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고에서 했던 특강을 정리했어요. 근데요, 막판 3분의 1은 술먹고 써서 망했어요.

 

1. 서론

초등학교 때, 난 지극히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아이였다. 친구들과 놀고 싶었지만 그들에게 다가가 마음을 열지 못했고, 언제나 혼자 길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당시 내 우상은 유머가 있는 친구였다. 그는 언제나 애들에게 둘러싸인 채 다녔고, 특히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좋았다. 말 한마디로 많은 사람을 웃기는 재주, 당시 너무도 심심한 유년기를 보내던 내가 유머를 갈망한 건 지극히 당연했다. 결정적인 계기도 있었다. 일명 제기 사건. 친구들과 제기를 차는데, 운동 능력이 떨어졌던 난 번번히 헛발질을 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이랬다. “야, 서민 빼자!” 또다른 친구의 말이다. “안돼! 그 제기 서민 꺼야!”

지금도 생생히 기억되는 그 말, 난 몹시 슬펐고, 조금 있다가 조용히 제기판에서 빠졌다. 웃기는 친구가 헛발질을 하면 웃어주고, 내가 헛발질을 하면 짜증을 내는 현실에서 내가 가야 할 길은 자명했다. 그때부터 난 남들이 웃긴 말을 할 때마다 책 뒤에다 적어놨고, 틈나는대로 그걸 읽으면서 실력을 키워 나갔다. 수업 시간에 큰 소리로 말하는 일이 잦아졌고, 그에 비례해서 벌서는 횟수도 늘었다. 웃기면 혼나지 않았지만, 내가 한 말이 썰렁할 때는 소음으로 분류, 벌을 서는 현실도 성공에 대한 내 열망을 부채질했다. 난 줄곧 가장 웃기는 애들을 따라다니며 한자라도 배우려고 노력했고, 대학에 가서도 유머에 뜻을 둔 친구들과 연구회를 결성, 술을 먹을 때 웃긴 말을 해야 안주를 먹게 하는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제기 사건이 일어난지 28년이 지난 지금, 난 어릴 때 내가 원했던대로 많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채 살고 있다. 그게 전적으로 유머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래도 유머가 없었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친할 수는 없었을게다. 나중에 만난 초등학교 친구들은 내 변신에 매우 놀라워했는데, “서민 빼자”라는 말로 내게 비수를 꽂았던 그 친구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나의 변신은 상당히 성공적이었고, 유머의 부족으로 여자를 못사귀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내가 웃기겠다는 결심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시대적 상황도 달라졌다. “아침에 누군가를 웃기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던 공자의 시대에만 해도 웃기는 사람과 일반인이 구분되었지만, 지금은 모든 이에게 웃기기를 강요한다. 못웃기는 사람은 나쁜 사람 취급을 받고, 가수가 TV에 나와 노래 대신 개그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웃기는 사람을 스타로 만들었던 서세원의 토크박스의 예에서 보듯, 뭘 하는지보다 그 사람이 웃긴가 안웃긴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 이때, 난 지난 세월 동안 내가 유머를 추구하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웃기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과 “웃기는 애는 따로 있다”며 웃기는 재능을 썩히는 사람들을 위해서.



2. 환경의 변화

모든 사람이 개그맨화되면서 유머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현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역치의 상승: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지금 몇시야?”라는 대답에 “서울시 여러분 내가 왕초”라고 답하면 다들 자지러졌다. “왜요?”라는 물음에 “왜요는 일본 요야”라고 말하는 선생이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 지금 같으면 몰매를 맞을 일이지 않는가. “표를 끊으러 간다”는 말에 “표를 사야지 왜 끊어요?”라고 했던 내 동료가 왕따가 될수밖에 없는 현 시대는 남을 웃기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요하고 있다.

-매스컴의 발달: 옛날에는 웃기는 얘기를 들으면 한 열명에게 그 얘기를 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방송통신과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은 들은 얘기를 남에게 해주려면 “그게 언제 적 얘긴데?”라는 핀잔이 날라오기 십상이다. 있는 얘기 말고, 자기가 새로 유머를 창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무서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거다.

