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에 낸 연구비 공모에서 탈락을 했다.
내 스스로는 "이 정도 훌륭한 계획이라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내가 너무 세상을 만만하게 본 모양이었다.
그래도 연구는 해야 하고, 연구원들 월급도 줘야 하는지라
갖고있던 아파트를 팔려고 내놨다.
그것만 팔리면 앞으로 5년 정도는 연구비 없이 살 수 있겠다 싶었고,
그 동안 계속 연구비 신청을 하다보면 될 때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계산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작년 말에 문화재연구소에 낸 연구비 계획서가 우수연구과제로 뽑혔다는 연락을 받은 거였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오래된 유적이 있고 거기서 기생충을 발견하겠다"는 내 제안이
문화재연구소 측에 어필했나보다.
아직 받지는 않았지만 8월 중에는 연구비가 들어올 것이고,
그러면 지금까지 시약 등을 사느라 진 외상값도 다 해결할 수 있으리라.
더 반가운 건 그게 올해만 주는 게 아니라
올해 결과만 좋다면 내년, 내후년까지도 계속 주겠다고 하는 거니
얼마나 기쁜가?
그래서 난 요즘 자주, 기생충을 발굴하러 지방 출장을 다닌다.
저번에는 진주에 다녀왔고
엊그제는 쇠고기가 맛있다는 홍성에 다녀왔으며,
다음주에도 1박2일의 출장이 예정되어 있다.
몸은 힘들지만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중이다.
아래 사진은 청동기 유적지로 추정되는 발굴장에서 찍은 거다.
지금으로부터 3천년 전 사람들이 살았던 주거지로 많은 유물이 출토되고 있는데
아쉬운 건 당시 사람들이 일을 보던 화장실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
그것만 찾으면 3천년 전의 기생충, 이래가면서 외국 학술지에 투고할 수 있지만,
화장실이 집 안으로 들어온 건 그리 오래된 게 아니고,
청동기 시대쯤 되면 화장실의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단다.
할 수 없이 집안 곳곳의 흙을 채취해 왔는데
거기서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미녀분과의 약속을 펑크내고 갔다온만큼 잘 돼야 할텐데...
저...옷이 좀 늘어져서 배가 나온 걸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요즘 운동 열심히 해가지고 살 빠졌다고 그럽디다.
글구 정작 중요한 청동기유적지는 잘 안보이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