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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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 놓은 날? 언뜻 듣기에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대하는 법을 단순히 나누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궁리하는 것

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

세상은 첫번째가 정답이라고 가르치는 듯하다.

'할 수 있다', '하면된다'라는 새마을 운동 시대 운동 구호가 언제적 일이라며, 이야기하면서도,

'다 포기하지마' 라는 노래의 가사를 이야기하면서 우스게 소리를 하면서도,

지금도 사람들은 '노력해라', '끈기를 가져라' 고 쉽게쉽게 내뱉는다.

 

왜, 우리는 할 수 없을 때, 그럼 이젠 그만둬 라고 편하게 말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일까?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은 할 수가 없다면, 그냥 거기에 내버려 두라고, 나에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음악

Please don't tell her _ Jason Mraz

The sad cafe _ The eagles

Blues Latino _ Santana

My all _ Mariah Carey

Babe I'm Gonna Leave You _ Led zeppelin 

비오는 거리 _ 이승훈

잠을 깨고 나니 오랜만에 개운함을 느꼈다. 오랜만의 휴일, 늦잠을 자지 않아도, 푹 잠을 잔 느낌. 이런 오랜만의 기분좋음. 이내 곧 피곤이 다시 몰려온다해도, 지금 이 순간 이런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보았다.

 

책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쓰였있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천사의 가루'

다른 제목의 두 이야기 이지만, 그들이 전해주는 느낌은 한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 글은 편안하게 다가왔다. 마치 누군가가 써놓은 일기처럼... 일기란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이다. 때론 담담하게, 때론 화가나서, 때론 슬픔에 젖어서, 그래서 일기는 글쓴이의 그때그때의 감정이 진실하게 녹아 있다. 그런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일기란 마음의 흔적이고, 기억의 잔상이며, 어슴프레하게 기억나는 꿈과도 같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순간들은 거울 속에서만 존재해. 그것도 정확히 11초 정도만 고객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 보여줄 뿐이야. 11초란, 쿠키를 두어 개 집어먹고 입가에 묻은 가루를 터는데 걸리는 시간이지만, 치유를 원하는 영혼이 칭되고 평생 매달려왔던 그 모든 것을 되돌리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지

- Page 166 -

인생은 가까이서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보면 한편의 희극이다. -찰리채플린-

요즘에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편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어떤 한 인물의 흥망성쇠가 너무나도 뻔히 만천하에 드러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마치 삼류영화처럼 오늘 만인의 연인이었던 이가, 내일은 온 세상 질타와 질시를 받는다. 인생의 찬란한 순간은 마치 쿠키를 먹고 입을 터는 11초와 같은 한 순간에 불과한 것일까?

웅덩이에 가라앉아 버린 기억은 이제 아무리 애를 써도 객관화되지 않는다. 자기 안에서 분열하고, 각색되고, 그것이 끝없이 연속 상영되어서 현실을 백일몽으로 만들어버린다. 해를 가린 달처럼

- Page 190 -

아니면, 우리는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일상을 미쳐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햇볕에 가려 보이지 않는 낮달처럼, 우리 앞에 있고, 우리를 비추고 있지만, 그것의 소중함을 미처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닐까? 언젠가 남의 인생을 강요 받아 화려하지만 억지 인생을 살아야 했던 어느 소설의 주인공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 인생을 망각한 채, 어디선 가 누군가 툭던진 '공부해야지'라는 말이라던가, 어딘가 TV에서 보았던 화려한 삶에 이끌려 스스로의 인생을 연기하고,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순간 항상 힘들어 하는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마임의 핵심은 '여기 사과가 있다고 상상하는것'이 아니라, '여기 사과가 없다는 사시을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망각은 기억보다 위대한 창조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age 369 -

