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모

학교 테니스장을 지나다 미모의 여인이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는 걸 봤다. 긴머리, 날씬한 몸매, 게다가 미모까지. 넋을 잃고 보고 있는데 옆 사람이 말한다.

“김정화(가명) 선생 레슨 받는구나!”

“아는 사람이어요?”

“그럼, 피부과 스탭이야”


그 선생님과는 나중에 친해져서 밥도 같이 먹고 노래방도 가곤 했는데, 미모가 어찌나 눈부신지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녀는 미국에 연수를 갔고, 사표를 던지고 계속 미국에 있다. 우리 학교야 그만두는 사람이 해마다 열댓명씩 나오니 놀랄 건 아니지만, 미녀의 사직인지라 좀 서운했다.


미국에 연수를 다녀온 다른 선생과 얘기를 하다 그 선생 얘기가 나왔다. 애 둘을 키우면서 공부를 하느라 아주 힘이 들었단다. 남편은 뭐하냐고 했더니 대뜸 이런다.

“몰랐어? 진작에 갈라섰는데...”

많이 놀랐다. 그런 미녀랑 결혼한 사람도 이혼이란 걸 하는구나 싶어서.


2. 성격

군대에서 훈련을 받던 중 둘째를 출산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아니라 친구의 부인이. 그래서 그는 꿀같은 특별휴가를 나갔다. 다들 그랬다. “그 아이 참 효자네” 그는 돌아올 때 술을 숨겨가지고 왔고, 그날 밤 우리는 목마른 사슴처럼 술을 마셨다. 훈련 후 발령을 받은 근무지도 같아서 그와 난 테니스도 같이 치고 술도 같이 먹고, 하여간 잘 지냈다. 그때 태어난 둘째 얘기도 가끔 하면서.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주량이 세기로도 톱3 안에 들지만, 성격이 좋기로도 톱 3 안에 드는 친구였다. 그래서 그와 같이 있으면 언제나 유쾌했다. 그는 일을 사랑했고, 가정에도 헌신적이었다. 군대 3년이 끝나고 만남이 뜸해졌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그는 언제나 내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일 때문에 그에게 전화를 했을 때, 이런저런 얘기 끝에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사실 너한테 말 안했었는데, 그전 아내와 헤어졌어. 쭉 혼자 살았는데 곧 다시 결혼해”

갈라서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냐만, 그한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이지 마음이 아팠다.


3. 돈

재벌의 딸과 결혼한 친구 하나, 화려한 결혼식에 이어 압구정동 50평짜리 아파트에서 새출발을 했다. 하지만 그는 일년도 안되서 그 집을 나왔고, 아직도 혼자다. 그가 가출할 때마다 돌아가라고 타일렀던 나는 그의 다섯 번째 가출 때는 아무말 없이 술만 마셔줬다. 큰 아파트와 말로만 듣던 별장, 아파트 안을 가득 채운 진귀한 물건들은 부부간의 금술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했나보다.


4. 결론

미모와 좋은 성격, 그리고 많은 돈, 그 어느 것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렇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 역시 결혼 당시에는 서로를 깊이 사랑한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사랑을 했을 거다. 하지만 사랑이란 건 변하기 마련,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다시는 보기 싫은 악마로 돌변할 수 있다. 미모와 성격, 그리고 돈은 그다지 변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사랑은 변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결혼생활의 어려운 점이 아닐까.  



댓글(3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둥개 2005-09-0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이론이 빵빵하시니 어떻게 실전에 능하실 수 있겠습니까? ^^;;;
원래 이론과 실전은 따로 노는 법인데요...

Joule 2005-09-0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적절한 근거로 인해 잘못 도출된 결론같은데요.

인터라겐 2005-09-0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 너무 겁먹지 마세요. 마태님.. 안그런 커플도 많아요...

2005-09-0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 장 (罷場)
                                                                              -신경림 -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 <창작과 비평>18호. 1970 -

좀 못나야 인생이 행복할 것 같아요..헤.

줄리 2005-09-0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할수 있다는것 동의하지만 꼭 나쁘게만 변하는건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더 좋게 변할수도 있다는 말이죠. 뭐 꼭 더 좋지는 않더라도 적어두 다르지만 그런대로 괜찮게도 변할수 있다는거죠.

2005-09-07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9-0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결혼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소굼 2005-09-0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장긴장...^^

marine 2005-09-0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들이 조건 따져 가면서 중매 권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요? 사람 마음은 (즉 사랑은) 변하기 쉽지만, 객관적인 조건은 (집안, 돈, 살아온 배경 등등)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요 ^^

야클 2005-09-07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두번 읽고갑니다.

sweetmagic 2005-09-0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적절한 근거로 인해 잘못 도출된 결론같다는 줄님 말씀에 동감

니르바나 2005-09-08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미모와 돈 많은 분들도 평생을 함께하는 부부들이 많습니다.
허니 너무 걱정마시고 결혼하세요.
다만 이것 하나는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성격이 이상한 사람과 한 석달 보름만 살라면 또 모르겠지만,
한지붕을 이고 평생을 함께 살기에는 정말 힘이 들겝니다.
아마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요.

