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론 환영입니다.
1. 남자는 정력이 센가?
“어디 소개해 줄 여자 없냐? 정력은 뻗치는데 잘 여자가 없네.”
오랜만에 만난 유부남 동창이 취기가 오르자 한 말이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성매매특별법을 거품을 물고 비판한 그는 시종 “남자는 성욕이 강해서 풀 곳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쯤은 진심이라고, 아는 여자 있으면 소개를 해달라는 그에게 물었다.
“아내랑 자면 되잖아?”
분위기는 갑자기 썰렁해졌다.
그는 아내와 잔 지 6개월이 넘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성욕이 넘치고, 집에서 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음에도 다른 여자만 넘보는 건 왜일까? 그 친구만 그런 건 아니다. 내가 이상해서 그런지 주위를 보면 죄다 ‘아내랑은 안잔다’는 걸 모토로 삼고 있다. 어쩌다 잔다 해도 그건 ‘의무방어전’에 불과하다나.
2. 내가 생각하는 이유
왜 이렇게 된 걸까? 그건 남자가 여자를 ‘산’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늘 집 앞에 있는 산이 아닌, 오르기 힘든 험한 산.
여자와 연애를 할 때, 남자의 목표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 여인과 한번 자보는 것이다. “그 산 어디까지 올라가 봤어?”라고 흔히 묻듯이, 남자들 사이에서는 “손을 잡았냐” “뽀뽀는 했냐”가 관심거리다. 한번 정상을 정복한 산에는 관심이 시들해지듯이, 목표를 충족시킨 여자에게 흥미가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생각해 보라. 한번 정상에 올랐던 산만 평생 가야 한다고면, 그가 등산을 그만두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가.
그렇다고 남자들이 다른 산에도 다닐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건 아니다. 여자를 ‘산’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바뀌면 좋겠지만, 이건 사실 하나마나한 소리다. ‘성’은 결코 산의 정상에 비유될 게 아니며, 남녀 사이에 성보다 중요한 건 얼마든지 있다고 훈계하거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것도 그만큼 즐겁다는 소리를 해봤자 아무 효과가 없다. 남자들이 써서 그런지 내가 읽은 생물학 책은 모두 다 ‘여러 암컷을 탐하는 게 수컷들의 본성’이라고 기술되어 있고, 성폭력을 옹호하는 네티즌들이 펼치는 논리도 다 거기서 기인한다.1)2)
3. 해결책은?
여러 산을 오르고자 하는 게 남자의 본성이라고 치자. 그런 전제하에 여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산을 출입할 권리를 여자가 계속 갖는 거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연애 초기 남자가 여자에게 잘하는 것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녀에게 잘 보여서 어떻게 한번 자보기 위함이다. 그걸 위해 남자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한 단계 한 단계 ‘진도를 나간다.’ 그때까지는 성을 향유할 권리는 분명 여자에게 있다. 하지만 한번 자고 나면 모든 게 틀려진다. 할까 말까의 권리는 급속하게 남자 쪽으로 이전하며, 둘의 관계는 대개 남자가 원할 때 이루어진다. 결혼을 하게 되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남자들은 부부를 ‘배타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로 생각하며, 그간 가둬놓았던 정력을 마음껏 푼다. 신혼 첫해 한 횟수가 그 이후 동안 횟수보다 훨씬 더 많다지 않는가. 어항 속의 금붕어를 잡아먹고 싶은 사람이 없듯이, 남자들은 슬슬 아내에게 식상해지며, 바람을 피우진 않더라도 다른 여자를 보며 온갖 상상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음심을 품는 것도 죄악이라는 성경 말씀이 맞다면, 남자들 중 그 죄악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거의 없다. 부부관계는 의무방어전이 되어 버리며, 6개월 이상 안자는 부부가 생길 수밖에.
그래서 여자들은 한번 잔 후에도 성에 대한 권리를 절대로 남자에게 넘겨서는 안된다. 남자가 열 번쯤 요구를 해야 한번쯤 들어주는 등, 성을 가지고 남자를 통제해야 한다. 이건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다.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남자들은 다른 여자에 눈을 돌릴 새 없이 어떻게 하면 오늘 한번 자보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게 만능의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세상 일이 다 내 생각처럼 되지 않는 법, 마누라가 계속 응하지 않는다면 ‘너 아니면 여자가 없냐?’며 다른 여자를 찾는 남자도 있을테고, 여자들이 결혼 후에도 잠자리를 거부하는 게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이건 결혼 생활을 힘들어하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나 혼자 생각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며, 부부간의 금술이 좋고 행복하게 사는 분들이라면 한쪽 귀로 흘려들으시길.
1) 바람이라는 것도 짝이 맞아야 하는 법, 생물학 책에는 바람을 피우는 암컷의 사례도 꽤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런 걸 들어 ‘암컷도 바람피울 욕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드물다. 권력이라는 건 해석을 자기 좋은대로 할 수 있는 힘이고, 사회의 권력은 남성에게 있다.
2)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들 한다. 즉 사람은 평소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걸 누누이 강조한다. 하지만 성에 있어서만큼은 꼭 다른 동물의 예를 들어가며 바람을 합리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