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먹은 메뉴가 피자와 스파게티, 그리고 콜라였다.

실습준비를 하다보니 뭐가 하나 없어서 해부학교실에 가서 빌렸다. 소모품인데 가격이 좀 되는 거라 미안해서 “점심 사드릴께요”라고 했더니 그러잔다. 난 학교 앞 장터국수나 갈까 생각했지만, 그는 의외로 차를 타고 나가야 있는 <피자 헛>을 가잔다. 갔다. 사실 난 피자를 별로 안좋아한다. 앞에 있으면 먹고, 모교에 갈 때 가끔씩 피자를 사가긴 하지만,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다. 더구나 남자끼리 피자집에 가는 건 좀 이상하지 않는가?


예상대로 피자집은 물이 좋았다. 여자끼리 온 테이블이 주를 이루고, 아니면 남녀가 짝을 맞춰서 온 거다. 하다못해 우리 옆에 앉은 외국인도 커플이다. 피자의 어떤 성분이 여성에게 어필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먹는 내내 좀 쑥스러웠다. 남들이 우리를 사귀는지 알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먹은 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가격이 무려 3만900원이다. 어제 모임에서 총무를 하면서 남긴 3만원이 다 날라가 버렸다. 역시 피자는 내 체질이 아닌 것 같다.


생각해보면 여자끼리는 할 수 있는데 남자끼리는 하지 못하는 게 굉장히 많다. 남자끼리 영화를 보는 것도 좀 이상한 일이란 생각이 들고, 언젠가 친구랑 비디오방에 갔더니 주인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여자끼리 팔짱을 끼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남자랑 팔짱을 끼고 가는 건 따돌림을 당하는 지름길이 된다. 술집이야 괜찮지만, 커피집이나 요즘 잘나가는 <레드망고(아이스크림 빙수집인데 겁나게 맛있다)>-같은 곳을 남자끼리 간다면 영 어색해, 남자끼리 온 다른 팀은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이렇게 된 것이 레즈비언에 관대하고 게이에는 적대적인 우리 사회의 풍경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게이를 혐오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당할지도 모른다는 터무니없는 편견 때문일 테고, 레즈비언을 적대시하지 않는 건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덮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머리로는 게이를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엔 내공이 아직 모자란 나는 남들이 혹시 나를 게이로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남자와 뭔가를 할 때마다 겁나게 신경을 쓴다. 가끔씩 생각한다. 내가 게이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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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9-0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아직까지 사회의 시각이 그렇게나 발달(발달 맞나?)한 것 같지는 않구요, 도리어 유교적인 보수성 같아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개념때문에, 남자들끼리 팔짱을 끼거나 커피숍을 가거나 하는 것을 '곰살맞은 짓'이라고 생각해서 찌푸리는 것 아닐까요?

2004-09-02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마녀 2004-09-02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끼리면 어색하죠 그것도 셋 이상이면 괜찮은데 단 둘이면 더 이상해지죠. 흐흐흐흐.

비로그인 2004-09-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이가 아니라는 걸 입증하시려면 빨리 결혼을;;;

sweetmagic 2004-09-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이로 좀 보면 어때요 , 별로 게이 처럼 안 생기셨는데

starrysky 2004-09-02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마지막 문장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저도 물론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전혀 없다고 자부하지만, 스스로 레즈비언이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은 드는군요. 이 사회의 무시무시한 편견과 억압 속에서 저의 성정체성을 지킬 자신이 없거든요. 남들의 시선 때문에 스스로를 부정해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한 삶일까요. 누구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을 텐데요..
부디 이곳의 우리부터라도 마음의 눈을 더 크게 뜨고 주변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섣달보름 2004-09-0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늘은 약간 위험스러운 글이 아닌가 싶은데요.
막상, 게이나, 동성애자들이 이 글을 본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은..
언젠가 커밍아웃을 했던 홍석천이 드라마에서 "우리에겐 동성애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는데... 그말이 짠하고, 처절하게 들리더라구요.
제가 너무 심각하게 얘기했나요.
마태우스님께서 동성애자나, 게이를 비난하려고 쓴 글이 아닌데..
제가 너무 심각했다면 죄송합니다!!

sweetrain 2004-09-0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정말 편견없는 사람이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듭니다...

아영엄마 2004-09-0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피자헛이 굉장히 비싸다는 말씀만 드릴랍니다. 누가 산다고 하길래 주문했는데 헉~ 가끔 시켜 먹는 가게의 두 배던가? 하여튼 무지 비싸서 엄청 눈치보였더랬습니다. 이후로 피자헛은 머리 속에서 지웠습니다.