-외모: 옛날만 해도 유머는 못생긴 사람의 전유물이었다. 김형곤처럼 뚱뚱하거나 이주일처럼 못생기면 유머에 유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휘재처럼 잘생긴 개그맨이 등장하고, 노주현, 한진희 등 한시대를 풍미하던 미남 스타들도 유머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잘생긴 사람의 유머는 더 웃긴다”는 말에서 보듯 어중간하게 생긴 사람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옥동자처럼 생겼다면 또 모를까.

-가차없는 응징: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 중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썰렁하다”라는 사실이 ‘리서치 앤드 라이’사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옛날 사람들은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해줄께”라고 하면 웃어줄 준비를 하고, 별로 웃기지 않더라도 그 노력을 가상히 여겨 억지로라도 웃어줬다. 지금은? “웃긴 얘기 해줄께”라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안웃을 준비를 한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니 아무리 웃긴 얘기에도 웃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썰렁하다”는 말을 하거나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한 사람을 무안하게 만듦으로써 응징까지 가한다. 우리가 웃겨야 하는 세상은 이렇듯 살벌한 곳이다.

-인내심의 부족: 옛날에는 긴 유머가 통했다. 20분쯤 들으면 막판에 잠깐 웃는 거라도 사람들은 환영했다. 지금은? 중간에 조금만 재미가 없으면 대번에 태클이 들어온다. 언젠가 우주선에 관한 긴 유머를 하고 있을 때, 2분쯤 지나니 한 친구가 이런다. “근데 배고프지 않냐?” 그러자 다른 친구가 받는다. “그래, 밥먹으면서 얘기하자” 매 순간마다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은 참아주지 않는다.


3. 내가 터득한 유머의 원칙들

상황이 척박해도, 아니 상황이 척박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유머의 최고봉을 히말라야라고 한다면, 지금의 난 우리 동네 뒷산에 올라있는 정도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보다 골프를 더 잘쳐야 골프 해설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듯, 오랜 기간 유머를 연구했다면 그래도 배울 점이 몇 개는 있지 않겠는가. 내가 터득한 유머의 원칙들이 유머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첫째, 못웃기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야구에서 3할, 즉 열 번 나와서 세 번 안타를 치면 강타자라고 한다. 4할이면 거의 신의 경지다. 왜 그럴까. 사람의 열효율이 40%라는 물리학적 지식을 상기한다면, 4할이 왜 도달하기 힘든 벽인지 깨달을 수 있을거다. 유머 역시 마찬가지다. 열 번 중 세 번만 웃길 수 있다면 그 세 번을 위해 사람들은 일곱 번의 썰렁함을 참아줄 수 있다. 한번 크게 웃기고 나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아무 말도 안하는 사람보다는 오버하다가 분위기를 망치더라도 말을 많이하는 사람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많은 법이다. 일단 말을 많이 하자. 안웃기는 말들로 인해 구박을 받더라도, 유머로 성공하고 난 뒤에는 그런 구박도 추억이 된다.


둘째, 웃기기 위해 몸을 사리지 마라

<개그콘서트>의 인기를 최고로 만들었던 박준형은 무를 갈아먹는 개그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치과의사들은 그러다 일찍 틀니를 한다고 걱정하고, 내가 봐도 별로 권장할 유머가 아닌 것 같지만, 그런 걸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박준형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선 것이리라.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도 옛날에 “웃겨봐”라는 주위의 권유에 못이겨 단무지에 비듬을 털어서 먹은 적이 있다. 애들 앞에서 타조흉내를 내든 코브라 모양을 만들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도 웃겨야 한다. 몸을 바쳐 남을 웃길 때, 그 웃음은 진한 감동이 된다.


