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 조광희 장편소설
조광희 지음 / 솔출판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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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다 읽고 난 뒤 책 표지에 이런 공지가 있는 건 아닌가 다시 한번 봤다.
이 소설은 그만큼 실제 사건을 방불케 할만큼 리얼리티가 뛰어났다.
비결은 저자가 현직 변호사라는 것.
법조계에 있는 분이 쓴 소설인지라 영장실질심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며,
검사의 신문은 어떤 내용인지 등등 디테일이 완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변호사라고 해서 다 글을 잘쓰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에 필적하는 ‘소설쓰기’는 아무나 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조광희 변호사가 이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건
1) ‘영화 관계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데다
2) 선거캠프에 참여한 경험이 몇 번이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검찰수사가 힘에 의해 좌우되고,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작업이 정치권의 농간에 의해 ‘정적을 제거하려는 음모’로 둔갑하는 것에 대해
저자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리라.
검찰을 보면 늘 안타까운 것이,
오랜 기간 권력의 시녀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그 습성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일은 이 소설에서도 등장하는데,
현실에서도 익히 봐온 광경이라 실화 같은 느낌을 준다.
최근의 예만 봐도 자한당 의원 권성동에 대해 검찰총장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그 검찰총장은 정당한 업무수행이었다면서
해당 사실을 폭로한 검사를 징계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 하지 않은가?


<검사내전> <미스 함무라비> 등등 법조인이 쓴 책들이 계속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독자들이 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고,
또 이 책들이 좋은 법률 드라마의 소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JTBC에 의해 드라마로 제작되는 <미스 함무라비>가 대표적인 예인데,
결말이 궁금해 계속 읽게 만드는 <리셋>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일이니,
이 책과 더불어 습한 날씨를 극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라캉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게 해주고, 강아지 말티즈가 ‘몰타’라는 나라에서 왔다는 것,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는 무지하게 어려운 책이라 웬만하면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등의 교훈도 주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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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조건 -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
바스 카스트 지음, 정인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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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는 주로 혼자 먹는다.
우리 과에 나 혼자인데다 학교 사정상 조교도 없어진 지 오래라
혼자 가서 잽싸게 먹고 오는 편인데,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으려고 책꽂이를 뒤졌더니
<선택의 조건>이 있었다.
2012년에 나왔으니 꽤 오래 된 책인데,
책을 받고 학교에 놔두고 온 탓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라는 부제는
평소의 나 같으면 좋아했을 것 같지 않지만,
그때는 왜 그랬는지 책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식사를 했던 시간이 잘해야 10분 남짓이었을까.
식당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는 시간까지 해봤자 15분 정도였을 텐데,
이 책은 그 시간 동안 날 매료시켰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책을 읽었다.
그만큼 책이 재미있었고,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까지 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점점 잘 살게 됐지만, 행복지수는 점점 떨어진다.
이건 도대체 왜일까?


책이 제시한 답안 한 가지는 ‘많이 가질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무인도에서 한 여성과 장기간 고립됐다고 해보자.
물론 그녀는 내가 싫겠지만, 다른 선택의 폭이 없으니 할 수 없이 나랑 결혼한다.
그리고 나랑 여보, 당신 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런데 배 한척이 조난을 당하면서 남자 하나가 섬에 들어온다.
나보다 잘생기고 근육질인 그 남성을 보는 순간,
내 아내였던 여성은 분노가 치민다.
“야, 이 나쁜 놈아. 이제 오면 어떡해!”
선택의 기회가 없었을 땐 나 하나로 만족할 수 있었지만,
다른 기회가 찾아오자 내가 싫어지면서 만족도가 떨어지는 거다.


많이 갖는 것의 부작용은 또 있다.
과거만 해도 사람들은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
어려운 일을 당하면 다른 누군가가 도와줬는데, 그러다보니 상호간의 유대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많이 갖게 되면 돈을 써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부르면 되니,
다른 이의 호의에 기댈 필요가 없다.
이건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기도 한데,
이런 삶은 개인에게 자유와 더불어 편안함을 주지만,
상호 유대감의 결여는 개인을 소외시키며, 이는 만족감의 저하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시 행복을 찾을 방법은 없을까.
에필로그에 보면 여기에 대한 저자의 답안이 있지만,
이게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매력적인 건, 읽는 내내 “와, 정말 그러네!”라며 무릎을 수도 없이
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자기계발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거엔 그 종류를 저평가했다면 요즘엔 자기계발서 중에도 보석이 있다는 걸로 바뀌었는데,
<선택의 조건>은 바로 그 보석 중 하나다.
6년만에 수렁에서 건져서 그런지 더 밝게 빛나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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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4-30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마태님 글에 댓글이 없을까요?

