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로서 라디오방송에 나간지 5주째에 접어들었다. 재미있게 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난 방송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늘 죽고 싶은 마음으로 방송날을 기다리고, 방송이 끝나면 마치 죄인처럼 방송국을 빠져나갔다. 워낙 해괴한 인간이라 처음 한두번은 재미있게 들을 수 있지만, 도무지 배울 게 없고, 그렇다고 웃기지도 않은 게 내 방송이다. 시청소감이 별로 오르지 않는 게시판에 드디어 이런 글이 올랐다.
[이 서민이란 사람은 예전에 모방송에서 청춘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하면서 방송을 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분이 본 방송에 몇 차례 출연한 방송을 오늘까지 몇 차례 들었는데, 책임있는 얘기를 하는건지 방송을 위해 공부를 제대로 하고 나오는건지 이런 정도의 얘기를 방송에서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건지 답답한 마음이 든다. 내용뿐 아니라 말도 전혀 책임없는 아이같이 느껴지는 것이...연출자는 어떤 의도로 고정손님으로 초대하는건지 알고 싶네요]
그래서 난 이런 답글을 달았다.
[님같은 말씀을 해주시는 분이 없어서 지금도 방송을 하고 있다는.... 이 글이 오르고 나서는 아무래도 좀 달라지겠죠? 글구 절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민 드림]
처음 약속은 일주에 한번씩, 네 번만 하는 거였다. 하지만 4주가 다 되었건만 PD는 날 자를 생각을 안하는 듯하다. 지금까지 방송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도 한 두 번 하고 나면 바로 잘릴 줄 알았는데. 방송 초기, 누군지는 모르지만, 조직적으로 나를 띄우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지난주에 홍퀸이란 분이 쓴 글이다.
[오늘 서민 선생님 말씀중에 정확하겐 기억안나지만 헬리코박터 코너자체가 치료법을 꼭 안겨준다기보다는 소재 자체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가자는 이런소재들을 편하게 얘기할수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싶다는 뭐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저두 매주 느끼는 걸 말씀하셔서 좋았어요.. 정말 좋은 취지의 코너인거 같아요.. 정말 우리나라사람들은 아직까지 지금까지 헬리코박터에서 다룬 주제에대해 쉽게 얘길잘못하는데 방송에서 해주시니깐 넘 좋네요..
그 코너들을때마다 혼자 듣기 아깝다는 생각과 많은 사람들이 들을수있게 저녁시간에 재방송을 해주심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한답니다..^^ 아,그리구 서민선생님 코너가 시간이 넘 짧아서 아쉽지만 그래두 뭐 그런 코너가 있다는것만도 어딥니까.. 암튼 담주도 기대하겠슴다요~]
홍퀸이란 분은 지지지난주에 이런 글도 썼다.
[근데 정말 어제 나오신분 개그맨인줄 알았습니다.. 다음주가 벌써부터 기대가되는군요..
왜 어제서야 들었는지 후회가 되면서 지금부터 다시듣기로 들어볼라고 합니다..]
첫 방송이 나가고 나서는 이런 글도 있었다.
[서민샘 넘 멋져요.... 순진무구 찬진난만입니다요... 서민샘 절때루~~~~~ 짜르지 마셔요...
담주에도 기대합니다!!! 솔직하고 꾸밈없이 부탁드립니다]
게시판에 글이 많이 오르는 경우, 이런 글은 수많은 비난글들에 묻혀버리지만, 하루 방송이 끝나고 잘해야 둘셋 정도의 글이 오르는 방송국에서는 이런 글들이 여론을 왜곡한다. PD가 날 못자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참고로 내게 비슷한 찬사를 보내주는 분이 한분 더 계신데, 바로 우리 어머님이다. 방송을 못했다고 고개를 푹 숙이고 집에 갈때면 어머님은 어김없이 전화를 하신다. "민아! 너~무 잘했어! 갈수록 잘하는 것 같아!" 우리 어머님이 무조건 잘했다고 하시는 걸 잘 알지만, 주위에서 듣고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전혀 없는지라 '진짠가?' 하는 생각도 슬그머니 들곤 했다. 하지만 오늘 적나라한 비판글을 올려준 분 덕분에 난 내 현주소를 다시금 파악했다. 그래, 이제 그만 해야지. 방송을 장난으로 알고 어설픈 유머만 구사하는 사람이 더 이상 방송계에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주 금요일에 있는 회식 자리가 아마도 내 환송회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만 해야 하는 법, 내가 있을 곳은 알라딘이고, 난 알라디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