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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ㅣ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새벽 세시에 울리는 알람에 잠을 깼다. 전날 일찍 자긴 했지만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그래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 TV를 켰고, 야구 월드컵에 채널을 맞췄다. 난 야구광이니까. 야구를 보는 짬짬이 책을 보려고 가방에서 <13계단>을 꺼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난 거의 야구를 보지 못했다. 책이 어찌나 재미있는지 나중에는 아예 소리를 줄여버렸고, 이따금씩 화면으로 스코어를 확인한 걸 제외하면 내내 책만 읽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허겁지겁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 대개의 추리소설이 범인을 잡는 데 주력하는 반면, 이 책은 억울하게 갇혔다고 믿는 사형수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주인공들의 노력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포와르나 홈즈처럼 명탐정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나이든 교도관과 전과자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내가 읽은 그 어느 추리책보다 흥미롭다. 시작만 흥미롭고 끝은 대충 끝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막판에 밝혀진 진실에 난 주인공들보다 더 놀라야 했다. 다 읽고 나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재미있으면 다른 책은 어떻게 읽으라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형 제도와 그를 운용하는 법규에 대한 회의를 여러 번 드러낸다.
“사형당하는 놈들이란, 잡히면 사형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굳이 저지른 일행들이야...사형제도를 유지시키는 것은 국민도 국가도 아닌, 남을 마구 죽이고 다니는 범죄자 본인이야.”(195쪽)
“개전의 정이 여실한 사형수를 처형할 필요가 있는가?”(183쪽)
“이 여성은 가족이 모두 살해당하고도 피고인의 사형을 원치 않는다. 내일의 처형은 누구를 위해 진행되는가.” (187쪽)
전에 <하루가 소중했던 사람들>을 읽으며 사형제도에 대해 생각을 해봤고,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주장들을 접해 봤지만 어느 게 옳은지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사형수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끊임없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걸 보면 사형제의 폐지를 주장함이 마땅하지만, 이따금씩 나오는 유영철같은 존재가 내 판단을 흔든다. 어느 게 정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