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들이 사고를 쳤다. 사고를 쳤다기보다 같이 놀다가 한 아이가 다친 건데, 싸우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한명이 뒤에서 잡아주고 자전거를 타는데, 친구 아들을 피하려다 그만 넘어져서 이빨 두 개가 부러진 거다. 속상하긴 할 것이다. 그렇다해도 같이 놀다보면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면 좋으련만, 다친 아이의 엄마는 사람이 좀 저질인 듯했다. 처음에는 천만원인가 물어내라고 강짜를 부리더니, 치료비 견적을 뽑아본 결과 40만원 정도밖에 안드니까 나중에 또 치료를 해야 한다고 난리다.


치과를 하는 후배에게 물어봤다. 그의 말인즉슨 지금 애가 자라는 과정이니 10년쯤 있다가 해넣은 이를 다시 손을 봐야 할지 모르는데, 그 비용이 좀 들 수 있다는 거다.

“얼마나?”

“한 150만원 정도면 될 거예요”

그러니까 아무리 많이 불러도 비용은 190만원 정도다. 친구와 또 다른 부모는 그 정도는 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 엄마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아는 의사한테 찾아갔는지 ‘향후 진단서’라는 희한한 종이를 떼어와서 친구 앞에 들이밀었다. 그 액수가 무려 510만원이다. 500만원에서 10만원을 더 붙이면 그럴듯해 보인다고 생각한 걸까.


내가 당사자는 아니라도, 갑자기 그 인간에겐 단돈 십원도 주기가 싫어졌다. 애가 다친 걸 빌미로 팔짜를 고치려고 하는 그런 성미, 없는 집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사는 걸까? 친구한테 이랬다.

“너, 절대로 돈 주지 말고 법대로 하자고 해”

법대로 한다면 소송을 해야 할테고, 소송을 하려면 변호사를 구해야 한다. 변호사 비용이 모르긴 해도 200, 300만원은 될 터, 제 정신인 사람이 설마 소송을 하겠는가. 버티다 보면 나중에는 치료비라도 내놓으라고 사정하지 않을까? 이게 내 시나리오다. 음하하하. 물론 꼭 그렇게 안될 수도 있지만,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어릴 때야 다 그렇게 다치면서 크는 거구, 상대가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닌데 왜 생난리를 치나.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면 다른 사람의 아이라도 다 자기 아이처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이번 일을 기회로 돈을 만져보겠다는 그 인간이 참으로 얄밉다. 그렇게 챙긴 500만원으로 차라도 바꾸려고 그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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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9-2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사실은... 작년에 우리 조카가 학교에서 다쳐서 꿰맨 적이 있어요. 상대방 부모가 치료비는커녕 사과전화도 한 통 안 해서... 너무 화가 났었는데... 결국은 흉터가 생겼죠... 이번 추석에 그걸 보니 또 화가 나서... 그 집에 처들어가 성형수술비 내놓으라고 강짜를 부리려고 했는데... 새언니가 말려서 참았는데... 흑흑흑

마태우스 2005-09-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 조선인님... 님의 경우는 이번과 다르죠. 치료비도 주겠다고 하고, 향후 치료비도 주겠다고 하는데도 천만원 운운하면서 돈 내놓으라고 하잖습니까. 사과도 했구요... 죄, 죄송합니다....

진주 2005-09-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만원 생긴다고 해도 애가 안 다치는 게 제일 좋지만...놀다 보면 자질구레한 사고는 어쩔 수 없죠.....그나저나 500만원도 아니고 600만원도 아닌 510만이라는 설정에서 쓴웃음이 나오네요.

바람돌이 2005-09-2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 있으면 이런 감당 안되는 부모들 많아요. 심지어는 왠 깡패같은 인간이 삼촌이라고 나타나서 "재가 우리 애 때렸으니까 나도 우리 애들 풀어서 쟤 가만 안두겠다"라고 하는 사람까지....
또 어떤 사람은 누가 너 건드리면 가만 두지마,! 아빠가 다 물어줄테니까 이런 사람까지...적당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 이게 필요해요.

