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말을 구상하고 있었는데요, 친구가 전화해서 술마시러 오랍니다. 그래서 서둘러 마무리를 했어요. 흑흑.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매직아, 제발 뭣 좀 먹어! 벌써 며칠째야?”
“싫어. 이제 하루만 더 참으면 돼”
스윗매직은 어머니가 식탁위에 차린 칠면조의 유혹을 겨우 이겨냈다. 허기를 이기기 위해 수돗물을 마시면서 매직은 낮게 중얼거렸다. “장하다, 매직!”
“전부 몇 개지?”
물만두가 이를 쑤시며 물었다.
“116개”
만순이가 이마의 땀을 닦았다. 며칠간 만순이는 만두를 만들고 세는 일을 하느라 탈진한 상태였다.
“컨디션 조절하느라 덜 먹었거든. 이런 추세라면 내일은 200개 돌파도 어렵지 않겠어. 두고봐. 내 닉네임이 왜 물만두인지를 보여주겠어!”
“난 언니를 믿어!” 만순이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히유, 이제 이짓도 지겹다”
만두피를 핥던 마냐가 허겁지겁 갈대즙을 마셨다.
“벌써 그만두려고? 내일이 시합인데...”
마냐의 매니저를 맡고있는 로드무비가 걱정스럽게 마냐를 바라봤다.
“만두피를 핥으면 정말로 만두를 많이 먹게 되는 거야? 난 자꾸 회의가 들어”
“그럼, 만두먹기 대회는 질리지 않고 먹는 게 중요하거든. 만두피를 핥으면 만두에 대한 내성이 증가한다고”
“그래도 그렇지, 2주나 만두피를 핥았으니...어머, 나 혓바늘 돋은 것 좀 봐”
로드무비가 마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루, 딱 하루만 더 참아”
마냐는 고개를 끄덕이며 로드무비가 내미는 만두피를 혀로 갖다댔다.
알라딘에 만두 1천포대가 배달된 것은 추석을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추석 전에 들어온 주문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짐을 가득 실은 트럭 세대가 알라딘 본사에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그 짐은 모두 인스턴트 만두인 ‘부추 물만두’였다.
“어디서 오셨어요?”
찌리릿이 물었지만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만두를 가져다 본사 앞에 쌓기 시작했다. 십분도 지나지 않아 만두는 사람 키 높이만큼 쌓였다.
“여기 싸인해 주시죠”
인부의 명찰에는 매너리스트라고 씌여 있었다.
“매너리스트님, 전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서명 용지를 가지고 사라졌다. 난감해하고 있는데 찌리릿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찌리릿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신지요?”
전화를 건 사람은 파란여우라고 했다. 국내 만두 시장의 60%를 장악한 큰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파란여우는 그간 알라딘에 너무 고마운 게 많았다면서 만두를 보낸다고 했다.
“저희가 뭐 해드린 것도 없는데요...뚜뚜뚜...”
찌리릿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겨 버렸고, 그때부터 찌리릿은 산더미같이 쌓인 만두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뭘 고민해? 쌓아놓고 우리가 먹으면 되잖아?”
서니사이드의 말에 찌리릿은 피식 웃어버렸다.
“저걸 우리가 무슨 수로 다 먹니?”
“두고두고 먹으면 되지!”
찌리릿은 만두 한포를 꺼냈다.
“이 숫자를 보라고. 유효기간이 2004년 10월 31일까지잖아. 한달 안에 무슨 수로 저 많은 걸 다 먹니?”
알라딘배 쟁탈 제1회 만두먹기 대회는 이래서 만들어졌다. 신바드는 가장 많은 만두를 먹은 사람에게 30만원의 알라딘 상품권, 2등과 3등에게는 각각 20만원과 10만원을 부상으로 내놓았다. 만두도 먹고 상품도 타는 경기라 그런지 500명이 넘는 서재 주인들이 참가신청을 했다.
-만두 아래 만두 없고, 만두 위에 만두 없다, 아영엄마
-만두는 남자의 미래다, 하얀마녀
-만두는 음식이 아니라 과학이다, 에피메테우스
-만두 10002개(만두개) 먹을거다, 카이레
-만두도 나무에서 나왔다!, 책읽는나무
만두먹기 대회의 세계기록은 78년 일본에서 ‘soyo12'가 377개를 먹은 것이었지만, 98년 태국의 ’가을산‘이 마의 400개 벽을 깨고 403개를 먹음으로써 20년된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기록은 88년 딱 한번 벌어진 ’진기록대회‘에서 체셔고양이가 163개를 먹은 것. 만두 전문가 오즈마는 “88년보다 체형이나 영양상태가 좋아졌다”면서 “200개 내외에서 우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람들은 스윗매직, 물만두, 마냐를 우승후보 빅스리로 꼽으면서, 먹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판다와 지느러미가 빠른 금붕어, 체격조건이 좋은 깍두기를 다크호스로 지목했다. 하지만 우승 가능성은 누구나에게 열려 있었다.
올림픽공원 광장. 화창한 날씨에도 참가자들의 얼굴은 긴장돼 보였다. “빵!” 만두 모양의 풍선이 터지면서 대회가 시작되었다. 스타리는 만두 네 개를 한꺼번에 입에 집어 넣었다. “캑캑!” 사래가 들렸는지 갑자기 기침이 맹렬하게 나왔다. 5분이 지나도 기침은 멎지 않았다. ‘아, 30만원...’ 스타리는 결국 옆에 놓인 타월을 흔들었다. 첫 탈락자였다.