셋째, 초반에 이미지를 굳혀라

낯선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딱 세 번만 웃겨보라.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사람들은 당신을 주목한다. 웃기는 데 있어서 주목을 받는 것처럼 중요한 건 없다. 나이가 많아지면 웃기기가 쉬워지는 이유도 다 주목의 효과인데, 웃기는 사람이 말을 할 때 사람들은 그가 웃기기를 기대하며 주의깊게 본다. 내 친구 중에는 내가 말을 하려고만 하면 미리 웃어버리는 애가 있다. 허탈해서 왜 웃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이렇게 대답한다.

“니가 웃긴 말 할거니까”


넷째, 타이밍을 잘 잡아라.

투수의 공을 칠까 말까를 결정하는 것은 공을 던진 후 0.1초 내라고 한다. 남을 웃기는 것 역시 0.1초 안에 승부가 난다. 우리의 유머란 게 적절한 때 끼어들어 한두마디 하는 게 주를 이루는데, 사람의 생각이라는 건 대개가 비슷해 자신이 할 수 있으면 남도 할 수 있다. ‘저 말을 내가 할걸’이라고 백날 후회만 해봤자 유머꾼이 될 수 없다. 0.1초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말을 더듬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그것 역시 유머의 길을 가면서 거쳐야 할 사소한 부작용일 뿐이다.


다섯째, 웃기는 얘기를 하나쯤은 준비해라

간혹가다 슬럼프에 빠질 수가 있다. 유머도 잘 안되고, 개미 한 마리도 못웃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때.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에게 유머를 요구한다. 그럴 때를 대비해 웃기는 이야기를 하나쯤은 준비하고 있어야한다. 예컨대 이런 이야기.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 베스트 3.

3위: 애무한다고 침만 잔뜩 발라놓는 남자

2위: 느낄만 하면 체위 바꾸는 남자.

1위: 3초만에 끝내놓고 좋았냐고 물어보는 남자


여섯째, TV를 활용하자

TV의 유머프로를 봐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난 이렇게 대답한다.

“TV는 현대 유머의 트렌드를 보기 위한 수단으로써 봐야지, 거기에 매몰되어 자신의 유머를 잃어버리면 안됩니다”라고. 적절한 때 TV에 나오는 유행어 같은 것을 써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기 중심을 잡는 것이며, 유행어 같은 것도 자신이 만드는 게 좋음은 물론이다.


일곱째, 공부를 많이 하자

공부라는 게 꼭 학과공부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책을 읽고 영화보고 신문과 뉴스를 꼼꼼히 챙겨보는 것은 유머꾼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유머는 고급이 된다. 예컨대 “하성란이 쓴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에는 이런 말이 나오는데...”라고 말을 해보라. 대번에 시선이 집중되는 걸 느낄 거다. 사람들은 자신이 안읽은 책 얘기를 하면 집중을 하게 되고, 그러면 웃기기도 쉽다.


여덟째, 때와 장소를 가려라.

밀란 쿤데라의 <농담>은 농담 한마디를 잘못해 인생이 꼬여 버리는 사람의 얘기를 다룬 책이다. 진지할 때는 진지할 줄 아는 사람만이 남을 더 웃길 수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라는 말을 할 때마다 내가 하는 얘기가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마약 복용이 문제가 되었던 때, KBS의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진행하던 아나운서가 옆에 있던 하일성에게 이런 말을 했다.

“혹시 하일성 씨가 마약 총책이 아니십니까?”

물론 자기 딴에는 웃기려고 했겠지만, 그 일로 시청자의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다음날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자는 바뀌어 버렸다. 그 뒤 난 그를 한번도 TV에서 본 적이 없다. 유머는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하며, 어설픈 유머는 더더욱 그렇다.


아홉째, 좋은 친구를 사귀어라.

유머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잘 웃는 친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난 그걸 독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장은 기분이 좋고 뿌듯할지 몰라도, 당신의 유머는 점점 퇴보할 거다. 내 친구 중에는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웃지 않는 애가 있었다. 내가 유머계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고 난 뒤 그는 화장실로 날 끌고 가더니 자신의 허벅지를 보여 줬다. 세상에, 그의 허벅지는 피멍이 들어 있었다! 그는 날 사자로 키우기 위해 내가 웃긴 말을 할 때마다 자기의 허벅지를 꼬집어 가면서 웃음을 참았단다. 나를 키운 건 삼할이 그 친구다.


