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센스 노벨
스티븐 리콕 지음, 허선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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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스 노벨

 

이 책은?

 

이 책 난센스 노벨은 제목 그대로 소설이다. 난센스한 이야기로 가득한 재미있는 유머 소설집이다.

 

저자는 스티븐 리콕, <1869년 잉글랜드 햄프셔 지방의 스완모어에서 출생한 후 캐나다 온타리오주로 이민을 갔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언어학과 문학을 공부하였고, 미국의 [Truth][Life], 토론토에서 발행되는 [Grip] 같은 잡지에 글이 실리면서 유머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소설, 그냥 스쳐지나가며 읽어도 재미있고, 또한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재미가 우러나는, 몰입도 최고의 책이다.

 

그래서 이 책 읽으면서 서양식 유머 코드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미국 TV 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이 토크 쇼에 나와서 재담을 할 때, 빵빵 터진다고 표현하는,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먼저 이런 글 읽어보자. 첫 번째 이야기인, <여기 해초에 묻히다>에 나오는 장면이다.

화자인 가 '소시 샐리' 호에 승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내 앞에 있는 선장은 서른에서 예순 사이의 건강한 선원처럼 보였다.(7)

 

찾았는지? 어느 대목에 저자가 방점을 찍고 있는지를?

서른에서 예순 사이’, 거기에서 일단 한번 웃음이 나온다.

 

그 말과 다음 문장을 같이 한꺼번에 읽어보자.

 

내 앞에 있는 선장은 서른에서 예순 사이의 건강한 선원처럼 보였다. 커다란 구레나룻, 무성한 턱수염과 두꺼운 콧수염만 빼면 깔끔히 면도한 얼굴이었다. (7)

 

구레나룻, 턱수염, 콧수염을 빼면, 얼굴에 남아 있는 부분은 어디일까?

 

구레나룻은 귀 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하니, 턱과 코 밑을 제외한다면남아있는 얼굴은 이마 정도일까?

 

이런 식으로 유머는 진행이 된다.

 

해적이 쳐들어와 싸우는 장면을 살펴보자.

 

두 배가 옆으로 나란히 붙었다. 배가 가방끈과 새끼줄로 서로 단단히 묶였고, 가운데에 널빤지가 놓였다. 순식간에 해적들이 눈알을 굴리고 이를 갈고 손톱을 줄질하며 우리 배의 갑판으로 몰려들었다. (20)

 

이 정도야 뭐. 그 다음 읽어보자.

 

그리고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점심시간 15분을 포함하여 두 시간 동안 계속된 싸움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마치 우스개말을 던지고는 시치미 뚝 떼고 다음 말을 천연덕스럽게 이어가는 코미디언, 그런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니 그 끔찍할 거라는 싸움 장면, 기대가 된다.

그런데 지금 가 탄 배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가 탄 배는 선장이 선원들 몰래 보물이 묻힌 섬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그 보물을 찾아낸 다음 배분할 몫을 줄이기 위해 선장은 선원들을 물에 빠뜨려 죽이고 있으며, ‘에게도 그 일에 동참할 것을 권유한다.

 

드디어 교활한 선장과 는 가라앉는 배를 떠나 뗏목으로 갈아탄다. 비상식량을 두둑하게 챙긴 다음의 일이다. 상자 두 개 안에 들어있는 비상식량을 얼마 후에 꺼낸다. 내용물은 파란색의 네모난 소고기 통조림, 드디어 식사를 하려고 다가앉았는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23쪽을 참조하시라.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 책에는 모두 8편이 실려 있다.

 

그런데, 이 책 그런 유머로만 읽혀지는 소설이 다가 아니다.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예리한 시각도 찾아볼 수 있다.

 

8번째 이야기, <석면 옷을 입은 사나이> 편이다.

는 지금 잠들었다가 2, 3백년 후에 깨어나고 싶어, 미래로의 잠을 준비한다.

 

잠에서 깨어난 는 한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의 발언이다. 들어보자.

