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번째: 8월24일(수) , 폭탄주 다섯잔, 양주, 맥주, 소주 지도교수님 생신이었다. 51년생이니 55세, 하지만 예전처럼 50이 많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 나이쯤 되면 난 뭘 하고 있을까? 우리 교수님처럼 높은 위치를 확보하진 못할지라도, 그래도 뭔가연구하는 사람이라는 평가 정도는 받을 수 있을까?요즘 부쩍 폭탄주 제조에 재미를 느끼시는 지도교수님, 어김없이 폭탄주를 돌린다. 다섯잔을 먹었지만 간에 기별도 안갔다.
쯔끼다시를 워낙 푸짐하게 먹어서인지 매운탕이 나왔는데 아무도 밥을 안시킨다. 내가 손을 들었다. "여기 밥 하나요!" 다들 놀라서 날쳐다본다. 굴하지 않고 마지막 한톨까지 먹었다. 2차로 술이 나오는 노래방에 갔고, 3차는 감자탕집에 갔다. 비가 많이 온 그날, 어느 분이 주신 <광고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가 다 젖어버렸다. 다음날 발견하고는 무지하게 속상했다. 말려서 읽는 중이다.
109번째: 8월 26일(금) , 소주 두병 플러스 알파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음에도 여자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평소 식사를 잘 안하는 그녀에 대한 내 나름의 배려 차원. 해물칼국수를 시켰는데 보너스로 보리밥이 나온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다 먹었다.
친구들을 만나 고기집에 갔다. 칼국수를 안먹은 사람처럼 먹어댔다. 2차로 요즘 내가 부쩍 좋아하게 된 '가야'를 갔다. 다들 키위소주를 먹는데 과일을 안먹는 난 그냥 소주를 들이켰다. '가야'의 안주는 가격에 비해 푸짐하기로 유명하고, 맛도 좋았다. 게다가 서비스 안주까지. 별 생각없이 소시지 볶음을 시킨 친구는 쟁반에 담겨나온 소시지 더미를보고 무척이나 놀란다. 하지만 그 소시지, 내가 다 먹었다. 그 친구가 나중에 한 말, "소시지 다 어디갔냐?"
다른 친구가 시킨 알탕을 부지런히 퍼먹었고, 서비스로 나온 계란탕에도 질새라 숟가락을 넣었다. 먹기 위해 사는 놈처럼. 집에 가니, 당연한 귀결이었지만, 2킬로가 늘었다. 이젠 8로 시작하는 내 체중이 슬슬 익숙해진다.
110번째: 8월 27일(금) , 소주 두병? 가끔 만나 배드민턴을 치는 미녀가 있다. 맨날 아파트 주차장 같은 데서만 치다가, 네트가 달린 배드민턴장에 처음으로 갔다. 네트의 존재가 배드민턴을 20배쯤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30분간 운동을 했놓고 그보다 몇배나 되는 시간 동안 술을 마셨다. 곱창 맛을 예술로 승화시킨 '황소곱창'이 분점을 내서 거길 갔는데, 맛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3천원쯤 쌌다. 비빔밥을 시키려는데 "밥은 다이어트에 안좋다"는 미녀의 말 때문에 그냥 곱창으로 달렸다. 4인분 먹었다. 2차는 감자탕, 3차는 맥주집. 각자 마신 소주의 양이 두병은 넘을 것 같은데, 왜 그 미녀는 끄덕도 않는 걸까. 결국 내가 먼저 쓰러졌다. 언뜻언뜻 떠오르는 기억에 의하면 그 미녀가 날 집까지 데려다줬다.
비몽사몽간에 테니스를 치러 갔는데, 희한하게도 그런 날이면 난 테니스를 더 잘친다. 거의 날라다녔다. 비가 오는 바람에 두경기밖에 못한 게 아쉽다. 지금 내 체중은... 예전에는 '그 몸무게면 나 죽을래'라고 했던 수치에 달해 있다. 술일기를 쓰는 게 술을 더 자주 마시자는 취지로 변질되었듯, 체중계 역시 한번 찌워보자는 것으로 변한 걸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