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에 한번, 난 모 방송에 나가 얘기를 한다. 아이템을 찾느라 목요일부터 이생각 저생각을 하는데,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지라 주말마다 맘 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 막 떠나는 열차에 몸을 날리듯, 마감이 임박해서야 겨우 아이템을 정하고, 대충 정리한 원고를 PD에게 보냈다. 늘 “오늘이 고비다”라고 말을 하고, 방송이 끝나면 미안한 마음에 도망치듯 방송사 사옥을 빠져나오곤 했다. 내가 첫 방송을 한 게 5월 11일이니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방송체질이 아닌 탓에 두달이 채 가지 않아 잘리곤 했던 나의 전력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꽤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그만하면 꽤 오래 버텼다 싶다. ‘음지의 질환을 양지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내 취지였는데, 그간 너무 우려먹는 바람에 더 이상 음지의 질환이 남아나지 않는다. 어눌한 말투는 4개월이 지나도 여전하고, 뭐 그렇게 대단한 재치를 발휘한 적도 없다 (대학병원의 장점으로 “건물이 크다”고 했던 게 MC가 진심으로 웃었던 유일한 사건이다). 조그만 방송국이라 듣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냥 넘어갔지만, 사람들이 많이 듣는 프로였다면 몇 번은 난리가 났을거다.
방송을 하고나면 시청자 반응이 늘 궁금하다. 언제나 “너무 잘했어! 갈수록 잘해!”를 외치는 우리 어머니의 말씀은 전혀 믿을 게 못되니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이따금씩 보게된다. 듣는 사람이 없는만큼 글도 별로 안올라와, 잘해야 한 개가 올라올까 말까다. 내 프로에 대한 글이 없으면 서운하기도 하지만, MC를 잔뜩 욕해놓은 글들을 보면 아예 언급이 없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크게 욕을 먹은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어제 비난의 글을 접했다.
[본문: 오늘 방송 계속 들어봤는데 출연자들이 말을 함부로 뱉어대더라구요. 대머리에 장애까지 가지신 분이 오늘 방송을 들으셨다면 기분이 어땠을까요?
댓글1: 대머리를 사회적으로 차별하지 말자는 얘기였잖아요?
댓글2: 말투가 시종일관 낄낄대면서 비꼬는 투였고, 가능성도 없는 대안제시로 한 번 웃어나 보자는 식의 내용이었죠]
내 프로에 대한 언급은 이게 유일하니, 올라온 글의 100%가 나를 비난하고 있는거다. 당연히 기분이 우울해졌다. 내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도 있고, 내가 그랬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그래도 억울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내가 말한 대안들이 그렇게 현실성이 없었을까? 약을 바르던 모발을 이식하던 현대의술로 대머리의 완치가 불가능하다면 대머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난 영화나 드라마, CF에 머리가 벗겨진 사람도 자주, 그것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자고 했고, 처지가 비슷한 사람이 더 챙기는 법이니 방송과 신문의 기자들 중 일정 비율을 대머리로 뽑자는 얘기를 했다. “대머리가 소수라서 차별을 받으니 얘를 많이 낳아서 인구의 50%를 넘겨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는 말은 물론 농담이었지만, 그 이후에 “남과 다르다고, 소수자라고 차별을 하거나 그러지 말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정말 이제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템을 짜내느라 쥐어뜯은 머리카락이 천개는 넘을테고, 비난글을 보고난 후 모낭 2천개가 그만 죽어버렸다. 내 외모에 대머리라면 문제가 심각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