근데 마태님은 늘 겸손하신 것 같아요.
그녀는 나를 좋아할리 없지만...ㅎㅎㅎ
잘 생겼다고 상대가 항상 나를 행복하게 해 주진 않죠.
<라이브>란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이 그런 대사를 하죠.
경험상 잘 생긴 사람은 오래 못 가지만 재미있는 사람은
오래 간다나 뭐라나...

사실 그 드라마는 경찰 지구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경찰 일이 거칠긴 하지만 위험하니까 서로 챙겨주고
걱정해 주고 꽤 끈끈하더라구요. 소방관들이 또 그렇죠.
그런 끈끈함이 있어야 점점 줄어들고 있죠?
고독을 찬양하고 편한 것만 좋아하고.
마태님이 자계서 자꾸 좋다고하시니까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마태우스 2018-05-18 23:53   좋아요 0 | URL
앗 죄송해요 답이 늦었습니다 ㅠㅠ
자기계발서도 나름인 것 같습니다
이 책 정도면 웬만한 소설보다 나은 듯요.
글구...무인도 얘기는 겸손이 아니라,
제가 저를 너무 잘 알아서 하는 소립니다.ㅠㅠ

책읽어주는홍퀸 2018-05-09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저도 이런경우많아요 제목이나겉표지느낌으로 크게안땡겨서 방치하다가 문득읽어보다가 확 깨지는(‘책은 도끼다‘가생각나네요)암튼 어떤책이든 던질때던지더라도 일단은읽어야겠드라고요ㅎ

마태우스 2018-05-18 23:54   좋아요 0 | URL
책은 도끼다, 그거 제가 쓴 책의 ‘적‘입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함정이지만요^^

페크pek0501 2018-05-1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계발서를 무시해서 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저는 거기서도 보석을 찾는 1인입니다.

마태우스 2018-05-18 23:54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정말 보석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우리는 그러니까 보석 탐지인이네요. ^^
 
나는 미생물과 산다 - 인류 기원부터 시작된 인간과 미생물의 아슬아슬 기막힌 동거
김응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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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독서>가 우리집에 배송된 날, 책장을 넘기던 난 아내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여보, 이제 고생 끝났어. 이젠 기다리기만 하면 돼.”
여기서 말한 기다림은 그 책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순간을 지칭하는데,
<책은 도끼다>를 넘는 엄청난 책이 될 것을 기대했던 그 책은
‘도끼’의 속편 격인 <책은 다시 도끼다>도 넘어서지 못했다.


간만에 판매에 욕심을 냈던 책이라 실의에 빠져 시간을 보내던 중
메일 한 통이 온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추천사 써주신 덕분에 제 책이 잘 나갑니다.”
메일을 읽고 생각했다.
책이 잘 나간다면 어느 정도일까? 분야별 50위?
별 생각없이 그 책의 판매지수를 보던 난 깜짝 놀란다.
분야별이 아니라 ‘종합’, 그것도 10위 안에 그 책이 있는 거다!
나중에는 그 책이 종합 1위에 오르더니 한동안 그 자리를 지키기까지 했다.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는 요령을 적은 그 책이 왜 그렇게 잘팔렸을까?
그때는 조현민과 이명희 모녀의 갑질이 화제가 되기도 전인데 말이다.
잠시 생각을 해보던 난 저자의 말을 믿기로 했다.
내가 쓴 추천사가 그 책이 잘 팔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내 안에 놀라운 재능이  숨어 있다는 걸 안 건 그때였다.
내가 베스트셀러를 쓰진 못하겠지만, 남이 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줄 수는 있다!