열 번째, 남을 비하하는 유머는 삼가자.

사투리를 쓴다든지, 대머리 등 특정인의 신체적 약점을 공격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은 다 웃겠지만 그 웃음에 동참하지 못하고 칼을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언제나 생각하자. 내가 중 1 때, 눈이 작아 새우눈이라고 불렸던 나를 왕눈이라고 부른 음악 선생님이 있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수업 시간마다 내 눈을 잡아 찢었는데, 나중에 “내가 찢어줘서 눈이 커진 것 같다”는 어이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가 눈을 찢을 때 애들은 웃었지만, 내 가슴에 남은 상처는 말로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사진도 안찍게 되고, 여학생을 보면 늘 땅만 보고 걸었던 것도 다 그 때 생긴 것이라면 너무 비약인 걸까.


사실 누군가를 비하하는 유머가 가장 쉽긴 하다. 나 또한 그런 유머에 혹해서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와 아직도 앙금이 남은 걸 보면 비하성 유머가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알 수 있다. 유머는 서로 즐겁자고 하는 것이며, 남에게 상처를 준다면 유머가 아니다.


열두번째, 상상을 하자.

A 다음에 B, C가 나오면 유머가 아니다. D, E, 심지어 Q가 나오는 게 바로 유머, 그러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황을 설정하고 거기서 어떻게 웃길 것인가를 상상한다면, 막상 그 상황이 닥쳤을 때 더 잘 웃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상상력의 도움 없이 누군가를 웃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열세번째, 자신은 웃지 말자.

이런 친구가 있다. 말을 해놓고선 자신이 마구 웃어버리는 그런 친구.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고 따라 웃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 친구를 피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이건 여기에 비유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차린다고 집에 친구를 초대해 놓고서는 자기 혼자 다 먹어버리는 사람. 진정한 유머꾼은 자신은 전혀 웃지 않는다. 어렵다면 허벅지라도 꼬집을 일이 아닐까.


열네번째. 춤을 잘 추자

난 나이트 가는 사람은 천하의 날라리인 줄 알았다. 그렇게 나이트를 멀리 한 결과 춤을 춰보라고 남들이 멍석을 깔아주면 굉장히 난감하다. 그게 내가 가장 후회되는 부분 중 하나인데, 유머를 지향한다면 웃기게까지는 어려워도 멋지게 정도는 춤을 출 줄 알아야 한다.


열다섯번째. 눈치를 잘 살피자

아니다 싶으면 유머를 접는 지혜가 필요한 법, 유머라는 게 0.1초 안에 반응이 일어나니 아니다 싶으면 잽싸게 한말을 접는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내 친구 중 하나는 웃긴 얘기를 했는데 아무도 안웃으면 혹시 우리가 못들었나 싶어서 다시 말한다. 물론 처음보다 더 참혹한 반응이 오는데, 나는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 아니다 싶으면 잽싸게 말해 버린다. 미-안-하-다-고. 그 경우 썰렁하다고 나를 비난하려는 친구는 할 말이 없어지고, 나는 친구들 틈에 숨어 재기를 노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열여섯번째. 모든 사람은 다 스승이다.