 

하지만 당신들은 곧 기계가 쓸모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계가 좋아질수록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원했지요. 삶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습니다. 당신들은 힘겨워 소리를 질렀지만, 기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당신들이 스스로 만든 기계의 톱니바퀴에 갇혀버린 것이지요.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204)

 

이 대목에서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가 떠오른다.

공장 톱니바퀴에 끼어 돌아가던 챌리 채플린의 모습, 그게 연상이 되는 것이다.

 

과연 2, 3백년후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이 작품 <석면 옷을 입은 사나이>는 반전이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다음 이야기는 스포일러니까 생략할 수밖에.

 

다시, 이 책은?

 

일단 이 책은 가볍다. 책의 무게도 가볍고 다루고 있는 내용의 무게 또한 가볍다.

그러나 그 가볍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품고 있는 메시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가벼우면서도, 무언가 진중한 울림을 주는 작품, 웃으며 시작했다가 그 웃음 뒤에 숨어있는 진한 삶의 무게, 느끼면서 책을 덮을 수 있다.

 

, ! 2<넝마를 걸친 영웅>은 마치 우리나라 현재의 그 무엇을 풍자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범죄자가 등장하고, 경찰이 등장하고, 재판장이 등장하는데, 그 범죄자가 오히려 대우를 받는 게, 누군가를 자꾸만 떠올리게 하니, 참 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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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처음 만나는 서양철학사 - 서양 철학의 개념을 짚어주는 교양 철학 안내서
피플앤북스 편집부 지음 / 피플앤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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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처음 만나는 서양 철학사

 

기대가 너무 컸었다.

그래서 아쉽다. 책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그 내용을 담는 글이 잘 못된 경우가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이 책, 그러한 부분 짚지 않을 수 없다. 양해해주시라.

 

검토해 볼 부분들

 

그가 독배를 마시면서 외친 것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지만 이말의 타당성은 지금도 논란의 한 가운데 있다. (26)

 

소크라테스 관련 글이다. 요즘의 연구에 의하면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다. 와전된 것이라 한다.

그러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면, 우선 그런 것부터 확인해 할 것인데, 아쉽기만 하다.

 

오자임이 분명한 글들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의 정문에는 기아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올 생각을 하지 마라!”라고 적혀있었다. (50)

 

이 것을 비롯하여 오자, 탈자 등이 상당하여 책을 읽는데 무척 힘들게 한다.    

 

 

앞뒤 맞지 않는 이름들

 

그는 그곳에서 병사(病死)했으며 그의 유언에 따라 전처 뤼티아스의 뼈와 함께 묻혀지고, 하녀들에게도 자유와 재산을 나누어주었다. (42)

 

처의 이름은?

아리스토텔레스는 헤르미아스의 조카딸 퓌티아스와 결혼을 하게 되고....(41)

 

앞페이지에 나오는 이름과 다르다.

 

그의 작품은 2백년이나 파묻혀 있다가 우연히 발견되어 기원전 1세기 말 루케이온 학원의 마지막 책임자였던 로도스의 안드로니코스에 의해 간행되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집으로 모습을 갖추게 된다. (44)

 

그 문장 바로 아래 다음과 같은 문장이 이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전집의 기초를 마련한 로도스와 안드로니코스의 위대한 일은 아리스토텔레스 사후 2백년이나 지난 일이었다. (44)

 

이번 경우는 바로 다음에 나오는 문장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읽다가 헤매게 되는 문장들

 

글을 쓴 다음에 한번 쯤 읽어보지 않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인쇄하기 전에 편집실에서 한번쯤 검토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는 고열에 시달리다가 숨졌다고 하고 무덤은 아카데미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내도 자식도 없이 평생 혼자 살다가 삶을 마쳤다. (32)

 

플라톤은 철학자가 최후에 도달하는 궁극의 대상은 영원한 진리나 정의의 탐구였다. (34)

 

종교적으로 보면 이미 그리스도는 서양세계의 종교로 확실한 자리를 다졌으며 이미 번영의 절정에 이른 로마도 이민족들의 침입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때였다. (69)