천사의 가루는 사랑했던 한 남자의 부재를 망각해 버린 여자의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기억은 남겨두고, 좋지 않은 추억은 모두 잊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한 경험은 누구나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록 더욱 기억은 아련해진다. 이미 그런 기억은 부정할 수 없이 과거지사가 되어 버린 까닭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기억을 지워버리면 어떨까? 과감히 안녕? 하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우리의 기억은 억지로 좋은 기억만 남겨두려고 노력하지 않더라도 더욱 아름다운 기억으로 가득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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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 최민식 포토에세이
최민식 지음 / 하다(HadA)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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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어떤 한 가지 방법 만이 정해 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야기로도 가능하지만, 글로도 가능한 것이고, 언어라는 형태를 띠지 않더라도 음악이나 그림으로도 나타내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는 바로 '사진'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은 사진 에세이다. 작가가 평생 찍은 사진 들을 골라내고, 그의 연륜이 묻어나는 생각이 글이 되어 책속을 메우고 있다. 우리는 책이라고 하면 흔히 글이 주인공이고 사진이 조연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눈길이 간 곳은 '사진'이었다.

 



 

책 속의 사진을 본다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작가의 생각이 머문 곳은 바로 사진 속의 그 순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찰나를 포착한다는 사진 속에는 역설적으로 글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책 속의 사진들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고 있다.

 

책의 첫 번째를 장식하는 사진은 1997년 네팔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다음 사진은 1987년 부산에 찍은 사진이다. 사진의 구성이 시대 순을 따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역적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 곳도 아니다.

 

마치 여행자가 여행을 하다가 무언가 만나고 생각하고 기다림을 하듯이 그렇게 사진들이 엮어져 있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가 아닌, 책을 여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페이지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내 마음에 드는 사진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고, 그리고 그 옆에 수놓여져 있는 글을 읽어 나가고, 순간 드는 생각이 내가 이 책을 읽어 나가는 모습이 마치 낯선 곳을 여행하는 사람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는 바로, 낯선 여행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없는 공간 속에서 문득 문득 느낄 수 있는 미지의 인생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었고, 사진 이었던 것 같다.

 

내가 걸오온 길이 성공적이었느냐 아니면 실패작이었느냐를 고민하지 말자. 그러기엔 시간이 아깝다. 제가 걸오온 길을 향해 자꾸 고개가 돌려질 때, 우리는 오히려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 page 11, 무엇을 얻기 위해 사는가 중에서-

 

책의 첫머리에는 내가 바로 어제 하던 고민에 대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목 마른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시원한 바가지 물 한 모금이 바로 이런 느낌일까? 잠시나마 갈증에서 해갈되는 기분이었다.

 

책을 덮으며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일상이 여행 속으로, 여행이 나의 일상 속으로 들어올 수 있기를, 그리고 나의 인생이 생각과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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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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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예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떠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일기예보였습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듣는 일기예보는 '미리' 듣는 것이지, 하루 일과가 끝난 '뒤'에 듣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예보는 데빌맨이라는 지옥의 디제이의 방송입니다. 데빌맨은 그날 하루동안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보를 합니다. 그런데, 데빌맨이라는 이름답게 그의 예보는 그 어느 누구라도 들으면 곧장 인상을 찌푸릴 것들 뿐입니다.

새 차를 산 사람은 그 날 당장 사고를 당하고,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오늘도 역시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으니 마지막을 준비하세요.' 하는 식입니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인생 예보를 가진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을 최악의 예보, 마치 봄날 소풍이 예정된 날, 오늘은 하루종일 장대비가 내릴 겁니다. 라는 일기 예보 만큼이나 암울한 인생인 주인공들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 일상에서 흔히 듣는 뉴스의 주인공들 같습니다. 아닙니다. 차라리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매일 듣는 '실제' 뉴스의 주인공들이 더욱 최악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상합니다. 오늘'예보'라는 제목과는 달리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이것이 '예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어찌 보면, 우리에게 보여주는 '예시' 또는 '경고' 같기도 합니다. 과거 우리 소설 들에서도 흔히 사용했던 '역설' 또는 '과장'의 기법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슲프고 암울한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오히려 재미있고 우스꽝스럽게 풀어냄으로써 이들의 이야기가 '남'이 아닌 '주위'의 이야기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고, 또 그로 인해 웃으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나'를 비롯해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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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노은주의 건축 진경
임형남.노은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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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개천이 흐르는 여름, 개천에서 멱을 감을 때면 느닷없이 소낙비가 내릴 때가 있었다. 비가 올 때 큰 나무 밑에 숨으면 위험하다는 상식 조차 모르던 때이므로, 큰 나무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좋은 집이 되어 주었으며, 널찍한 이름모를 잎은 좋은 우산이 되어 주었다.

