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밤의 테러

전날 <디 아이2>를 보느라 늦게 자는 바람에 어제 아침 눈이 잘 안 떠졌다. 다리도 아프고 하니 테니스를 치러 가는 게 귀찮아져 비나 와라,고 주문을 외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날이 흐리고 비가 부슬부슬 온다. 잘 됐다 싶어 다시 자리에 누웠다. 조금 있으니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난다.

“민아, 일어나서 똥 좀 치워라.”

갑자기 무슨 똥?

“누가 현관 앞에다 똥을 싸놨다.”

“개똥 아냐?”

“분명히 사람 똥이야. 징그러워서 못치우겠으니 니가 치워.”

그리 으슥한 곳도 아니고, 1층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음에도 우리집 현관에 똥을 누는 사람은 도대체 뭔가? 십중팔구 원한관계일 거라고 생각한 난 자리에 누워 내게 원한을 품었을법한 사람을 생각해 봤다.

사랑을 고백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던 여자A, 여자B, 여자C, 야클, 여자D, 여자E....

좀 억울했다. 난 하나고 그들은 여럿인데, 내가 어찌 모든 사람의 연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찌 그렇게 유치한 방법으로 복수를 한단 말인가? 내 상상이 맞다면 앞으로 우리집 현관에 이런 일이 자주 생길 것 같다.


2. 새벽의 테러

오늘 새벽, 전화벨이 울렸다. 평소 잠을 깊이 들어 어지간한 벨소리에는 안깨는데, 하도 집요하게 울리는지라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011-9331-26*4, 모르는 번호다. 새로 산 휴대폰의 슬라이드를 올렸다.

“여보세요...”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이 들린다.

“자나?”

새벽에 내게 전화할 남자는 없었다. 더구나 그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소리, 난 정색을 하고 물었다.

“누구세요?”

전화는 끊어졌다. 통화내역을 보니 그 인간이 내가 전화 받기 전 세 번이나 더 전화를 걸었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통화 중 대기’의 시대 아닌가. 잠이 완전히 깬 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안받는다. 다시 걸었다 (받을 때까지 걸 참이었다). 받는다. 아까 그 목소리는 아니다. 새벽에 걸어놓고 그냥 끊는 법이 어딨냐고 물었다.

“죄송합니다. 제 친구가 전화를 잘못 걸었습니다.”

한마디 더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설친 잠은 도대체 어디서 보상을 받는담? 중요한 번호는 다 입력하고 찾아서 쓰니 잘못 걸린 전화도 드문데 말이다. 추적이 안되는 내 방 전화로 계속 전화를 걸어 괴롭히고픈 마음이 생기지만, 참기로 했다. 나는 군자니까. 매화, 난초, 대나무, 마태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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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2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어이하여 야클님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셨나요...^^

paviana 2006-08-28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한테 차이신거 아니에요? =3=3=3

다락방 2006-08-2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화,난초,대나무,마태우스..
우하하
오늘은 완전 블루 먼데이라 기분 다운됐다가, 마태우스님 페이퍼를 보니 웃게되네요.
어쩌면 이 오후는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예감이 들어요. :)

야클 2006-08-2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로 전 아닙니다. 아무리 원한이 있다고 해도 제가 설마 "똥에는 똥으로"라는 식의 치사한 복수를 할 정도로 밖에 안 보입니까?
비록 그전에 제가 좀 튕긴다고 우리집 앞에 님께서 자행하신  무자비한 방분(放糞)테러에 치를 떨긴 했지만 제게는 그래도 님에 대한 일말의 애정이 남아있답니다.

그런데 아직도 궁금한 것은,  그때의 그  엄청난 양의 "그것"이 전부 님이 진짜  생산하신 거였나요? 전 무슨 순대가 몇다발 또아리를 틀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쾌걸조로처럼 옆에 남겨 놓으신 말그림화장지(물론 사후처리용)가 아니었다면 설마 인간의 그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할뻔 했어요.

이제는 솔직히 말할 수 있지 않나요?   ^^


비로그인 2006-08-2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ㅎㅎㅎㅎㅎㅎ~
웃다 넘어가겠습니다~

해리포터7 2006-08-28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정말 무시무시한 테러군요.!!!

비로그인 2006-08-28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의 페이퍼에 이은 야클님의 댓글 때문에 혼자 웃다가 울었습니다 흐흣

비로그인 2006-08-28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웃고나니 정말 궁금해집니다. 진범은 누구일까요? 갑자기 제가 얼마전에 본 영화 `인사이드 맨'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누가 적인지 알기도 힘들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고, 서로의 `인사이드'를 캐내려고 하던 영화였어요. 진범이 나타나거든 꼭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만두 2006-08-2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은 잘 씻으셨으리라 믿습니다^^ㅋㅋ

라주미힌 2006-08-2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운 사람을 눈여겨 보세요...

