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이상은은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를 불렀다.
신나는 노래와 율동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결국 이상은은 대상을 받는다.
그때만 해도 난 이상은이 오래지 않아 가수를 그만둘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엔 가수는 노래만 할 뿐 지금처럼 토크와 연기 등 노래 외적인 일을 하는 시대가 아니었는데,
이상은은 가수만 하기엔 끼가 너무 많아 보였다.
좀 더 솔직히 말해서, 이상은이 뮤지션이란 직업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난 뮤지션의 가능성을 이상은보다 그 가요제에서 2등을 한,
<슬픈 그림같은 사랑>을 부른 이상우에게서 찾으려 했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난 편견으로 가득찼던 그때의 예언을 깊이 반성한다.
앨범 한두장 내고 사라지는 가수들이 천지인 세상에서,
이상은은 15장의 정규앨범을 내면서 여전히 가수로 활동 중이니까.
특히 1993년 나온 5집 앨범의 수록곡인 <언젠가는>은
세상에 이런 노래가 있을까 싶을만큼 좋은 노래였다.
그 후 그 노래는 나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골 노래가 됐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 서러움이 밀려왔던 요즘,
난 시시때때로 <언젠가는>을 흥얼거렸다.
내가 심각한 음치라면서 제발 그만 좀 부르라는 아내에게 구박을 받아가면서도 말이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로 떠내려가는 건 한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 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난 스물을 갓 넘긴 젊은이였다.
그때 들어도 좋았던 이 노래는 노년을 앞둔 지금의 내게 더 큰 울림을 선사해준다.
오늘은 유독 이 노래가 생각나,
천안아산역에 차를 세워놓고 차 안에서 <언젠가는>을 몇 번이고 들었다.
예전엔 그냥 좋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든 뒤 들으니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맺힌다.
좀 어이없는 얘기지만, 후렴구에 이르니 눈물이 나기까지 한다.
내 젊은 시절이 새삼 그리워지는 건 아닐 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 노래의 작사자는 바로 이상은, 그 젊은 나이에 어쩜 이렇게 멋진 가사를 썼는지 존경스럽다.
내가 들은 노래의 소스인 <달팽이 호텔>에서 성시경은
"가수가 좋은 음악 한 곡을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이상은은 이 노래로 인해 앞으로도 오래도록 내게 '뮤지션'으로 기억될 것 같다.
서비스: <언젠가는> 듣기
http://blog.naver.com/vlrtlvfhr11?Redirect=Log&logNo=221233417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