비 오는 어느 날, 홀로 생각에 잠길 때면, 누구나 하나 쯤은 가지고 있는, 짐짓 미소를 짓게 하는 어릴 적 추억이 있다. 그때 그 시절이 너무나 요원하지만 손에 잡힐 듯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오히려, 어제 아침에 읽은 신문 기사, 통화를 했던 거래처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바로 어제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마치 나의 기억 속에 차마 발을 들여놓지도 못한 듯이...

세상은 점점 빨라지고 모두 한군데 모여 살다 보니 갈수록 사람들은 엽기와 신경질에 칡넝쿨처럼 엉켜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벽장은"은 구체적인 장소가 아닌 첨단의 디지털 문명이 만들어 준 가상의 공간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공간들은 감촉이 없고 냄새도 없으며 결정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 page 40 -

"나무처럼 자라는 집"의 지은이는 건축가 부부이다. 요즘 집 한 채 짓는데 채 몇 달 걸리지 않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역시나 집을 짓는 다는 것은 우리와 관련된 일 중에서 가장 큰 행사 중에 하나이다. 집 지을 자리를 고르는 일부터 시작해서, 뼈대를 올리고, 살을 바르고, 지붕을 올리는 것 까지, 조금이라도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그 집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또한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고, 조금 소홀히 한 부분이 있디면, 언젠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라도 들통이 나고 만다. 그런 것이 바로 집이다.

이처럼 집 짓는 것을 직업으로 한 사람 답게, 그의 책에서도 역시 그러한 내음이 난다. 갈색 물결 춤을 추는 책 표지에서 부터, 수채물감으로 그린 듯한 책속 그림들까지, 모든 것이 도면 속에 그려진 건축물 처럼 오밀조밀하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에는 책이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외향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읽을 거리가 없는 책에 이리저리 그림으로 채워 사람을 현혹하고, 공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 대개가 그림과 내용이 어울리지 않아, 그림은 그림대로, 글은 글대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도심 속의 인공 폭포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인공적이지 않은 그런 느낌이어서 더욱 좋다. 

집은 사람이 짓지만 시간이 완성합니다. 집이란 짧은 시간 동안 단번에 지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집 자체가 스스로의 완성을 유보한 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완성되어 간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page 20 -

지은이가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이미 10년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부러 책을 느리게 쓰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지은이는 집을 짓듯이 그렇게 글을 써나 간 것 같다. 책 속 이야기는 지은이가 직접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냐, 언제이냐가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내용이 아니다.

우리는 위대한 예술가는 후대에 가서 빛을 발하게 된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듯이 우리가 경험한 오늘 이란 시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우리가 주고받은 대화가, 만남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닫는데 역시,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지은이가 책을 쓰는데 걸린 10년이란 시간 역시 그리 긴 시간만은 아님을 생각해 본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건축물" 안에서 보낸다. 일을 할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우리는 건출물 "안"에 있다.

때론 건축물 "밖"에 있으면서도 "건축물"을 보는데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일상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건축물"이지만, 우리가 기껏 "집" 관해 이야기 할 때는 ’평당 얼마더라’, ’전세가격이 얼마나 하더라’ 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집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무언가 격조가 있어야 한다거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집에 대해 이해할 때, 그것은 마치 자연을 이해하는 것처럼, 집과 내가 함께 더불어 살아 숨쉬고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받아들여 주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때론  시장에 억지로 끌려 가는 투정 부리는 아이처럼, 때론, 할머니의 자장가에 이끌려 스르륵 잠이 드는 아이처럼, 그렇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집과 더 가까워 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는 인생이 더 다채로운 색깔들로 채워질 것이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탱글탱글한 도토리 묵 보다는 진한 향이 나는 따끈따끈한 순두부 같은 책이다. 비유가 하필이면 두부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이 책 앞에서는 체면도 내려 놓을 만큼 친숙한 그런 느낌이 난다. 책을 이어가는 대강은 지은이가 설계한 집들이다. 전국을 돌며, 여러 사람의 의뢰를 받아 집을 짓는 동안, 지은이가 방문한 여러 장소, 그리고 그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묻어난다.

