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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 한 인문주의자의 피렌체 역사.문화 기행 ㅣ 깊은 여행 시리즈 2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이탈리아, 피렌체. 이름만 들어서는 익숙하지 않다.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해서 너무도 무지하다. 안정환이 뛰었던 페루자 정도가 생각날 뿐이다. 그러고 보니 난 이상하게도 이탈리아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기도 했다. 마치 처음가는 여행지에 발을 내딛는 것 처럼,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본 피렌체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다. 이 책은 내가 관심있게 바라본 첫 번째, 이탈리아가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피렌체에는 인문학자도 없었고 설레이는 가슴으로 피렌체를 바라보는 여행자만 있었다. 인문학자의 시선과 함께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여행자의 시선과도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인문학자의 시선이란 것이 유명한 장소들과 그에 관련된 지식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친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실망이다. 어쩌면 인문주의자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관광객에 가까운 시선으로 피렌체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필연적인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인문주의적 해석이면 그쪽 방향으로 여행에 무게를 둔다면 여행으로, 한방향에 무게를 실었다면 좋았을 듯하다.
여행지를 소개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재미있고 흥미있게 서술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마음먹고 만든 여행가이드도 아니고, 그것이 여행수필도 아닌 인문학적으로 도시를 그려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 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후에 정말 비슷한 주제를 가진 재밌는 책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각자 독특한 시선과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책속에서 지식 이상의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고 그속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깊이를 느끼고 만족을 하는 것이다.
저자의 약력을 보면 해외여행만 20여년, 그리고 파리만 50여 차례를 방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면 무어랴, 한 인문주의자의 피렌체 역사, 문화기행을 여는 시작, 그리고 가장 인상깊은 순간이 겨울 어느날 일본관광객과 함께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본 기억이라면, 누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동인이 어렸을 적 잡지에서 본 만화 속 비너스 때문이라면? 인문학자다운 시선과 안목을 기대했지만 대부분 사담에 가까운 여행담과 인문주의자의 지식의 나열에 그치고 있는 듯하다. 여느 작가라면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 것과 글의 깊이, 그리고 여행의 깊이는 상관이 없다고 해도 될 것이다. 어떨땐 한번 본, 찰나의 순간이 영원보다 깊은 감명을 줄 수 도 있고, 잠깐의 순간이 영원보다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하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저자의 여행담과 도시를 거니는 서정적인 이야기가 각 에피소드의 후반을 이루는 예술━역사적 현장에 대한 서술과 동 떨어지는 듯한 느낌은 마치 한 권의 책에서 두 가지 종류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피렌체를 직접 방문한 적도 없고, 유럽을 수십여 차례 방문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저자의 경험을 쫓아 가기 힘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서두가 지나쳤던 면이 없지 않다. 아니면 이 책의 포인트를 전혀 넘겨짚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시작부터 너무 설레발을 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참고로 이 책은 내가 익히 생각하던 그런 여행책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일까?
피렌체를 무대로 한 소설이나 영화들은 많다. 그러나 실망감을 느낀 적이 많다. 도시가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왜곡되기 때문이다. 글이나 영상은 피렌체를 그려내지만 정작 그 안에 피렌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본다. 외며만 피상적으로 그려낼 때의 한계를 느낀다.
-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중에서 -
기대가 컸던 때문일까? 과연 이 책을 읽고도 피렌체가 어떤 도시인지 내가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노릇인 것 같다.. 그래 언젠가 나도 가보아야 겠다. 십수번은 아니라도 한번일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