인터라겐 2005-09-2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사람은 똑같은 사람한테 걸려서 큰코 다쳐봐야 정신차려요... 자기 자식이 나중에 그런 사고 안치란 법이 어딨다고...에이 몹쓸....적당히...이거 정말 어려운건가요???

sweetrain 2005-09-2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것도 적당히 해야죠...너무 과하게 보상 요구하는 사람들한테 다 들어줘 봤자...남는 거 없더라구요. 그냥 법대로 가는게 제일 낫던데요. 해줄거 해주고.

히나 2005-09-2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그런 나이롱 환자(의 부모)는 정말 법대로 해야될 거 같네요 그런데 '510만원' 부분에선 잠시 웃었어요 ㅋㅋ

잉크냄새 2005-09-2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해 공갈단이 생각나네요. 얼마전 경미한 차량사고로 28개월을 병원에서 보낸 사람에 대하여 보험회사에서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있었죠. 28개월의 허송세월...그 사람들 머리는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sweetrain 2005-09-2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험사기는 5억원 이상이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엊저녁 뉴스에 나오더군요..ㅡ.ㅡ
요즘 문제는 문제인가봐요.

숨은아이 2005-09-2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 참. 그런데 또 사고를 당한 처지에 있는 사람 주위에는, 보상을 왕창 받아내라고 충고하는 사람도 꼭 있답니다. 전에 뒤에서 오던 자동차 바퀴에 발을 밟힌 적이 있는데요. 가벼운 교통사고인데도 운전하시던 분이 너무 잘 처리해주셔서 고맙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은 선배가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그냥 입원해버리지 그랬느냐고. -_-;

마태우스 2005-09-2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잘 처리해주는 건 사실 당연한 건데요, 그런 경우가 드무니 고맙게 느껴지겠죠. 주위의 부추김이 언제나 문제겠지만, 그건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단비님/보험사기... 거기에 관해서 재미있는 소설도 나와있죠. 김영하가 썻던가.. 하여간 너무 과한 요구인 것 같아서 짜증이 났어요
잉크냄새님/28개월의 허송세월, 참 아깝네요... 그 시간이면 정말 많은 걸 할 시간인데
스노우드롭님/호호... 법대로가 옳지요?
인터라겐님/자식 사랑과 이성을 찾는 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평생 안볼 거면 몰라도 애들끼리 친구인데...
바람돌이님/우와...그런 경우도 있군요. 어케 해결하시는지요??
진주님/그렇죠? 510만원이란 게 잔머리를 굴린 것같은 흔적이... 어쩌면 10만원이 진단서 끊는 값이었는지도...

클리오 2005-09-22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시골학교에는 애를 빌미로 팔자 고치려는 부모들이 많지요. 사소한 시비끝에 몇 천만원을 요구해서 황당한.... --;

이리스 2005-09-2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버릇 나쁜 아이들은 해병대 교육 시켜서 버릇 고친다고 하던데 (모 프로에서) 이런 버릇 나쁜 부모도 해병대 교육 보내서 제대로 굴리면 인간성이 좀 나아지려나? -.- 교육비만 아까우려나.. ㅠ.ㅜ

로드무비 2005-09-2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워요.
살다가 어이없이 덤테기 쓸까봐.
이상한 사람 참 많아요.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건가?^^;;

호랑녀 2005-09-22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저, 상황이... 그러니까 친구 아드님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거 아녀요? 그 자리에 있었다는 죄밖에... 오히려 그 앞으로 자전거타고 와서 넘어져서 피를 보였으니 친구 아드님이 놀라서 위자료를 받아야할듯...

마태우스 2005-09-23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친구 아들의 설명에 의하면 자기는 그 자리에 서있었는데, 자기를 피하려고 하다가 넘어졌다는군요. 위자료까진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겠죠 지금...
로드무비님/걱정 마십시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음하하ㅏ
낡은구두님/해병대라... 군대란 곳이 더 나빠지는 곳이 아닐까요??? 안되면 되게하라는 그런 곳...
클리오님/사례 몇개만 써주세요!!!!! 궁금해졌어요

비로그인 2005-09-23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컥. 형! 난 어릴 때부터 애들이랑 무지 싸우고 다녔는데... -_-;;;;;;;
저런 엄마 만났더라면 우리집 기둥뿌리 뽑혔겠다. 으흐흐흐흐흐.
다음에. 아주 다음에, 나에게 자식이 생기면 무조건 맞으라고 해야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