그곳은 어떤 여행 책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그런 곳이며, 그가 만난 사람들은 비록 유명인은 아니지만, 우리가 때로 고민했던 마음 속 숨겨놨던 짐의 한 켠을 받쳐주는 고마운 충고가 되어 주기도 한다.

비슷한 날 휴가를 떠나고 비슷한 시간에 귀경 길에 오릅니다. 물론 머리를 많이 씁니다. "교통량이 적은 시간을 택해 고속도로에 오르리라? 그러나 모두 고속도로에서 만납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한가한 시간이 아니라 모두 고속도로로 올라오는 시간이었는지 모릅니다.
                                                                   - page 159 -



현실을 똑같이 그린 그림보다는 내가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솔직하게 그린 그림이 감동을 줍니다. 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자기의 화법으로 진솔하게 그린 그림도 감동을 줍니다.
                                                                     - page 61 -

책 속에는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도 많다. 스님이 평생 도 닦아 얻는 것이 결국 아무 생각 없음이고, 김정희가 평생 공부해서 얻은 경지가 일곱 살 대 글씨체라고 한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할까?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진정 원하는 집은 어떤 집일까? 초등학교 1학년 미술시간에 내가 그렸던 나의 집은 과연 어떻게 생기었을까?

건축에 관한 에세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고, 그리고 집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과 애정이 가득 배어나온다. 책의 이면 커버는 마치 화선지나 먹지 같아, 책 속의 향기가 그곳에 배어 있어, 나조차 그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 마져 든다.

최근들어 시골로 낙향하고 싶다거나, 한적한 곳에 별장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주말이 되면 가족들을 태우고 근교로 나가지만 그것은 도시가 싫어 탈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통해 자신들이 그간 얼마나 꽉 차인 도시 생활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몸짓 같았습니다.
                                                                          - page 93 -

인터넷을 두런두런 하다보면, 가끔 멋진 교외의 집에서 한 껏 멋낸 사진 이라든가, 화려하게 차려진 가든 파티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 어떠랴 라는 마음도 들지만 한 켠으로는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휴대폰을 끄거나 진동으로 바꿔주세요 하는 성우의 목소리 또는, 박물관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하는 문구, 어쩌면, 단순히, 관람을 방해하거나, 작품을 훼손하기 때문에 그런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이라면, 혹은, 자신이 마음 속으로 그리던, 혹은 자신이 정말 만족하는 어떠한 순간이라면, 잠시 다른 것은 내려 놓으라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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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역사
랜디 체르베니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디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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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가장 기분 좋은 것은 새로움을 발견했을 때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라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며,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이러한 것들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것에서 느끼는 동기부여가 주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하겠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다. 날씨는 더 이상 새로운 주제가 아니라고... 그렇다. 날씨는 더 이상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기상 예측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얼마전 기상청이 몰매를 맞았듯이, 급변하는 기상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 사실이고, 일반인들도 예전에는 기상학자들이나 썼을 법한 엘니뇨나 라니냐 같은 단어들에 친숙해져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러한 기후의 변화가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있는 것 같다. 그 결과 사람들은 첫째, 이러한 기후 변화의 방향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둘째로는 그러한 기후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이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고 하겠다 .첫째 기후 변화는 온실효과 또는 지구 온난화라는 절망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그러한 원인은 바로 우리 '인간 사회'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통설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와 같은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 식상하다 못해, 반복되는 뉴스를 듣는 것은 고역에 가깝다. 올해 역시 유난히 더울 것 같다는 뉴스는 정말 아스팔트 도로 위에 내리쬐는 복사열 보다도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것 같다.

