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씬한 여자를 뻔뻔스럽게 쳐다보는 남자들이 난 싫다.
“나처럼 티 안내게 살짝 봐야지 저렇게 보면 성희롱이라구!”
하지만 이런 나도 ‘절세’ 자가 붙는 여인을 보면 어쩔 수 없다.
할머니를 모시고 월드컵 공원에 갔을 때, 열심히 줄넘기-두번넘기로-를 하다가 ‘절세’의 미녀 셋이 까르르 웃으며 뛰노는 걸 목격했다. ‘유유상종이라더니 어쩜 저렇게 다 예쁠까?’ 미니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다리를 보다보니 현기증이 느껴진다. 의자에 앉아 호수를 보시는 할머니를 불렀다.
“할머니, 잠깐 산책 좀 해요.”
난 할머니의 팔짱을 꼈다.
“아이고, 좀 천천히 가자. 허리가 아파 죽겄다.”
가까이서 본 그녀들은 더 눈이 부셨다. 태양은 진 지 오래지만 그녀들의 주위에선 광채가 나는 듯했다. 서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그녀들을 지나며 난 내가 할머니를 모시고 공원에 온 효자라는 걸 알아주길 바랐다. 내 바람이 통한 건지 가장 예쁜 여인이 날 부른다.
“저... 사진 좀 찍어 주실래요?”
그녀들은 내 앞에서 이쁘게 포즈를 취한다. 아, 이건 역광이다. 눈이 너무나도 부시다. 하지만 그녀들이 주문한대로 셔터를 누른다. 카메라를 건내준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제가 감사하죠.’
다시금 자리로 돌아온 후에도 내 눈은 여전히 그 여인들에게 가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짧기만 했다. 사진 몇 장을 더 찍은 후 여인들은 천천히 주차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난 책을 보는 척을 하면서 그네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본다.
“그만 가죠.”
그네들이 사라진 지 2분 쯤 지났을 무렵, 난 할머니에게 가자고 한다.
“그러자.”
할머니에게 죄송해서 한마디를 덧붙인다.
“비가 올 것 같아서요.”
그날, 비는 한방울도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