멍든사과는 운이 없었다. 만두 하나가 목에 걸린 것. 응급 구조반이 달려와 만두를 제거했는데, 놀랍게도 만두 속에는 털이 잔뜩 들어있었다. “조리사 중 털이 많은 사람이 있었나 봅니다” 사과는 다시금 대회에 참가하려 했지만, 의욕이 상실된 상태에서 만두를 먹는 건 힘든 일이었다. 사과 역시 눈물을 머금고 수건을 흔들었다. “이건 분명히 털짱 짓이야! 두고보자!”
스텔라는 혹시 몰라서 아침을 먹었던 걸 뼈저리게 후회했다. 40개를 못넘기고 스텔라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내 “우웩!” 소리가 났다. 이미 만두를 게워낸 새벽별이 스텔라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화장실을 나온 둘은 마냐가 만두를 먹는 모습에 경악하고 말았다. 마냐는 정확히 십초당 세 개씩의 만두를 입안에 던져 넣다시피 했는데, 씹지도 않고 삼키는 것 같았다. ‘저, 저자는 이, 인간이 아냐!’
갈대는 자신의 가냘픈 몸매를 탓해야 했고, 소굼은 “꼭 간장에 찍어먹어야 하는 법이 어딨냐. 소금을 달라!”고 항의하다 강제로 끌려나갔다. 바람구두는 100개를 넘기자마자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따우는 집계원에게 돈을 주고 기록을 올리려다 걸렸고, 60개를 가볍게 넘긴 타스타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달려온 시어머니에게 끌려나가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탈락자는 늘어만 갔다. 이제 남은 사람은 단 여덟이었다.
“젠장, 물을 너무 많이 마셨어!” 금붕어가 단비 같은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누워 버렸다. 집계원은 힘차게 금붕어의 만두수를 외쳤다. “백칠십삼개!”
“으---” 낮은 비명과 함께 스윗매직이 수건을 흔들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숨이 가빠 보였다. 대기 중이던 의사 마립간이 스윗매직의 기도를 점검했다. “이겁니다!” 마립간은 핀셋에 든 물체를 여럿에게 보였다. 그것은 만두 포장지였다. 우승후보 스윗매직의 기록은 211개에 그쳤다.
판다는 눈을 감고 만두를 먹었다. 만두를 세던 토깽이탐정이 이유를 묻자 판다는 이렇게 대답했다. “만두와 하나가 되기 위해서죠!”
하지만 계속 그러다 만두 하나가 코로 들어갔고, 판다는 십분쯤 기침을 한 끝에 타월을 흔들고 말았다.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께요”
물만두가 사정했지만, 집계를 하던 찬타는 단호했다. “자리 이탈은 그대로 실격입니다!”
“소변인데도 안돼요?”
물만두가 계속 사정했지만, 찬타는 계속 고개를 저었다. 순간 “퍽!” 소리가 나면서 물만두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곧이어 냄새가 진동했다.
“거봐요! 내가 뭐라고 했어요!!!”
물만두는 화를 내며 짐을 쌌다. 물만두의 기록은 202개였다.
깍두기도 담당 집계원에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만두만 먹으면 밋밋하니까 깍두기 좀 먹겠다는데, 왜 말리는 거요?”
호랑녀는 고개를 저었다.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좀 봐주슈! 느끼해 죽겠소!”
호랑녀가 안된다고 하려는 찰나, 깍두기가 그만 오버이트를 하고 말았다. 토사물은 호랑녀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거봐요! 봐달랄 때 좀 봐주지!” 깍두기가 그때까지 먹은 만두수는 208개였다.
이제 남은 사람은 둘. 마냐야 원래 우승후보였지만, 다른 한명은 만두업계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만두 두 개를 입에 넣고 꼭 점프를 했다.
“왜 그러는 겁니까?”
기자들이 묻자 그녀는 배시시 웃었다. 성질급한 기자가 재차 물었다. “이름이 뭐죠?”
“진.우.맘!” 말을 하는데 만두 파편이 기자 한명의 얼굴로 튀었다. 그 기자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강적이군. 강적이야...’ 만두 세 개를 한입에 넣던 마냐가 진우맘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전혀 미동도 없이 만두를 먹는 그녀, 그때 진우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많이 먹지 못하는 것은 음식물이 위에서 걸리기 때문입니다. 위의 용량은 한계가 있습니다. 잘해야 만두 200개밖에 안들어가죠. 하지만 우리의 장은 깁니다. 8미터나 되죠. 거기다 만두를 차곡차곡 쌓는다면 400개, 500개도 가능합니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합니다. 자기 체중의 세배까지 먹을 수 있어요”
마냐는 그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배가 터지려고 하는데...’
마냐는 진우맘의 방법을 따라해 보기로 했다. 마냐는 자리에서 일어나 껑충 뛰었다.
“아야!” 착지를 잘못했는지 왼쪽 발목이 너무 아파왔다. 마냐는 발목을 부여잡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집계원이 힘차게 기록을 불렀다. “삼백이십칠개!”
진우맘은 신바드로부터 30만원짜리 상품권을 전달받았다. 민완기자로 활약 중인 실론티가 다가왔다. “519개로 세계기록 보유자가 되셨는데요, 비결이 뭡니까?”
“비, 비결은....웩!”
피부미인 실론티는 얼굴 가득 만두를 뒤집어썼다.
큰 행사를 치룬 찌리릿은 기진맥진해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잠이 들려는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파란여우였다. “저, 일전에 보낸 만두는 잘 드셨나요? 제가 유효기간이 얼마 안남은 만두가 몇백포대 더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