혹시 내 추천사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또 없을까 했더니,
있었다.
김민식 피디가 쓴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가 바로 그 책이다.
혹자는 그 책에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추천사를 썼지 않느냐고 할지 몰라도,
조인성이나 김제동처럼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쓴 추천사가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들의 추천사를 읽다보니 내 추천사가 유난히 더 빛이 난다.
알라딘에선 내 추천사가 잘렸기에 여기다 전문을 싣는다.
[<매일 아침 써봤니>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는가, 에 관한 책이다. 글쓰기 책을 내고 강의도 다니는 내가 라이벌이라 할 이 책에 추천사를 쓰는 이유는 영화 <공범자들>의 “김장겸은 물러나라!”가 떠올라서만은 아니었다. 난 원래 강한 상대를 만나면 기꺼이 무릎을 꿇는 스타일이며, 추천사를 통해 그 강자에게 잘 보이는 게 더 낫다 싶어서였다. 이 책이 꼭 베스트셀러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베스트셀러에 추천사를 쓴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다시 읽어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책이 알라딘 종합 top 10에 5주간이나 머물렀던 건 바로 이 추천사 덕분이다, 라고 우겨본다.


그러자 더 큰 욕심이 생겼다.
추천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책을 기획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말이다.
모 방송프로에서 세균 전공자인 연세대 김응빈 교수를 만났을 때, 바로 이분이다, 라고 생각했다.
내가 기생충을 사랑하듯 자신의 전공인 세균을 사랑하는 분,
내가 기생충을 말로만 사랑할뿐 몸에 키우지 않는 것과 달리
100조마리의 세균을 직접 몸에서 키우시는 분이 바로 김응빈 교수님이다.
그분한테 물었다. 책을 쓸 생각이 없느냐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난 과학 분야에선 ‘굴지’라고 할만한 을유문화사에 김교수님을 추천했고,
그 결실이 얼마 전 책으로 나왔다.
그 책에도 내 추천사가 들어 있으니, 최소한 종합 top 10은 들어가지 않을까.
혹시 이 책이 종합 1위를 한다면 을유문화사에 얘기할 거다.
“저...삼겹살이라도 좀 사서야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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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04-25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 쓰신 추천사를 엮어서 책으로 내면 대박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리 먼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 다행이겠지요??? ㅎㅎㄹ

마태우스 2018-04-25 23:50   좋아요 1 | URL
헤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아무도 안살 것 같은데요 ^^ 이문식 씨가 주연하려고 하면 잘 안되는 것처럼, 저도 조연에 만족하려 합니다.

2018-04-25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5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6 0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6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4-26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오늘 페미니즘 강연으로 대구에 오게 됐는데 만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독서모임이 있어서 강연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어요.. ㅠㅠ

마태우스 2018-04-26 11:07   좋아요 0 | URL
아 네.... 싸이러스님을 뵐 흔치 않은 기회였는데 아쉽습니다 ㅠㅠ

보리숲 2018-04-27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소 세균을 키워본 분이란게 넘 웃겨요 ㅋㅋ

마태우스 2018-04-29 19:38   좋아요 0 | URL
아 네...ㅋㅋ 사실 저도 세균을 많이 키우고 있죠^^
 
13일의 김남우 김동식 소설집 3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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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중 한 남성분이 아는 체를 한다.
TV에 안나나가보니 급격하게 인지도가 하락했기에, “내가 아직 안죽었구나”고 생각했다.
근데 그는 자신이 ‘김민섭’이란다.
<대리사회>를 쓴 그 김민섭 선생 말이다 (이하 존칭생략).

전화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만난 적은 처음이라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에 관한 신문칼럼 얘기를 했다.
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기호가 경향신문에 쓴 해당 대목을 잠시 소개한다.
[제가 발행하는 <기획회의>에 인터뷰 기사를 연재하던 그는 작년 10월에 김동식 작가를 소개했습니다. 저는 그가 전해준 김동식 소설 20여 편을 읽어보았습니다. 묘사도 없고 구체적인 서술도 없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저는 책을 내보자고 했습니다. 대신 한 권이 아닌 세 권을 펴내자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오늘의 유머’에 글을 연재하던 ‘네티즌’ 김동식은 이렇게 해서 세 편의 소설집을 낸 작가가 됐다.
얼마 전 그 세권을 모두 읽었는데,
근래 읽은 책 중 이 책처럼 기발한 책은 없었다.
예컨대 3권에 실린 <버려버린 시간에도 부산물은 남는다>는
아니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가 있지, 라는 감탄을 하며 읽었고,
<자긍심 높은 살인청부업자>도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단지 기발하기만 한 게 아니라
<김남우 교수의 무서운 이야기>처럼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많았는지라,
다 읽고 난 뒤에도 소설의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과거 베르베르가 썼던 <나무>가 정제되지 않은 느낌을 줬다면,
이 시리즈는 기발함과 더불어 단편마다 완성도가 뛰어났다.
그래서 난 저자인 김동식이 문학청년 시절을 거치고 계속 글만 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여년간 성수동 공단에서 일했다. 그동안 읽은 책도 많지 않고, 글을 쓰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글 쓰는 법’을 검색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처음 그의 글에는 맞춤법 오류도 꽤 있다. 게시판의 독자들이 이를 바로잡아줬다. 작가는 독자들과 댓글로 소통하면서 글의 서사도 다듬어갔다. 이런 면에서 독자가 만들어낸 작가이기도 하다.(출처 경향신문 20180110, 김향미 기자)]
잘 쓰지도 못하면서 10여년간 지옥훈련을 했다면서
“글 잘 쓰려면 책읽고 글만 쓰세요!”라고 역설했던 내가 머쓱해진다.


