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제게 대장내시경을 하라고 했습니다.
계속 미루고 미룬 끝에 타협을 본 게 올해 6월까지,였습니다.
6월이 되자 아내는 말했습니다.
"이번달까지 하는 거 알지?"
알았다고 하고 예약을 하러 가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미루고 싶었습니다.
결국 6월 30일이 되었을 때 전 내시경실에 가서 예약을 했습니다.
그게 바로 내일입니다.
제가 대장내시경을 미루고 싶었던 건 제가 우리 학교의 비밀결사단체인
'내시경 안받는 의사들의 모임'의 핵심멤버이기 때문입니다.
그 모임의 리더는 저처럼 무서워서 내시경을 안받는 게 아니라 확고한 철학이 있었습니다.
"병이 생기고 나서 예방하기보단 아예 병을 안생기는 생활태도를 갖춘다"는 건데요,
캐치프레이즈는 그럴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이 뭐 술을 안마시거나
고기를 안먹거나 하는 건 전혀 아니라는 거죠.
아까 퇴근하는 길에 혹시나 해서 내시경실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내일 내시경인데 뭐 지켜야 할 사항이 없느냐고, 지난번에 나눠준 전단지를 잃어버렸다고요.
그랬더니 김이나 나물 같은 걸 먹지 말라고 하네요.
오늘 점심에 제가 아내가 싸준 김밥을 먹었는데 말입니다.
오늘 6시 이후에 먹지 말고 나눠준 물약을 잘 먹으라기에
8시부터 열심히 먹고 있는 중입니다.
아, 그 약 어찌나 맛이 없는지,
게다가 30분 간격으로 500미리씩 마셔대니 죽겠습니다.
이걸 6개, 총 3리터를 마셔야 하고 내일 새벽에 1리터를 또 먹어야 한답니다.
제가 맥주는 3천cc 정도 충분히 마시는데요-그것도 아주 즐겁게-
이놈의 물약은 도대체 정이 안갑니다.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했던 아내가 살짝 원망스럽네요.

저도 알아요.
아내 말이 아니라도 제 나이가 됐으면 하긴 해야죠.
제가 위내시경도 한번도 안하겠다고 떠들다가,
작년에 그 일 생기고 나서 지금까지 총 7번을 했지 않습니까.
남들 하는 건 해야겠죠.
하지만 너무 괴롭습니다 지금.
어머니한테 전화걸어 봤더니 대뜸 이러시네요.
"그거 난 너무 힘들었어."
좀 쉽게 장청소하는 방법은 언제쯤 나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