Mephistopheles 2006-08-2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마굿간에 가보면 말이 싸는 양(?)이 장난이 아니긴...합니다만...=3=3=3=3=3

ceylontea 2006-08-2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야클~~!! ^^

한밤중, 이른 새벽에 잘못 걸려오는 전화는 테러 맞아요..ㅠㅠ;

라주미힌 2006-08-2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요...
똥의 DNA 분석을 의뢰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간밤에 마태우스님이 술을 많이 드셨을지도 모르는 일...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었더니.. 추리력이 올랐어요 ㅡ..ㅡ;
갑자기 프랑스 부부의 사건이 떠오르길레 단서를 남기고 갑니다
=3=3=3

하늘바람 2006-08-28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아' 이름 너무 예쁘세요. 마태님과는 느낌이 또 다르네요

moonnight 2006-08-28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억. 떡먹고 있었는데. ㅠ_ㅠ;;; 마태우스님 왜 그리 원한을 많이 사셨나요. 야클님의 무시무시한 댓글 읽으며 웃다가 기절할 뻔 했습니다. ^^; 예전에 제 전화로 새벽에 문자 폭탄을 투하한 여인네-_-가 있었지요. 남친에게, 잘못했으니 헤어지잔 말은 말아줘. 우리가 같이 한 세월이 얼만데.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내용이 너무 구구절절해서 제 맘이 어찌나 아프던지. 번호 잘못 입력하신 거 같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죄송하다고 답문자가 왔는데 문자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듯. ㅠ_ㅠ 그때문에 잠이 완전히 깨버리긴 했지만 그건 테러가 아니었어요. ^^;;; 여튼, 수고 많으셨습니다. ;;;;;

비자림 2006-08-2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큭 야클님 댓글에 정말 쓰러집니당^

모1 2006-08-28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들 사이에 야클님이 보여서 깜짝...그나저나 똥이라니..그 분 대단하시네요. 아파트 살때 앨리베이터에 누가 눈 오줌을 본적은 있는데..

마노아 2006-08-28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화, 난초, 대나무, 마태우스.... 으하하핫, 마태우스님 서재에 오면 엔돌핀이 무한대 생성되어요. 어쩝니까. 계속 테러를 당하라고 할 수도 없고^^;;;;

클리오 2006-08-2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군자니까. 매화, 난초, 대나무, 마태우스' --- 이 대목을 보면서 님이 얼마전 페이퍼에서 훌륭한 유머를 수없이 양산하셔서 사람들이 님의 입만 쳐다봤다는 것이 비로소 진심으로, 100% 믿어졌습니다.. 조금이나마 의심했던거 죄송합니다... ^^(아~ 안보고도 믿는자가 행복하다 했거늘... ^^)

달콤한책 2006-08-2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과 야클님...알라딘 최고의 만담 커플이십니다^^

해적오리 2006-08-2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추천을 안 할 수 있으리요.. 야클님 댓글과 함께 퍼다가 저만 아는 장소에 길이길이 저장해두래요. ^^

마노아 2006-08-30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지금 보니까 말이죠. 카테코리 잘못 설정하신 것 같아요. '영화'쪽 분류로 되어있잖아요^^;;;

마태우스 2006-09-01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아 정말 그렇군요. 지금 고쳤습니다
해적님/추천 감사드려요 야클님의 댓글이 제 글을 빛내주시네요
달콤한 책님/하지만 야클님의 말을 믿는 건 아니죠??^^
클리오님/님 뵜을 때 별반 못웃겨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땐 제가 경지에 오르기 전이었다는.....^^
마노아님/엔돌핀 값 한꺼번에 내셔야 합니다^^
모1님/그런 경우는 왕왕 있지요. 술취한 남자들이 그러는 거겠죠 아마
비자림님/제 글에 대한 관심을 몽땅 채가시는 솔개같은 분...^^
달밤님/아아 님은 소설같은 이야기를 경험하셨군요... 근데 버스는, 붙잡는다고 서는 게 아닌데... 제가 넘 냉정한가요??
하늘바람님/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이름 젤 잘짓는 작명소에서 지은 거라고^^
산새아리님/야, 야클님에게 세뇌되셨군요 흑....제 편인 줄 알았는데.......좋아요 해보자구요! 흥, 피, 치
실론티님/테러를 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어요^
메피님/어어 님도 친야클을 선언하시네요 메피와 마태는 같은 씨족입니다. 돌아와 주세요
산새아리님/제 주위에 딱 한분 계신데...메피님이라고....
만두님/제가 그래도 손은 잘 씻습니다^^
주드님/저도 인사이드 맨 봤어요. 그런대로 재밌게 봤었는데... 글구 원래 이런 사건은 범인 잡기가 힘들지요 하나씩 불러다 족치는 수밖에요^
해리포터님/그러게 말입니다. 새벽의 대변이라니...
고양이님/언제 야클님하구 같이 보죠 뭐. 누가 진정한 고수인지 가려보자구요^^
야클님/댓글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야클님, 제가 그래서 님을 존경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젠 진실을 밝히세요 맨날 물타기만 하지 마시구!!
다락방님/그날 오후가 괜찮으셨는지 뒤늦게 여쭤 봅니다.... 글구 감사합니다.
파비님/모함입니다!
메피님/제 몸은 하나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