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평점 :
"볼 게 많은데 굳이 책을 봐야 해요?"
"읽으려 해도 읽을 책이 없어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실제로 독서 관련 강의를 할 때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니는 애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그들이 지금까지 책읽기를 별로 하지 않았을 뿐더러
앞으로도 읽고픈 마음이 없다는 거니,
내가 뭐라고 답한들 별로 달라질 건 없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해보긴 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숨막힐 듯이 재미있고,
그 재미가 취향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해당되며,
우리네 삶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뿐 아니라
결말마저 훌륭해 읽고 난 뒤에도 계속 여운이 남는 책이 있다면,
책의 필요성을 회의하는 이들에게 필살기로 내놓을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질문한 이가 그 책을 읽으면서
"아, 이런 책도 있으니 앞으로도 책을 읽어야겠다"라고 생각을 고쳐먹을 수가 있지않을까?
요 몇년간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추천했다.
물론 그 책은 재미와 따뜻함을 모두 주는 훌륭한 책이지만,
만사 제쳐놓고 책에 빠져들게 만드는 책은 아니었다.
어제, 드디어 그런 책을 찾아냈다.
<범죄자>라는, 아주 평범한 제목을 지닌 이 책은
오타 아이라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가가 썼다.
살 때만 해도 큰 기대를 품지 않았는데,
웬걸. 이 책은 지난 이틀간 내가 아무 일도 못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스릴러라 해도 두세차례 위기가 닥치는 게 고작일텐데
이 책은, 특히 '하권'은, 주인공들의 목숨이 위험해지다 가까스로 벗어나는 상황이 십수차례 나온다.
초절정미녀를 봐도 뛰지 않던 내 가슴은 <범죄자>와 함께 하는 내내 콩당콩당 뛰었다.
위기가 너무 잦으면 식상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어떻게 매번 사람을 쫄깃하게 만들까?
우리나라 범죄물의 문제점은 범죄자와 경찰 중 한쪽이 아주 바보여서
아주 간단한 트릭으로도 속아넘어간다는 데 있다.
하지만 <범죄자>의 악당들과 주인공들은 둘 다 머리가 비상해서,
감탄이 나올 정도의 치밀한 두뇌싸움을 한다.
계획을 세우면 저쪽이 알아내서 뒤집기를 시도하는 바람에 계획이 다 어그러지고, 이러다보니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 들 수밖에.
한 마디로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필살기의 조건을 모두 갖췄고,
최근 몇년간 본 어떤 책이나 TV, 영화, 심지어 자한당 홍준표보다 더 재미있다!
다음 독서강의 때 누군가 위에서 언급한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답하련다.
"닥치고 <범죄자>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