“책 정말 재미있던데요. 이 책 나온 게 다 선생님 덕분이라면서요.”
내 말에 김민섭은 수줍게 웃으며 자신은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시간 날 때 리뷰라도 쓰겠다고 했더니 김민섭은 꼭 그렇게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김동식 작가가 잘 된다고 해서 김민섭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터,
하지만 세상엔 이렇게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

난 그렇게 하지 못하니 그런 분들을 칭송하는 게 고작인데,
그러니까 이 리뷰는 좀 늦긴 했지만 김민섭과 했던 약속의 결과물이다.
지금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라는 김민섭,
그 책이 나오면 난 또 기꺼이 리뷰를 쓰리라.

이런 분은 좀 잘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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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8-03-30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물론 읽어봤는데 상상력이 기발하고 인간의 내면에 대한 통찰이 정말 놀랍더라구요.

마태우스 2018-03-31 23:44   좋아요 0 | URL
그죠. 인간 내면을 적나라하게 비꼰 거라, 공감이 가더라고요.

어린왕자 2018-03-3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민섭작가님의 팬이라, 김동식작가님의 <회색 인간>을 사놓았는데요, 이상하게 손이 안 가네요. 용기를 내서 도전해 봐야겠어요. 선한 마음을 가진 우리 모두가 흥하기를!

마태우스 2018-03-31 23:43   좋아요 1 | URL
오옷 한두편씩 읽다보면 곧 중독됩니다. 어린왕자님도 흥하시길

stella.K 2018-03-3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싫은 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책에서건 긍정적인 면들을 끌어내시잖아요.
이책 반응이 좋아서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참, 저의 책도 리뷰를 꼭 부탁드릴 걸 그랬나 봅니다.ㅋㅋ
아닙니다. 그냥 해 본 소립니다. 그게 언제쩍 일인데...3=33

마태우스 2018-03-31 23:43   좋아요 0 | URL
앗 전 그런 사람이 아닌데요... 제가 님한테 죄송한 게 많습니다ㅠㅠ 그래도 제가 님 책은 인물과 사상에 썼는데, 흑...저로선 잘한다고 한 건데요 흑흑.

stella.K 2018-04-02 13:20   좋아요 0 | URL
헉, 인물과 사상에요?
전 몰랐습니다. 인터넷 교보에 인용하신 건 알고 있지요.
아유, 제게 미안하실 게 뭐가 있습니까?
오히려 제가 마태님께 은혜를 입습니다.
알았으면 사 봤을 텐데...ㅠ
어쨌든 고맙습니다. 다신 이런 얘기 안하겠습니다.흐흑~ㅋ

불사조 2018-04-25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수님, 오늘 재미있고 유익한 강연 정말 잘 들었습니다.
초창기 알라딘 서재에 글쓰실때부터 팬이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지나 제 아들도 교수님 책 3권 이상 읽고 팬이 되었어요.
이번에 아들이랑 둘이서 교수님 강연소식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어요. 히힛~
해양생물학자가 꿈인 아들만 싸인받고, 저는 부끄러워서 팬이라고 말씀도 못드렸네요.
교수님의 강한 멘탈과 의지력이 부럽고 본받고 싶은 소심인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활동 많이 해주셔요.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8-04-25 21:09   좋아요 0 | URL
어머나 안녕하세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해양생물학자가 되겠다던 아드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 어린 나이에 자신의 꿈을 갖고 있다는 게 저로선 부럽습니다. 선생님도 멘탈 기르시길 권합니다^ ^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 인지 과학이 밝힌 진보-보수 프레임의 실체
조지 레이코프 & 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 생각정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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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진보 진영을 응원하는 입장에선
돈이 많지 않은 유권자들이 보수에게 투표하는 게 못내 야속했다.
그 보수 후보는 당선된 뒤 사회복지를 축소함으로써 자신들을 힘들게 할텐데 말이다.
홍세화 선생님은 이를 두고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화’라고 일갈하셨는데,
많은 지식인들은 이런 현상을 ‘그들이 무식해서 그렇다’라고 해석했다.
나 역시 그런 줄만 알았는데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이하 끌리는가)를 읽어보니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책의 설명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정에는 두 가지 모델이 있어서,
아버지가 절대 권위를 가지고 선악의 기준을 정하는 ‘엄격한 가정’이 있고,
아버지가 자녀들과 합의해서 가치의 기준을 정하는 ‘자애로운 가정’이 있다.
엄격한 가정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말한다.
“세상은 정글이야. 너는 힘을 길러야 해. 그래서 저 바깥의 악당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어.”
자애로운 가정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그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다 사회 탓이란다.”


