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종에 대하여 외 - 수상록 선집 고전의세계 리커버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고봉만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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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종에 대하여 외 - 수상록 선집

 

이 책은?

 

이 책은 몽테뉴 수상록중에서 그중의 몇 편을 선별하여 수록한 책이다.

이 책에는 <식인종에 대하여>를 비롯하여 모두 6편의 글이 들어있다.

 

저자는 미셸 몽테뉴 (1533~ 1592), 프랑스 인문학자인데 이 책과 관련된 그의 경력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의 광신적인 종교 시민전쟁 와중에 종교에 대한 관용을 지지했고 인간 중심의 도덕을 제창했으며 그러한 견해를 알리기 위해 엣세essai’라는 독특한 문학 형식을 만들어냈다. 1580년 그간 써둔 수필을 간추려 인생 에세이(2)를 보르도에서 간행했고, 신장결석 치료를 겸해 유럽 관광길에 올라 1년 넘게 외국에서 보냈다. 이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1774여행기를 집필했다. 1586년 몽테뉴 성으로 돌아가 수상록에 증보와 수정을 가하고 그 뒤에도 집필을 계속해 15883107장에 이르는 수상록신판을 간행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 실린 몽테뉴의 글 여섯 편 제목은 다음과 같다.

 

130장 식인종에 대하여

36장 마차들에 대하여

136장 소카토에 대하여

150장 데모크리토스와 헤라클레이토스에 대하여

219장 신앙의 자유에 대하여

311장 절름발이에 대하여

    

이 목록 중에서 권, 장 표시는 원래 책의 분류에 의한 것이다.

 

몽테뉴의 수상록<동서문화사>에서 출판한 책으로 제 1권을 읽은 적이 있다.

해서 이 책에서 세 편 - <식인종에 대하여>, <소카토에 대하여>, <데모크리토스와 헤라클레이토스에 대하여 >- 은 다시 읽는 것이고 다른 글들은 처음 접하는 것들이다.

이미 읽은 세 편은 그래서 번역을 비교하는 차원에서 다시 새겨볼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책에서 <136장 소카토에 대하여>라고 번역해 놓았는데, 그건 () 카토’- Cato the Younger- 라는 것, 미리 알고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의 성격은?

 

요즘 우리가 말하는 에세이라는 말의 원조인 이 책은 수필 문학의 고전이자, 프랑스 모럴리스트 문학의 기초를 쌓아올렸다고 평가받는 몽테뉴의 수상록이다.

 

글의 형식이 수필인만큼 글의 형식이 자유로워 읽기 쉽다.

또한 글에는 그가 살아있을 때를 기준으로 하여 전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의 저작물에서 다수 인용하고 있어, 이해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미주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어, 오히려 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많은 저작물들을 인용했는데, 성경에서 인용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해서 그런 것 때문에 무신론자라고 오해를 받아 그의 수상록이 오랫동안 (1676~1854) 금서로 묶여 있었다는 것,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새겨봐야 할 아이러니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새겨볼 부분이 많다.

 

타인에 대한 생각의 자세를 특히 새겨볼 게 많다.

이기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먼저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 그게 몽테뉴의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한 게 아닐까?

 

이런 글이 바로 그런 예가 된다.

물론 그들은 야생sauvages’이다. 자연이 저절로 자연스레 발전하면서 이룩한 성과를 야생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의 야생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야생이라고 불러야 할 대상은 오히려 우리가 우리의 기교로 사물의 보편적인 질서에서 멀어지게 한 것들이다. (25)

 

<식인종에 대하여>라는 글 중 일부다.

당시 발견된 신대륙의 원주민에 관한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그들을 야만이라 부르는 것에 대한 몽테뉴의 반론격인 글이다.

 

몽테뉴는 야만과 문명의 구분은 인정하되, 그 구분하는 방식을 다시 검토해보고 있는 것이다.

해서 그들을 야만인이라고 부르기 전에 우리를 돌아봐야 하는데 따지고 보면 우리가 더 야만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성의 법칙에 비추어서 그들을 야만인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우리와 비교해서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우리야말로 모든 야만스러움에서 그들을 능가한다. (34)

 

그가 우리가 더 야만이라고 하는 여러 근거가 차분하게 제시되고 있는데, 그런 것을 읽어보는 것도 책 읽는 기쁨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런 글 읽어보자.

재판권은 재판하는 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재판받는 자를 위해 있는 것이다. 높은 직위는 결코 그 자리에 앉을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랫사람을 위해서 만든 것이다. 의사가 있는 것은 환자를 위해서지 그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모든 관직은 기술과 마찬가지로,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이 자기 바깥에 위치해야 한다. “어떤 기술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54)

 

몽테뉴는 <16세부터 툴루즈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해 1557년에 보르도 고등법원 심사관이 되었고 1570년 법관생활에서 은퇴했는데>, 법원 판사였던 그가 한 말이니 더욱 의미심장하다.

 

재판권을 행사했던 그가 말한다.

재판권은 재판하는 판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재판받는 자를 위해 있는 것이다. 그게 판사의 진정한 자세가 아닌가?

요즘 리더십에 대하여 강조하는 사람들, 특히 높은 자리에 앉아 목에 힘을 주고 있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자세를 가다듬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의 사용법

 

그래서 이 책은 한 글자, 한 글자 글들을 붙잡고 자기 성찰의 방편으로 읽어가면 좋을 듯하다.

 

판단력은 모든 문제에 적용되는 도구이며, 어디에나 관여한다. 그래서 나는 판단력의 시험essais에 온갖 기회를 이용한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문제라 해도 나는 그것에 대해 나 자신의 판단력을 시험해essaye본다. 강을 건널 때처럼, 우선 멀리서 조심스럽게 깊이를 재본 다음, 강물이 내 키에 비해 너무 깊은 걸 알면 나는 강가에 머문다. 더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판단력이 주는 이점 가운데 하나다.  (91)

 

이 글을 읽고 강에 가서 강물 깊이를 재어보는, 그대로 따라하자는 건 아니다. 몽테뉴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얼마나 신중하게 했는지를 생각하면 섣부른 결정을 내려, 나중에 후회하는 일은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글,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각자 자기가 가본 지방에 대해 정확히 말해주는 지리학자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리학자는 우리는 보지 못한 팔레스타인 성지에 가보았다는 우월감 때문에 세계의 모든 곳을 아는 척하는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 나는 사람들이 자신이 잘 아는 주제에 대해서든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든 아는 만큼만 써주었으면 한다. (24)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은 자연이나 우연이 만들고 가장 못나고 불완전한 것은 인간의 기술이 만든다. (26)

 

한 인간의 품위나 가치는 마음과 의지 속에 존재한다. 바로 거기에 인간의 참된 명예가 깃드는 것이다. 용기란 팔과 다리의 굳셈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의 굳셈이다. (36)

 

따져보면 왕에게는 자기 것이라고는 없다. 왕이라는 존재도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54)

 

다시, 이 책은?

 

이런 글 읽어보자. 소름이  돋는다. 

신대륙에 상륙한 백인들이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분탕질을 할 때 원주민 그들이 한 말, 우리 인류 역사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당신들은 스스로가 평화로운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진짜 그렇더라도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당신들의 왕에 대해 말하자면, 남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곤궁한 것 같다.

(…… )

당신들의 위협에 대해서 말하자면, 상대가 어떤 기질이나 방편이 있는 줄도 모르면서 위협을 가한다는 것은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70)

 

이 책의 가치를 증명해 주는 글, 몽테뉴의 가치를 다시 새겨볼 수 있는 글을 꼽으라면 단연 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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