다행히, 날씨와 역사에는 이런 답답한 기분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구태의연하게 반복되는 이야기, 더군다나 그 이갸기가 핵심은 건드리지 않고 주변만 툭툭 치면서 빙빙돌 때, 사람들은 이른바 '열'을 받는다. 날씨와 역사는 이와 다르게, 보다 핵심에 접근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대할 때,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수학문제를 푼다고 생각해보자. 그 수학문제를 효과적으로 풀려면?

아마도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을 버리고, 상상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가설과 공식, 그리고 실마리를 가지고, 자유롭게 문제를 풀어 나가면 해답이 보이게 마련이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x+y=z 라는 공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문제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기상과 날씨에 관해 몇 해 동안이나 줄곧 반복되는 뉴스와 기사 속에서 살아왔다면, 이제는 무언가 새로운, 물론 엄정한 과학적인 검증과 증거가 밑바탕이 된 그런 무언가 새로운 시도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책 속의 저자는 글의 말머리에서 기후와 기상의 차이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것이 책의 주제와 저자의 의도를 잘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상이 일부에 국한 된 것이라면 기후는 보다 광범위한 범위를 다루는 것이다.

"기후(Climate)는 앞일을 내다보는 것이고, 날씨(Weather)는 지금 코앞에 닥친 것이다."
                                                                                                       -책의 서두에서 Robert A. Heinlein -

또한 책 속의 저자가 말하듯이 기후는 신선한 학문이다.

물리학이나 화학 교재에서 어김없이 다루는 것은... 뉴턴이나 갈릴레이 같은 사람들이다... 이제 기후학 교재를 펴고 제1장을 보자... 기후학의 창시자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살아 있다. 그것도 아주 잘 살고 있다
                                                                                                      - 본문 12~13page-

이처럼 신선한 학문인 기후는 어쩌면,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오래된 문제'에 새로운 해답을 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한 한 예로 책속에서는 환경과 인간이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여럿 실려 있다. 예를 들면 주말에 더 많은 비가 내린 다는 속설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그러하다. 최근 들어 느낀 것이지만, 역시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비가 오곤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는데, 이 책에 의하면 그것이 우연의 결과물은 아니라는 설명이 나온다. 만약 역사적으로 날씨는 분석하고 그것을 통계화 했을 때, 그 결과가 7일의 주기를 나타낸다면, 이것은 인간에 의한 환경변화의 결과일 것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환경에는 7일 주기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책 속은 이러한 견해에 대해 보다 과학적인 설명으로 접근하고 있다. 인간사회 특히나 대도시나 그 주변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환경 변화는 인간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말에는 사람들의 대외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시기이다. 더욱 많은 자동차들이 교외를 향하고, 사람들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늘어가며, 도시의 온도는 더욱 상승한다. 그리고 인간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소음과 먼지들은 대기로 올라가게 되고, 이러한 인간활동의 영향이 결국은 대기의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비가 내리게되는 대기의 상태는 일명 저기압과 같이 기압이 낲고, 온도가 상승하여 지상의 수분이 증발하여 상승기류를 형성하며, 그렇게 상승한 물분자들이 쉽게 응집할 수 있는 먼지 입자와 같은 것들이 많은 상태가 바로 인간 활동의 7일 주기와 맞물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는 이것을 일요일 효과라고 부르고 있다.

설명이 약간 길어 진듯 하지만, 이와 같은 내용은 이 책 내용의 십분지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권의 책으로 어떤 분야에 관해 이처럼 신선하고 다양한 견해를 발견할 수 있는 일은 드문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분야의 권위적 과학자인 저자가 쓴 책인 만큼 책 속에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이 소상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단지 저자의 의견을 뒷받침 하기 위한 것을 넘어서 저자가 사용한 여러가지 측정 방법, 그리고 과학적인 도구들에 이르기 까지, 과학에 대한 상식까지 폭넓게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분명, 평소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날씨와 관련된 기사보다, 이 책 한 권을 시간내어 읽는 것이 보다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난다면, 저녁 시간 혹은 점심시간에 들려오는 TV 속의 날씨 관련 뉴스를 더 이상 일방적인 수용자가 아닌, 내 나름의 시각과 의견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해석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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