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가 윤종강이래요

 

 

 

일시: 12월 18일(월)

누구와: 예과 2학년과


“저희 종강파티할 때 와주실 수 있으세요?”

수업 때 한 학생이 했던 질문에 난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재벌2세이긴 하지만 애들 숫자가 얼마인가, 하는 생각이 날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과대표가 “월요일날 오실 수 있어요?”라고 물었을 땐 과감히 그러겠다고 했다. 날 속썩힌 적도 여러번 있지만 얘네들은 내가 학과장을 맡고 나서 처음으로 받은 애들이었고, 나와의 친분도 그만큼 깊었다. 그네들은 학년별 체육대회 때 내가 자기네들을 응원할 거라고 믿는 애들이니까.


그날 난 학장님이 주재하는, 보직을 맡은 선생들끼리의 송년회가 있었다. 우리 학장님의 멋진 점에는 술을 안마신다는 것과 일찍 끝내주는 게 포함되는데, 그날따라 공부가주를 시켜 주신다. 내가 좋아하는 술을 앞에 놓고 몸을 사리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인지라 내게 할당된 한병을 거의 다 마신 것 같다.


그러고 나서 간 종강모임, 하지만 분위기는 이상하게 축 쳐져 있었고, 애들 숫자도 생각보다 적었다(그나마 맛이 간 애들까지...). 3차를 인근 바비큐집에 간다는 걸 뜯어말린 나는 4명씩 조를 짜준 뒤 택시비 만원씩을 줬다.

“고속터미널 옆 갤러리아 주차장에서 만납시다.”

거기 온 애들은 모두 열두명, 취기 때문인지 난 때 아닌 호기를 부렸고, 처음 발견한 아름다운 빠에 들어갔다(아름답다는 건...물론 술집 주인이....하핫).

“이거랑...이거, 그리고 이거 주세요.”

한 학생이 말한다.

“선생님, 이렇게 멋진 종강파티는 처음이어요!”

1차에서 술을 많이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난 의연하게 술을 마셨고, 학생들이 하나 둘 나가떨어지는 걸 의연하게 바라보았고, 의연하게 카드를 그었고, 자리가 파한 뒤 의연하게 내 연구실로 들어가 라꾸라꾸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SMS 서비스 덕분에 다음날 아침, 문자로 온 카드결제 액수에 잠시 놀랐지만, “잘 들어가셨어요? 어젠 너무 즐거웠어요”라고 해준 몇 명의 애들 때문에 그 놀람은 많이 경감되었다. 그날 점심 때 난 땅콩샌드를 먹어야 했고, 그날의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그런데...내가 학생들 두명과 택시로 터미널 옆까지 갔을 때 2,600원이 나왔다. 근데 왜 다른 팀 학생들은 거스름돈을 안주는거야!!!!!!!!!!! 그 돈이 아쉽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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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 2006-12-25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방금 마태님의 글 읽다가 새로운 글이 뜨는 덕분에 일등!!! ^^
연말이라 몸도 힘드시겠네요. 건강조심하시구요! 참, 전 가끔 마태님 글을 재미있게 읽던 카프리입니다(제 아이디의 어원을 아신다면 반가움이?).

건우와 연우 2006-12-2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로 진짜로 연말이 무사히 지나가길 빌겠습니다....^^
위로의 의미로 추천...^^

짱꿀라 2006-12-25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술이야기는 언제나 읽어도 재미있고 웃음을 주는 이야기 입니다. 들어왔다가 글이 올라와서 잘 읽고 갑니다. 종강파티는 잘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실비 2006-12-2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무리하진 마셔요~~~

야클 2006-12-2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강파티때는 고정하옵소서. ^^

2006-12-26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06-12-26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등산에서 고기먹고파요...
제발 정말 고정하시고, 카드한도를 아예 낮추세요..

무스탕 2006-12-26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강이 1년에 두번밖에 없길 다행이에요 ^^
(며칠내로 공부가주 몇 번 드셨네요. 향이 궁금...)

