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다른 사람과 찍는 건 더더욱 그렇다.
그게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김제동은 연예인 중에서도 좀 특별한 축에 속한다.
첫째, 그는 '김제동 어록'이 있을만큼 주옥같은 비유를 잘하는 달변의 소유자이고,
둘째, 우리나라같은 척박한 나라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멋진 분이기 때문.
나라의 한심함 때문에 출연할 기회를 박탈당하면서도
그는 늘 웃고, 늘 여유로워 보인다.
그러니까 출연제약 같은 압력은 그에게서 웃음을 빼앗아가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아우라를 더 크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무튼 그는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연예인이다.

하지만 내가 오늘 그와 사진을 찍은 건 단지 그가 김제동이어서는 아니다.
어려서부터 난 내가 눈이 가장 작다고 생각했는데
김제동을 보면서 위안이 많이 되곤 했다.
오늘 아침 김제동을 만나러 간다니깐 아내가 "누가 더 작은지 인증샷 찍어와"라는 명을 내렸고,
그래서 몇분간 줄을 선 끝에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주위 사람들이 말하길, "세로는 김제동이 더 길고 가로는 서민이 더 길다"고 했는데
사진을 올려놓고 보니 내가 더 작은 것 같다.
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