그런데 국가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가정의 연장선상에 있어서,
‘조국’이라든지 ‘모국’ 같은 말을 쓰고, 또 ‘건국의 아버지’ 같은 말도 쓴다.
따라서 정치에 있어서 사람들이 어떤 모델을 적용하는지는
“자신의 문화적인 경험과 개인적인 경험” (170쪽) 그리고 “공적 담화를 지배하는 언어” (152쪽)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아버지들은 대부분 절대적인 선악기준을 가지고 아이들을 훈육한다.

어린이들의 세계도 크게 다를 바 없어,

힘이 센 아이가 힘이 약한 아이에게 양보하는 것보다,
힘이 센 아이가 힘을 이용해 자기 뜻을 관철시키는 경우가 더 잦다.

즉 진보보다는 보수의 가치가 훨씬 더 쉽게 몸에 체득된다는 뜻,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사익에 관계없이 보수 쪽을 지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해석을 맞게 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드는 의문은 이 책의 저자들이 사는 미국이야 그럴 수 있다쳐도,
아무리 그래도 한국에서 활동하는 참담한 수준의 보수에게 표를 던지는 건 좀 너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만일 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설치는 우리나라 보수를 봤다면,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난 좋은 책을 ‘재미있든지, 아니면 유익하든지 최소한 둘 중 하나는 갖고 있는 책’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끌리는가>는 유익하면서 재미까지 있는, 내 기준 완벽한 책이다.
물론 처음 몇십 장은 은유 어쩌고 하면서 약간 심오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 포기하지 말고 계속 책장을 넘기다보면 깨달음의 순간이 오고,
그 깨달음은 커다란 쾌감을 선사한다.
하기야, 수십년 된 의문을 풀어주는데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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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털이 2018-03-2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선생님은 글을 재미있게 쓰십니다. ^^

마태우스 2018-03-23 04:57   좋아요 0 | URL
앗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박선용 2018-03-2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댓글을 안 달 수가 없네요.
우연하게 보기 시작했는데... 마태우스님의 다른 글들도 읽어보게 됩니다.
생각이 비슷하면 글도 잘 읽히죠... 마태우스님의 글에 공감!!!
글들이 재밌어요. 그리고 유익하기까지~~ 저의 기준으로 좋은 글입니다.^^

마태우스 2018-03-25 08:53   좋아요 1 | URL
칭찬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사실 비논리적이라고 느껴지는 글은 자기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더라고요. 편견에서 자유로워야 하는데, 인간인 이상 그게 힘든 듯요.

꼬마요정 2018-03-2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책 잘 받았습니다. 정말 소중하게 잘 읽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마태우스 2018-03-30 04:12   좋아요 0 | URL
네 요정님 제가 늘 감사했는데 이참에 조금이라도 드릴 수 있어서 좋았어용.

로자 2018-03-2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보내주신 책과 메시지 잘 받았어요. 저도 꼬마요정님처럼 소중하게 읽을게요.
정말 고맙습니다. 6월에 목포 오신다니 그때 꼭 뵙기를 바랄게요.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하셨으면 좋겠네요^^

마태우스 2018-03-30 04:12   좋아요 0 | URL
네 나이드니깐 건강이 뭣보다 중요하죠!
님도 건강하시고용.

북다이제스터 2018-06-12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수가 더 세련되었기에 그렇단 글도 봤습니다. ㅎ 진보가 다소 투박한 건 맞는 것 같습니다. ^^

마태우스 2018-07-15 16:21   좋아요 1 | URL
답이 너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진보가 투박하단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