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시사회가 있어서 김이 새지만, 개봉날 영화를 보는 사람에겐 특별한 사명이 덧씌워진다. 영화가 재미있는지 없는지를 사람들에게 전해줄 전령이 되어야 하니까. 영화의 재미 여부를 모르니 그만큼 위험도 크다. 워낙 보수 지향이라 개봉날 영화를 본 적은 별로 없지만, 오늘 본 <천군>은 개봉 날짜가 오늘이었다.

공효진이 이 영화에서 박사로 나온다. 내가 아는 한 이렇게 예쁜 박사는 없다^^
이 영화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편견 두가지. 하나는 박중훈이 나오니까 웃길 것이라는 편견이고, 두 번째로 <할렐루야>란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스토리는 없이 개인기에만 의존한 영화일 것이라는 편견이었다. 하지만 두가지 다 사실이 아니다. 시네시티의 드넓은 객석에 서른명 정도의 관객만 앉아있는 걸 볼 때는 “괜히 들어왔나” 싶었는데, 영화는 의외로 재미있었다. 수준높은 관객이라면 이런저런 문제점을 지적하겠지만, 뭐 나한테는 딱이다.
영화 초반에 내가 쪽지에다 써놓은 말들.
-김승우의 말, “600만 이스라엘을 10억 아랍이 왜 무서워하는지 알아? 핵이 있기 때문이라고”--> 뭐야 이거. 우리가 핵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려는 거 아니야? <무궁화꽃>의 아류?
-왜 이 시점에서 이순신일까. 박정희가 그를 이용했던 것처럼, 독도 문제 등으로 극우가 발호할 토양이 마련되니까 상업적으로 이순신을 이용하려는 거 아니야?
제법 진보적인 냄새를 풍기려는 내 수작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 다음에 적은 말들.
-아이디어 좋고, 스토리도 그럴싸하고.
-막판의 비장미, 남한테는 유치할지 몰라도 난 저 정도면 감동받는다.
-근데 좀 잔인하다.
-보기 잘했다. 기대 안하고 봐서 그런지 겁나게 재미있다.
* 여고괴담 4 보고싶었는데, 꼭 보려고 했는데 맥스무비 평점이 3.71이다. 봤으면 큰일날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