모든 사람은 웃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공자는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셋이 가면 그 중 한명은 웃기는 사람이다” 무조건 안웃기다고 배척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서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4. 그 후 십년

유머를 왜 해야 돼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손에 물을 안묻히고 살 수 있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유머에 성공하게 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그중 하나가 무식한 말을 해도 “웃기려고 그랬겠지”리며 이해해 준다는 것. 그보다 더 큰 장점은 물론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거다. 사람이란 이기적인 동물이기도 하지만, 남을 웃김으로써 그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에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그럼 안좋은 점은? 남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 그런 사람은 모임 같은 데를 가도 맘 편히 있을 수가 없다. 다른 누군가가 웃기는 소리를 하면 따라서 웃기보다는 ‘다음엔 내 차례구나’라며 머리가 아파지는 게 우리네 삶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사람이 다 웃는 멋진 개그를 하려고 시도하는 게 바로 구도자의 자세, 앞으로도 난 이 길을 걸을 것이며, 보다 멋진 유머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자리까지 오는데 난 28년 걸렸다. 하지만 좋은 스승을 만나거나, 본인의 재능이 있다면 28년씩이나 걸릴 이유는 없다. 가시밭길로 점철된 그 길을 이제 두발로 걸으라고 얘기한다.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되는 그 길로. 가자, 즐거움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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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2-1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주무시고 뭐하십니까?

마태님은 정리의 달인이시군요. 맞아요. 웃기기 위해 남을 비하시키는 거 나빠요!

유머를 아는 사람과 함께하면 편안하고 즐겁죠. 그런 점에서 마태님은 참 좋은 분이세요. 항상 여유 잃지 않으시는 마태님되시길 빌어요. 유머는 조급해서는 안 나오는 거잖아요. 추천하고 가요.^^

ceylontea 2004-12-10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한 노력 끝에 얻게된 유머감각이시군요...

전 난 원래 내가 하는 이야기는 재미없어 하고 포기해 버렸지요...음.. 저도 유머를 때와 장소에 맞게 잘 구사하는 사람이 너무 부러워요... 저도 다시 노력하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요??

2004-12-10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마녀 2004-12-10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자가 아니라 마태우스님이라고 바꿔야 할 듯... 놀랍습니다. ^^

비로그인 2004-12-10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알겠습니다. ^^

미완성 2004-12-10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4년의 감수성을 따라잡는 건 너무 힘듭니다 ㅜ_ㅜ 마태님 글을 보니 님은 2004년에, 저는 1995년에 머물러 있는 거 같아요. 역시 님을 따라잡기는 글렀군요. 우리 사이는 너무 멀어요~~~~~ *.*

비로그인 2004-12-10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대단하세요 !

그런데 마태님의 인생철학과 유머의 노하우를 이렇게 공개하셔도 되는건지... ^^

호랑녀 2004-12-10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분도 깁니다. 10초 안에 사로잡아야 하고, 30초 안에 승부를 봐야 합니다.

nugool 2004-12-1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의 원칙이 16가지나!!! 헌데 특강의 주제가 유머의 길이었어요??

갈대 2004-12-1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다가 10년쯤 후에 '유머론'이라는 책 쓰시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크하~

엔리꼬 2004-12-1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째 원칙) 요즘은 유머의 남발이 제 위상의 추락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규정타석 채우는 3할 타자라기보다는 가끔 나와 맹활약을 하는 핀치 히터가 되고자 합니다. 가끔 9회말 2사에 등장해서 만루홈런을 때리기도 합니다. (열번째) 주위에도 남을 비하해서 웃기는 친구가 있는데, 유머에 있어서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긴 하지만 일부에게는(특히 비하의 대상이 된 사람에게는) 적이 되더군요. 저는 야구 잘하지만 매너없는 김병현보다는 모두에게 힘이 되는 박정태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열세번째) 저의 유머 철칙입니다. 나는 웃지 않는다! 이건 사실 철칙이라기보다는 스타일입니다. 근엄한 표정에서 나오는 황당하고 웃긴 발언은 그 상황 자체가 유머지요.

