 6단계 법칙에서 시작해 그의 네트워크 개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기타등등... 아마도 과학이나 수학이야기는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읽는다면 [호모루두스]는 그 생각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아이나 청소년이 읽는 다면 수학에 대해 새로운 흥미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호모루두스]란 책을 보기도 전에 어렵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우라고 말해주고 싶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정말 난해한 내용을 가장 쉽게 풀어낸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러가지 수학적 도구들이 갖가지 사회과학 분야에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 풀어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양자 물리학과 게임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만 책한권으로 풀어 내더라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호모루두스]는 그 내용을 잘 간추려 내어 읽는 이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내고 있다. 사람들은 재밌는 책 혹은 감동적인 책을 보면 두번, 세번 씩 읽는 노력을 아까워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몇번이나 보았고, 어느 구절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좋은 책은? 어떠한가? [호모루두스]는 감동을 주는 책은 아니더라도 수학에 대한 재미와 호기심을 확장가능한 모든 분야(이 책의 설명을 빌리자면 네트워크적인 분야에까지)로 확대 시켜준다. 나는 [호모루두스]를 굳이 감동적인 책은 아니지만 좋은 책의 영역에 넣고, 감동적인 책을 두번세번 읽듯 두번세번 읽어 보길 권해주고 싶다. 감동적인 책을 읽어 감동이 더 해지듯 수학과 게임이론에 대한 이해가 더 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구입해서 읽어보고 다시 한번 [호모루두스]를 읽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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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유의지와 결정론 사이의 화해
    from 101번째 글쓰기 2010-08-28 03:25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자음과모음(이룸) 이 책을 읽고 있는 도중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나 했다. 중학생 아들을 둔 어느 어머니께서 트위터를 통해 내게 물으셨다. "아들이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데 읽어도 될까요?" 그 중학생은 아마도 이 책의 부제에 매혹되었을지도 모른다. '게임하는 인간'.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본성의 비밀'. 게임이론을 알게 되면 또래들 중에서 게임을 가장 잘 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