다락방 2006-12-2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정말 그 거스름 돈은 어디에 있는거래요? 흐음. ㅋㅋ

Mephistopheles 2006-12-26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다...전 종강때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학생들 돈 뜯어내서 교수님께
구두티켓 드렸던 기억이 나는데....ㅋㅋㅋㅋㅋ(마태님 학교에 편입을 해볼까요)

moonnight 2006-12-2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들에게 너무 잘 해 주십니다. 이런 교수님이 어디 계실까요. 그치만, 조금만 참으시는 것이...^^; 전, 후배들에게 술 사주며 그은 카드비에 너무 놀라서 이번달 완전 긴축했거든요. 덕분에 연말에 웃고 있잖아용. 호홋. ^^

2006-12-26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6-12-2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마태님 마누라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매우 뜬금없는 생각이 불쑥 치미오...ㅡㅡ;;;;

진/우맘 2006-12-2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나저나, 지은이가 윤종강이래요? 푸헷!

클리오 2006-12-26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고 애들을 데리고 빠에 가시다니.. 마태님은 애들에게 너무 한도가 없으시오.. 흑흑... (내돈도 아닌 것을... ^^;;)

게으름뱅이_톰 2006-12-26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후 정말 유쾌한 종강파티였군요. 마눌님은 결제액을 보고 심장이 벌렁거리시겠으나, 학생들과 마태님은 즐거운 시간이었으니 그걸로 된거죠? ^^
그나저나, 거스름돈은 왜 안 줬대요. 크크크

BRINY 2006-12-26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를 짜주실 때 똘똘해뵈는 학생에게 '거스름돈은 가져와'라고 확실하게 말씀하셨어야 했어요. 에휴. 그냥 넘어가시면 애들 버릇되요.

날개 2006-12-26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재벌이시라지만, 가끔씩은 참아주시지요....^^;;;;;

비로그인 2006-12-26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대학시절 교수님들은 님처럼 친절하지 않으셨던것같은데 학생들이 부럽네요.

마노아 2006-12-2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져요! 이런 교수님을 뵌 적이 없어요(>_<) 심심해진 지갑에는 애도를...^^;;;

2006-12-28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12-29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열심히 하고 계시죠?^^
마노아님/애도만으로 안되고 후원회 같은 걸 기대해 봅니다^^
승연님/지금은 시대가 좀 달라졌자나요^^
승연님/개강 때 참았다가 종강 때 쓴 거라는...^^
브리니님/담부턴 5천원씩 줄께요^^
게으름뱅이님/거스름돈 말이죠 게을러서 안준 건 아닐까요^^ 글구 제겐 같이 놀래줄 마눌님이 없어서 다행이죠.
클리오님/제가 손이 좀 커서 말이죠....
진우맘님/요즘 너무 님과 격조했어요 앞으론 친하게 지내요 돈이 없을 때 자주 하는 소리...^^
달밤님/그 웃음을 같이 나눌 수 없을까요 호호홋
속삭이신 ㅈㄱ님/저도 님의 학생이 되고 시퍼요 어쩜 그렇게 글을 잘쓰시는지....물 흐르듯...
메피님/세상엔 여러 종류의 종강이 있지요 윤종강 씨도 있고 하종강 선생도 계시잖아요^^
다락방님/님한테 드렸다는데요?^^
무스탕님/공부가주, 그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요^^
파비님/무등산.....저도 2년에 한번씩밖에 못가죠 거기 진짜 비싸요...... 열심히 할께요
속삭이신 ㅍ님/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잘 되시길 빕니다

마태우스 2006-12-29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개강파티 같이해요 우리...^^
실비님/이미 무리했는걸요 흑
산타님/늘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에게 계속 웃음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건우님/제게 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올 연말도 그럭저럭 보낸 것 같군요 호호
카프리님/아앗 카프리는 제가 소시적에 젤 좋아하던 술인데.... 반갑습니다 연말에 이렇게 정체를 드러내시는군요

게으름뱅이_톰 2007-01-0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실수를!
그리고 마태님의 유머에 푸하.....^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