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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역사
랜디 체르베니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디출판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며 가장 기분 좋은 것은 새로움을 발견했을 때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라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며,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이러한 것들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것에서 느끼는 동기부여가 주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하겠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다. 날씨는 더 이상 새로운 주제가 아니라고... 그렇다. 날씨는 더 이상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기상 예측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얼마전 기상청이 몰매를 맞았듯이, 급변하는 기상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 사실이고, 일반인들도 예전에는 기상학자들이나 썼을 법한 엘니뇨나 라니냐 같은 단어들에 친숙해져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러한 기후의 변화가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있는 것 같다. 그 결과 사람들은 첫째, 이러한 기후 변화의 방향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둘째로는 그러한 기후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이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고 하겠다 .첫째 기후 변화는 온실효과 또는 지구 온난화라는 절망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그러한 원인은 바로 우리 '인간 사회'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통설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와 같은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 식상하다 못해, 반복되는 뉴스를 듣는 것은 고역에 가깝다. 올해 역시 유난히 더울 것 같다는 뉴스는 정말 아스팔트 도로 위에 내리쬐는 복사열 보다도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것 같다.
다행히, 날씨와 역사에는 이런 답답한 기분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구태의연하게 반복되는 이야기, 더군다나 그 이갸기가 핵심은 건드리지 않고 주변만 툭툭 치면서 빙빙돌 때, 사람들은 이른바 '열'을 받는다. 날씨와 역사는 이와 다르게, 보다 핵심에 접근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대할 때,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수학문제를 푼다고 생각해보자. 그 수학문제를 효과적으로 풀려면?
아마도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을 버리고, 상상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가설과 공식, 그리고 실마리를 가지고, 자유롭게 문제를 풀어 나가면 해답이 보이게 마련이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x+y=z 라는 공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문제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기상과 날씨에 관해 몇 해 동안이나 줄곧 반복되는 뉴스와 기사 속에서 살아왔다면, 이제는 무언가 새로운, 물론 엄정한 과학적인 검증과 증거가 밑바탕이 된 그런 무언가 새로운 시도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책 속의 저자는 글의 말머리에서 기후와 기상의 차이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것이 책의 주제와 저자의 의도를 잘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상이 일부에 국한 된 것이라면 기후는 보다 광범위한 범위를 다루는 것이다.
"기후(Climate)는 앞일을 내다보는 것이고, 날씨(Weather)는 지금 코앞에 닥친 것이다."
-책의 서두에서 Robert A. Heinlein -
또한 책 속의 저자가 말하듯이 기후는 신선한 학문이다.
물리학이나 화학 교재에서 어김없이 다루는 것은... 뉴턴이나 갈릴레이 같은 사람들이다... 이제 기후학 교재를 펴고 제1장을 보자... 기후학의 창시자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살아 있다. 그것도 아주 잘 살고 있다
- 본문 12~13page-
이처럼 신선한 학문인 기후는 어쩌면,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오래된 문제'에 새로운 해답을 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한 한 예로 책속에서는 환경과 인간이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여럿 실려 있다. 예를 들면 주말에 더 많은 비가 내린 다는 속설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그러하다. 최근 들어 느낀 것이지만, 역시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비가 오곤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는데, 이 책에 의하면 그것이 우연의 결과물은 아니라는 설명이 나온다. 만약 역사적으로 날씨는 분석하고 그것을 통계화 했을 때, 그 결과가 7일의 주기를 나타낸다면, 이것은 인간에 의한 환경변화의 결과일 것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환경에는 7일 주기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책 속은 이러한 견해에 대해 보다 과학적인 설명으로 접근하고 있다. 인간사회 특히나 대도시나 그 주변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환경 변화는 인간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말에는 사람들의 대외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시기이다. 더욱 많은 자동차들이 교외를 향하고, 사람들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늘어가며, 도시의 온도는 더욱 상승한다. 그리고 인간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소음과 먼지들은 대기로 올라가게 되고, 이러한 인간활동의 영향이 결국은 대기의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비가 내리게되는 대기의 상태는 일명 저기압과 같이 기압이 낲고, 온도가 상승하여 지상의 수분이 증발하여 상승기류를 형성하며, 그렇게 상승한 물분자들이 쉽게 응집할 수 있는 먼지 입자와 같은 것들이 많은 상태가 바로 인간 활동의 7일 주기와 맞물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는 이것을 일요일 효과라고 부르고 있다.
설명이 약간 길어 진듯 하지만, 이와 같은 내용은 이 책 내용의 십분지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권의 책으로 어떤 분야에 관해 이처럼 신선하고 다양한 견해를 발견할 수 있는 일은 드문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분야의 권위적 과학자인 저자가 쓴 책인 만큼 책 속에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이 소상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단지 저자의 의견을 뒷받침 하기 위한 것을 넘어서 저자가 사용한 여러가지 측정 방법, 그리고 과학적인 도구들에 이르기 까지, 과학에 대한 상식까지 폭넓게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분명, 평소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날씨와 관련된 기사보다, 이 책 한 권을 시간내어 읽는 것이 보다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난다면, 저녁 시간 혹은 점심시간에 들려오는 TV 속의 날씨 관련 뉴스를 더 이상 일방적인 수용자가 아닌, 내 나름의 시각과 의견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해석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