플라시보 2005-09-07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만큼 쉽게 변질되거나 아예 그 존재감마저 사라질 수 있는건 아마도 사랑만 하지 않고 일상과 생활을 해 버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잉크냄새 2005-09-0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 세번 읽고갑니다...

숨은아이 2005-09-0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도 친구와 똑같아요. 친구 사이도 이것도 해주길 바라고 저것도 해주길 바라고, 상대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으면 금세 끝나죠.

클리오 2005-09-0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라는 결혼생활을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는 거에 한표...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노력해주겠다는 사랑까지 포함하여... ^^)

마냐 2005-09-07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온전히 어제 8주년을 맞았으니...마태님 분석에 따르면 전 미모도 성격도 돈도 안된게 오히려 잘된거라 해석을 해야하나요? ㅋㅋ

싸이런스 2005-09-0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타픽을 이렇게 쉽게 풀어 말할 수 있다니... 님의 글쓰기 방식은 정말 놀라워요... 추천 하나..

비로그인 2005-09-0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 기억해야할만한 금언 같군요. 추천~

꾸움 2005-09-0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
어렵다 어려워....
사랑만큼 어려운게 또 어디있을까...

꾸움 2005-09-0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과 결혼...
마태님 제목이 사랑과 결혼이였죠.
사랑은 사랑이고
결혼은 결혼입니다.(이 속에 의미 엄청 많음)
ㅎㅎㅎ....
살아보니 그렇네~

마태우스 2005-09-0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움님/그렇죠? 사랑은 사랑이고 결혼은 결혼...^^ 정말 어려운 주제였어요. 사실은 사랑보다 인내심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하려 했는데...
고양이님/어머 부끄럽습니다 금언씩이나...
싸이런스님/아는 게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마냐님/8년간 결혼생활 하신 분들은 존경받아야 한다구 생각합니다. 글구 마냐님 미모야 뭐 알라딘에서 정평이 나있는데...^^
클리오님/믿음이 중요하죠... 근데 제 주변에는 바람피는 놈들이 몇 있어서 말이죠..
숨은아이님/바라는 게 없어야 한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잉크냄새님/세, 세번씩이나...
플라시보님/이해는 잘 안가지만 좋은 말씀 같아요. 사랑만 하는 게 아니라 일상을 영위한다는...
니르바나님/성격 이상한 사람과 살면 지옥이다, 으음. 갑자기 무섭습니다^^
매직님/전 언제나 매직님편! 미모에 약한 마태 드림
야클님/잉크냄새님은 한번 더 읽으셨다는데^^
나나님/님의 말씀을 들으니 그런 것도 같군요. 예리한 지적이십니다
소굼님/앗 왜 긴장을? 곧 결혼하시는군요...?
로드무비님/아아 무비님은 왜 항상 이리 멋진 말씀만 하신단 말인가요...
줄리님/더 좋게 변할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은 미처 생각 못했었어요...줄리님 경험담?
속삭이신 ㄱ님/건조해져 가는 마음은 어떻게 하는지 대안을 제시해 주세요...!
참나님/기대 수준을 낮추면 행복이 찾아온다는 그런 말씀의 연장이 아닐까 싶어요 맞나요?
인터라겐님/겁은 안나는데요 요즘은 애인 사귀기도 싫어요 이상하게...
쥴님/근거로 든 예가 편파적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검정개님/부끄럽습니다...



2005-09-07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9-07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바라는 게 없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바라는 게 아주 없으면 애착도 없잖아요. 그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자꾸 자기(의 변덕스런 욕구)에게만 맞춰주길 바라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실비 2005-09-07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많이 드네요. 요즘 나이가 있는지라.. 가끔 행복상상을 하다가도
현실적으로 돌변하면.. 역시 현실이니까 라는 생각이.. 그래도 행복상상하면서 갈래요.

2005-09-08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5-09-08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웨딩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요,,
참 그속에 나오는 돈많고 이쁘고 착한 여자가,,한남자를 만나는 순간 그 남자가 이유없이 좋다는 내용이거든요,그남자는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데,,그렇다고 남자가 조건보고 결혼하는것은 아닌데요,,
그남자는 결혼에 가장중요한것은 사랑이란말을 처음합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결혼은 둘이서 행복을 만들어 가는것이라고 하더군요,
이유는 있지만 그것을 다 말하기는 길어요,
사랑 아픈거지요,,사랑은 사람을 아프게도 하고 좋게도 하고,,
결혼은 너무 아프게만 하는사랑의 연장이라면 안되겠지요,
하지만 ,,서로가 조금씩 노력하면,,행복은 만들수 잇는것 아닐까요,,
에고 또 주절거렸네요,,아무튼 전 마태우스님 결혼하세요,,입니다,

로즈마리 2005-09-08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결혼에 대한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걸 보니, 마태님 장가가시고 싶으신 것 같아요.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2005-09-08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8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8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