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김치에도 기생충알이 있다는 중국의 발표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아니 정말 웃기는 애들이네? 땅덩이만 넓으면 뭐해. 그렇게 유치한 보복을 해대면서 말야. 애들도 아니구 정말...”
하지만 YTN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나서 할말이 없어졌다. 식약청이 11시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진짜로 우리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되었단다. 그것도 개회충과 고양이회충같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들이.
“개회충이 있는 김치를 먹으면 어떻게 되나요?”
개회충알은 사람회충보다 더 위험하다. 사람회충은 그냥 장 속에서 얌전히 살다가 죽지만, 개회충은 도무지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 개회충으로 인해 망막박리가 된 사례도 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간염 중 일부는 개회충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개회충으로 인해 뇌수막염에 걸렸다는 보고도 40여례에 이른다. 간질발작을 하는 11세 여자애는 뇌로 간 개회충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러니 사람회충보다 개회충이 훨씬 더 위험할 수밖에. 대만의 학령기 아동들 중 57%가 개회충에 양성 반응을-한번 걸렸다는 얘기다-보였다는 사실로 짐작할 수 있듯이 개회충은 그리 드문 기생충은 아니다. 개회충 유충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진단상의 문제로 개회충의 위험이 과소평가되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번 김치에서 발견된 개회충알은 미성숙란이라고 한다. 미성숙란은 토양에서 일정 기간이 경과되어야 감염력을 가지며, 그 상태로 인체에 들어와도 감염되지 않는다. 물론 감염력을 가진 기생충알이 김치에 있을 확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극히 일부의 예에 불과하다. 그러니 연합뉴스가 “기생충알 김치 감염 확률 거의 없다.”는 제목을 뽑은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개회충보다 훨씬 덜 해로운 사람회충알이 중국김치에서 나왔을 때는 왜 이런 객관적인 시각을 갖지 못했던 걸까. 늘 목격하는 거지만,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개회충알이 왜 김치에서 나왔을까. 정확한 건 나도 모른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들이 배추 근처에서 대변을 봤고, 그때 회충알이 묻었을 것이라는 가설이 가장 그럴 듯하다. 참고로 말하면 1981년 조사에서 우리나라 개 중 13%가 개회충에 걸려 있었다는데, 개한테 대대적으로 구충제를 먹였다는 보고가 없는 이상 그 감염율은 지금도 비슷할테고, 집이 없이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은 그 자체가 고양이회충의 보고다. 그러니 그들이 배설하는 대변들은 그 자체가 위험한 흉기일 수 있다. 사람들은 김치 때문에 개회충에 걸리는 게 아니며, 개회충 환자의 대부분은 흙장난을 하는 아이의 손을 거쳐서 감염이 된다. 전남 초등학교 운동장과 놀이터를 조사한 결과 27%에서 개회충의 알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그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니 김치 가지고 호들갑을 떨 게 아니라, 밥 먹기 전에 손을 반드시 씻도록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사람 회충의 감염율이 0.1%도 안되는데 봄.가을로 구충제를 먹는 건 낭비이며, 그럴 바에는 기르는 개에게 회충약을 먹이는 게 훨씬 더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일이다. 자기 개가 밖에서 대변을 보는 걸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는 대신, 개똥을 깨끗이 치우는 풍토를 정착시키는 것도 꼭 필요할 테고. 올해 보고된, 개회충에 의한 수막뇌염 환자가 개들의 천국으로 길거리가 개똥으로 뒤덮인 프랑스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회충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면 이번 김치파동은 전혀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