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조준현 지음 / 카르페디엠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세계확,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이 세 단어는 누구나가 한번쯤 들어보았음직한 단어들이다. 또한 아마도, 신문지상에서나, TV뉴스에서나, 어디든지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단어들 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이 단어들을 처음들었던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 세 단어에 대해 특별히 각인하게 된 계기는 나의 대학시절로 돌아간다.
국제무역학 강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을 자유롭게 선정하여 그들이 거래방식과 시장 진출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것은 곧 신자유주의는 무엇인가,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들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의가 있기 전에는 어떠한 대화도 진전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에 관해 이야기하면 할 수록 한 마디로 정의가 압축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범위는 광범위해졌고, 과연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만이 남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게을러서 그 후 관심을 갖고 답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여전히 나에게, 세계화,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는 모호한 개념 그 상태로 남아있다. 그런 나에게,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자본주의'는 바로 나에게 너는 왜 그러고 있느냐 라고 질문을 던져오는 듯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 처럼 이 책의 메인은 자본주의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세계화란 무엇인지, 신자유주의란 앞 선  두 가지 개념, 세계화, 자본주의와 어떤 관계 속에서 탄생되었는지 설명하고 있음으로, 세계화 나 자본주의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 역시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라는 제목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느껴질 지 궁금한다. 나에게 있어서 자본주의란 상당히 딱딱한 개념이다. 경제학적 이론이 설명 속에 난무할 것 같고,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들로 책 자못 무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끼고서도 막상 책을 집어들기를 망설이거나,
정작 책을 빌리거나 구입해 놓고도, 책장을 넘겨 나가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자본주의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경제학적 개념과 학자들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설명하든, 그 개념을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에서는 자주 멈칫 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한다. 개념이 이해가 안된다면, 방법은 단 두가지이다. 개념을 이해하든지, 아니면, 이해하지 않든지, 분명한 것은 거기서 그냥 멈춰버리는 것은 내가 가지 선택항에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 책 그리고 다른 경제학 서적을 대하는 올바른 독서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걱정을 덜어 주는 것은, 이 책의 제목이 자본주의 이지만, 책의 저자는 자본주의라는 한 개념에 한정짓거나, 자본주의 시대, 또는 21세기, 또는 근현대, 1900년 대와 같이 한 시대가 아닌, 여러 시대와 함께 신자유주의, 세계화,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마르크스 주의, 통화주의자들의 의견을 함께 조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자본주의적 개념에 대한 해석을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과정과 함께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있어, 경제적 개념으로 다가오는 자본주의에 대해 보다 폭넓은 시각과 안목을 가지게 해 줄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 경제학적인 논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구하고자 했던 이는 실망하게 될 것이고, 어렵고 난해할 것이라고 망설이며 책장을 넘긴이들에게는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후자 쪽에 가까웠다.

이 책은 책의 목차와 관계없이 크게 4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앞 부분은 책의 저자가 왜 자본주의란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그 개념을 말하는데 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개념이 필요한지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이러한 개념을 통해서 지금까지 흘러온 역사의 조류를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는 책 본문의 내용이라기보다는 에필로그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마지막에는 책 속의 저자가 우리들에게 직접 그의 생각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 나온 여러가지 재미있는 개념과 일화 중에 특히나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자유방임주의 혹은 보이지 않는 손, 국부론의 저자로 유명한 애덤스미스는 자유무역 이론으로 유명하다. 반면에 보호무역 이론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말한 '사다리 걷어차기'는 유명하다. 보호무역 이론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이다. 이들의 시대에서 세계무역의 패권은 영국이 가지고 있었다. 지금에 있어 미국에 비해 열위에 있는 다른 국가들이 자유무역과 신자유주의의 횡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 시대에 독일과 미국이 그러한 보호무역을 주장하며 앞장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독일의 리스트이며, 그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일화를 소개하였다.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로, 매우 잘 알려진 교활한 방법이다." 이러한 주장은 과연 역사적으로 옳은가? 가령 1651년에 제정되고 1660년에 개정된 영국의 <항해조례>에서 보듯이 영국이 필요할 경우 보호무역을 사용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항해조례>와 유사한 역사적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으며,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여러 경제사학자들이 두루 인정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 본문 page 84 -

재미있는 것은 이 당시 이러한 비판의 선두에 서 있던 미국이 지금의 시대에는 '교활한 영국'에 비견되는 '세계자본주의의 횡포자'라고 불릴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정확히 이해했다고는 장담 못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나 역시 저자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되었건, 신자유주의가 되었건, 그 개념에 대한 이해는 역사적인 조류 속에서 살펴야 하는 것이지, 단지 이러한 개념이 어느 경제적인 사건과 파동으로 부터 나타났다던가, 신조류, 유행어 처럼 불쑥 튀어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유명한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면 맞는 말인 것이고, 내가 나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또 다른 철학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고로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나는 존재한다.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비유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는 우리가 자본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모르듯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와 상황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아. 아마도, 이런 측면에서의 이유로, 내가 대학시절 강의에서 현재 상황의 국제조류만으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개념을 모두 설명해내려 했던 것이 역부족이었던 것인지도...

나이가 많이 들 수록 욕심이 늘어난다고 했던가? 갈 수록 모르는 것은 많아지고, 앎에 대한 욕심은 점점 커져만 가고, 내가 하나를 알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뒤로는 열 가지 질문이 남아있고, 무한할 것 같은 시간은 하루가 머지 않아 짧게만 느껴지고, 그러나 그러하면서도 짐짓 순간 순간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이 처럼 책을 읽고,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보다 명확해 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자본주의'를 읽고, 자본주의, 세계화, 신자유주의 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개념에 대한 이해에 보다 한 발자국 더 다가설 수 있게 된 것에 만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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