아직도 '덩달이 시리즈'와 같은 말꼬리잡기식 유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남이 한 말에 대해 애드립으로 받아치기에만 급급한 저로서는, 마태우스님의 적극적인 유머 구사에 대한 노력과 헌신을 본받아야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립간 2004-12-1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초등학교 (아니면 중학교) 때 에피소드 ; 마립간의 가슴 아픈 상처

선생님이 학이 한 다리로 서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TV에서 본 유머를 한답시고, '두 발 모두 서 있으면 넘어지잖아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과 친구들은 웃을 생각은 안하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저를 처다보고 있었습니다. 어색, 썰렁...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옆에 있던 친구가 똑 같이 '두 발 모두 서 있으면 넘어지잖아요'라고 이야기를 하니 선생님과 친구, 모두들 까르르 웃으면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습니다. 물론 유머를 유발하는데는 어투, 몸짓과 타이밍이 중요한데 그렇다고 해도 너무하자나. 이후로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 된 유머

참고 <원리를 알면 공자도 웃길 수 있다> (이현비 저, 지성사 출판)

마냐 2004-12-1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임다..으으......'계란으로 바위를 치자, 하늘을 감동시키자'는 황우석 교수의 좌우명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암튼, 이땅에 명랑사회를 앞당기는데, 마태님이 엄청 기여하고 계시네요. 사부님으로 모시고 싶어요, 엣? 줄이 길다고요? ㅠ.ㅜ

하이드 2004-12-1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썰렁한 사람도 귀여워서 좋던데요? ^^

조선인 2004-12-1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남을 비하하는 유머는 하지 말자. 끄덕끄덕

돌멩이 2004-12-1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글좀 퍼가겠습니다.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군요.



www.hufslife.com← 이곳에 올릴텐데 원하시지 않으면 곧바로 지우겠습니다

marine 2004-12-10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제 남친 생각이 납니다 그 애가 좀 썰렁한 애라 제가 늘 구박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웃기는 얘기를 간간히 합니다 그래서 "야, 너 많이 재밌어졌다?" 라고 칭찬해 줬더니 "나, 너 웃기려고 맨날 인터넷 유머 게시판 읽어" 라고 심각하게 말하더라구요 그 표정이 넘 진지해서 아주 미안했답니다^^

2004-12-10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4-12-1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남친 정말 멋지네요.

마태우스 2004-12-1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전 님도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에 열심히 참여하시는 모습이요...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속삭이신 분/님께서 해주신 말씀 새겨듣겠습니다. 꾸벅.

나나님/그렇게 몇달만 노력하면 금방 웃겨지거든요.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돌멩이님/아이 퍼가기엔 부끄러운 글인데... 퍼가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뭐. 반응은 어떻던가요?? 사이트 가보니까 로그인을 해야 하기에 그냥 왔어요

하이드님/그것도 한두번이죠!!!

마냐님/마냐님이라면 제가 수제자로 모시겠습니다. 안그래도 미녀 제자를 찾고 있던 중...^^

마립간님/그래요. 그러니까 초반에 이미지를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구요. 웃기는 사람이 하는 말은 조크가 된다구요. 근데 님의 독서는 정말이지 대단하세요...

서림님/으음, 님도 나름의 원칙이 있으신 걸 보니 머지않아 뜻을 이루실 것 같네요^^ 박정태, 참 훌륭한 선수죠. 근데 롯데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버린 듯... 은퇴식도 안해주고...

갈대님/하핫 설마 그러겠습니까. 부끄럽습니다.

너굴님/네.......... 그냥 제가 정했어요...

호랑녀님/님은 뭔가를 좀 아시는군요!!

고양이님/그럼요. 이런 원칙은 서로 공유해야 한다구요!!

사과님/왜 제게서 멀어지려고 하세요. 그러면 안되요........전 그래도 님이 젤 웃긴데...

검은비님/님도 유머 감각이 뛰어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님이라면 두달 안에 정상에 섭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폭스님/님도 촌철살인의 유머가 있잖아요. 그 스탈 계속 유지하시면 큰사람 될 겁니다.

하얀마녀님/제가 사실 공자를 좀 뜬금없이 우려먹죠. 하하.

실론티님/미녀 맞다고 해주셔서 감사^^ 글구 연락 드릴께요. 님은 미모가 있으니 조금만 노력하심 웃길 수 있을 텐데요...

스텔라님/저는 언제나 웃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될 겁니다.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