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9월 20일(화)
누구와: 모교--> 친구들과 2차, 3차
마신 양: 죽이게...
친구 생일 겸 해서 모이자고 했다. 맨날 먹는 삼겹살이 지겹다고 절규하던 친구 하나가 인터넷으로 ‘복집’을 검색한 끝에 양화대교 근처의 복집에 예약을 했단다.
내가 뭐든지 잘먹는 것 같아도 의외로 취약점이 많은 것이, 과일은 물론이고 감자, 고구마 같은 디저트를 다 못먹는데다, 술안주 중에서 족발을 못먹고, 오꼬노미야끼같은 일본 냄새가 풀풀 나는 음식들은 쳐다도 못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복이다. 어릴 적 복어한테 물린 쓰라린 경험 때문인지, 후천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복어를 먹는다니까 이상하게 힘이 쭉 빠지고, 술 먹기 직전 내 몸을 감도는 흥분 같은 게 생기지 않았다.
그날 난 그전 주에 드리지 못한 추석 선물을 드리기 위해 모교에 가야 했다. 시간상으로는 들렀다 가도 충분했지만, 그날 하필 모교 식구들의 회식이 있었고, 메뉴가 바로 보쌈이었다. 보쌈. 삼겹살, 생선회, 중국집과 함께 나를 흥분시키는 몇 안되는 음식이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보쌈의 꽃은 김치 속의 맛, 우리가 간 놀부보쌈은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무난한 맛은 되었다. 을지로 입구에서 유명한 보쌈집을 가본 나지만, 놀부 정도면 만족할 수 있다. 난 친구들에게 조금 늦게 간다고 전화를 넣었고, 조자룡이 칼춤을 추는 것같은 현란한 젓가락질로 보쌈을 입에다 넣기 시작했다. 가끔씩 소주 원샷을 외치면서. 넋을 잃고 날 바라보던 우리 테이블 식구들은 결국 보쌈고기를 추가해야 했는데,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도 상당부분 내 뱃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공기밥을 먹고 막국수까지 먹었더니 배가 터질 것 같았는데, 먹기만 하고 가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내가 카드로 긁었다. 약속 장소에 난 한시간을 늦었다.
천안에도 보쌈이 맛있는 집이 있다. <봉평장터>라는 곳인데 보쌈이 댕길 때마다 거길 갔다. 하지만 내 방 근처에 서식하는 미식가 K가 “거기 보쌈은 보쌈도 아니다”라고 하는 걸 보니 보쌈을 보는 내 눈은 좀 낮은 것 같다. 어디, 서울에 맛있는 보쌈집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