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윽, 이 인간이 이런 책도...
어제 열심히 한 덕분으로 오늘 순위가 25위로 올랐다. 20위 내가 아니면 안심할 수 없는 정글같은 서재계, 난 오늘 페이퍼를 다섯 개 정도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일요일도 난 바빴다.
새벽2시 기상, 김병현 선발등판 경기 관람.
새벽5시 기상, 박찬호 선발등판 경기 관람하려고 했으나 비와서 다시 잠
새벽6시 기상, 테니스 치러 감.
오전 10시, 귀가해서 샤워 하고 잠깐 눈 붙임
오전 12시 반, 영화보러 나감
영화를 보고 맥주 피처를 마셨다. 그러고나서 집에 오니 6시 반, 무진장 피곤했다. 잠 좀 자고 일어나서 페이퍼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지난주 할머니와 한 약속이 생각났다.
“할머니, 오늘 영화보러 가실래요?”
30위를 포기했지만, 별로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서재달인은 그 다음주에 가면 되지만, 할머니는 언제 편찮으실지 모르는 법이니까.
저녁을 먹고 할머니와 같이 신촌에 있는 아트레온 극장에 갔다. 공포도 싫다, 슬픈 영화도 싫다고 하셔서 할 수없이 선택한 <연애술사>, 영화에서 검증이 안된 연정훈과 박진희가 나온다기에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재미있었다. 소재가 신선했고. 영화가 던져주는 사회적 메시지도 제법 묵직한, 한마디로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연정훈이 너무나 멋있는 척을 하는 게-<슬픈연가>에서 지겹게 본 웃는 모습..-아쉽고, 딴지를 걸고픈 장면이 약간 있었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재미있게 봤다는 건 어디까지나 내 얘기일 뿐, 우리 할머니는 유감스럽게 그러지 못했다.
-영화가 좀 야했고
-영화가 아무래도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춘 거라, 할머니가 이해하시긴 힘들었다.
-게다가 저녁 8시 45분 영화라 10시도 안되어 주무시던 할머니에겐 무리였을지 모른다
그래서 할머니는...
-중간에 주무셨고 깨워도 또 주무셨다
-손목시계가 어디 갔냐며 한참을 찾으셨다
-큰 소리로 할머니한테 설명을 해주곤 했지만, 고개만 끄덕일 뿐 영화에 집중하지 않으시는 듯했다.
다음번에는 로맨틱 코메디 말고, 일본영화를 보러 가야겠다. 일본에서 30년을 사신 덕에 할머니의 일어 능력은 일본인 수준이고, 지금도 일본 잡지를 읽으시는 게 낙이니까. 일어로 된 영화를 보신다면 필경 좋아하실 거다. 그러고보니까 일본 영화인 <아무도 모른다>를 같이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영화를 아직 내리지 않았다면 다음주엔 할머니와 그 영화를 보러 가야지.
집에 와서 자려는데 전화가 왔다. 지인의 전화다.
“30위 포기하지 마라. 글 빨리 쓰고 자면 되잖냐”
한시간이면 될 줄 알았는데 두 개 쓰는데 1시간 반이 걸렸다. 지금이라도 자련다. 내가 내일 30위 안에 든다면 그건 지인 덕이다.
* 제 글에 추천과 댓글을 보태주신 알라디너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 24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