마태우스 2004-09-0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가격 대비 성능이 너무 떨어지더군요. 저 벌써 배고파요!
단비님/편견은 누구나 있지요. 그걸 줄이려고 노력하느냐 아니면 그냥 사느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섣달보름님/자꾸 섣달그뭄으로 쓰려고 한다는... 좀 위험한 글 맞습니다. 게이 분들이 보시면 불쾌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글과 말로는 게이를 옹호하는데요, 만나서 놀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게 있더라구요. 게이들도 아무 편견없이 어울려 놀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날이 언제 올까요.
따우님/음...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 덜 성숙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게이였다면 이 험난한 세상을 지금처럼 즐겁게 살아갔을 자신이 없거든요...
스타리님/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면 그들과 자주 만나서 놀아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 공산당을 뿔달린 애들로 알았던 어린 시절의 편견이 귀순자를 통해 깨어졌듯이요.
스윗매직님/게이로 보면 어떠냐고 하시는데요, 전 그렇게 저에게 자신감이 없거든요...
마크님/하핫,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군요. 록 허드슨도 그래서 결혼했다던데...
하얀마녀님/둘이 있는데 나란히 앉아 있다, 이러면 확실한 거죠....
진우맘님/그런 측면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너무 걱정 마세요. 다 잘 될 겁니다.

ceylontea 2004-09-0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피자를 싫어하신다. 입력해 놓아야지..

노부후사 2004-09-0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끼리 할 수 없는 게 많다는 마태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레드망고 가면 - 이 집 진짜 겁나게 맛있어요 - 여자끼리는 있어도 남자끼리는 절대 없더라구요. 저도 여친이랑 주머니 넉넉하면 이따금씩 들리곤 하는데 말이에요. 요즘은 여친 없으면 아이스크림도 맘놓고 못먹을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으스스 저를 사로잡는답니다.

panda78 2004-09-02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 망고- 갈 때마다 자리가 없어서 아직 한번도 못 먹어봤는데, 꼭 꼭 먹어봐야겠군요! ^^
개인적으로 저는 동성애자인 친구들이 무지 많은데 말이죠. 처음에는 세상의 편견과 억압을 딛고 사는 당신들, 멋져- 훌륭해- 그랬었는데(게이라서 훌륭하다니...나도 참. ;;) 계속 보다 보니 그저 한 사람으로 보게 되더군요. 별 훌륭할 것도 없고 별 다를 것도 없고 별 잘난 것도 없고 그리 못난 것도 없는.
마태님도 주위에 게이인 친구분이 있었다면, 호모포비아 없으셨을 것 같은데요. 제가 하나 소개해 드릴까요? ^m^;;

oldhand 2004-09-02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 셋이서 할일이 없어서 한동안 노닥거리다가 누군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공포영화나 보러 갈까?" (아마 여름 밤이었던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가 대뜸 답하더군요.
"우리 셋이 영화를 보러가는게 더 공포스럽지 않냐? 그런 소리 그만 해라. 무섭다."
남자들끼리는 차마 못하는 일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많아지는것 같아요.

털짱 2004-09-02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이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신다면... 흑.... 전 역시 성전환수술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비로그인 2004-09-02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 분위기가 레즈비언에게 관대하고 게이에게 적대적이라기보다는,
게이에 비해 레즈비언을 '인정'하거나 '취급'하지조차 않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동성애를 남성동성애에 비해서 가벼운 것으로 보고
연인 관계가 아니라 친한 친구 사이라고 간주하거나 잠깐의 일탈 정도로 여기는 거죠-ㅂ=

soyo12 2004-09-02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 망고는 한번도 안가봤습니다.
많이 맛있나보네요.
얼마전에 제가 살고 있는 이 촌 구석에도 하나 생겼던대, 한번 가봐야겠네요.
그런데 피자나 커피 전문점, 아이스크림 전문점들에 남자들이 그리 즐겨 찾지 않은 건
아무래도 술을 더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반면에 여자 둘은 술집 가서 술 마시기에 조금 그러기도 하잖아요. ^.~

stella.K 2004-09-03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피자 같은 거 안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한국 토종 음식 좋아 하시죠? 된장찌개, 동태찌개 그런 거...
레드 망고는 정말 맛있는 거 같아요. 살찔 염려도 없고(맞나? 좀 달긴 달던데 그래도 뭐, 요구르트니까).^^

마태우스 2004-09-0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아녀요. 저 TGI도 좋아해요... 회는 말만 들으면 몸이 꼬이구요. 동태찌개는 잘 안먹습니다. '태'가 들어가는 건 전부 안좋아하죠. 님도 레드망고 좋아하시는군요!
소요님/음, 젊을 때는 피자집에 가서 맥주 피쳐를 마시곤 했었는데... 술 때문일 수도 있겠군요. 레드망고 한번 가보세요. 맛있어요
티티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맞다, 그러고보니 동성애 사이에서도 남녀차별이 존재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네요.
털짱님/안받으셔도 됩니다! 노우프로블렘.
올드핸드님/하하, 정말 남자 셋이 영화보는 거 공포스러워요^^
판다님/오, 님은 그렇단 말이죠. 저 뿐 아니라 대부분이 동성애자와 접촉을 안하고 -혹은 해도 모르던지-살지요. 그들도 자신있게 자신의 성적 취향을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와야 할텐데요
에피메테우스님/그러게요. 여친 없으면 레드망고 못가죠. 남자 다섯에 여자 하나처럼 성비가 안맞아도 무조건 여자는 있어야 레드망고를 가죠...
실론티님/앗 입력해 두지 마세요. 가끔은 먹고플 때가 있어요. 근데 어제 간 집은 비싸고 맛도 별로라 투덜댄 거죠.

플라시보 2004-09-0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같은 생각인지 모르겠는데요. 남자들도 학교 다닐때 화장실을 친구와 같이 간다면 그 이외의 모든것을 함께하는 것에 익숙해질수 있지 않을까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