 

인생은 참고 견디어야 하는 것이요, 참고 견디는데 성공한다면 뜻밖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유대인 프로이트의 일생이었다. (257)

 

그는 의학을 하면서도 플라톤을 좋아해 25세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이 되어 비엔나 종합병원에 근무하게 되어 26세의 그의 여동생이 에리베루나이스와 약혼하는 자리에서 그는 매부의 여동생 마루다를 알게 되어 열렬한 애정에 빠지고 두 달도 못가 약혼을 한다. 그들은 결혼하기까지 9백통의 편지를 서로 교환한다. (257-258)

 

그가 52세 융과 같이 국제정신분석 학회를 조직하고 19103월 유대인이 아닌 융을 추천 회장으로 취임한다.(259)

 

막스 베버의 일생은 학문적 진리를 탐구하는 학자로서의 생활과 자기 조국을 사랑하는 국민으로 생활이 점철되는 일생이었다. (265)

 

그러나 베버가 이 책을 통해 사회학을 총망라하고 싶은 것이 아닌, 인류가 밟아 온 경제 형식과 다양한 지배 구조, , 종교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268)

 

토인비는 확실히 하나의 사관(史官)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희랍의 역사를 통하여 현대의 역사를 읽을 수 있었다. (279)

 

그는 인류의 염원을 최대 염원으로 삼았다. (283)

 

오늘날도 그런 반복된 순환은 마찬가지이며, 어떤 종류의 세계정부건 정치경제의 안전을 대가로 하여 형식적인 종교의 관용은 허락할지 모르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만 소극적인 종교적 관용이 아니라 자유로운 신앙을 통하여 백성들이 그들의 마음 가운데서 존재의 근거를 파들어 가고 천지만유의 신비를 체험하는 적극적인 신앙의 자유를 허락하는 일이다. (284)

 

이밖에도 지적할 게 많이 있으나, 워딩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이정도로 그치는 것, 또한 지적한 것들은 일일이 바로잡아주고 싶으나 시간관계상 생략하는 것, 부디 양해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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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앨리스 빈센트 지음, 성세희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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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

 

이 책은?

 

이 책 ?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는 에세이집이다.

 

식물 이야기, 정원 이야기, 도시 이야기, 그리고 남자 이야기가 어우러진 에세이라고 하면 될까?

 

저자는 앨리스 빈센트 (Alice Vincent), <런던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던 저자는, 아파트의 작은 발코니에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가꾸며 바쁜 도시 생활 가운데 안식을 경험한다. 남자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로 생긴 삶의 변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빛과 온기와 양분 그리고 수분만 있으면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성장해나가는 식물들을 보고 인생의 영감과 통찰을 얻는다. 나아가 순환의 법칙을 따라 피고 지는 식물의 생명력과 에너지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경험하며 자신을 돌보기 시작한다.>

 

이 책, 식물 이야기, 정원 이야기, 도시 이야기, 그리고 남자 이야기가 어우러진 에세이라고 하면 될까?

 

먼저 식물 이야기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의 아파트 발코니를 시작으로 공원으로, 그리고 도시로 넓혀지면서 펼쳐진다.

 

발코니는 우리 아파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그 깜찍함이 좋았다. ... 일단 문을 열고 나가면 자유가 샘솟는 것 같았다. 하늘을 보고 하늘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제대로 호흡하는 자유. 폐가 커지는 기분이었다. 숨을 내쉴 더 큰 공간이 있었으니까. (25)

 

그런 베란다. 그녀에게는 자유의 공간이었다.

해서 그녀는 그 공간을 개척하고 휑하게 느껴지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민트와 타임, 세이지 같은 허브부터 시작하여 발코니를 풍성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발코니를 바라보며, 그녀만의 생각도 깊어지고 다양해진다.

 

나는 발코니에 나만의 고치를 짓기 시작했다. (30)

 

회색빛 발코니 바닥에 새로운 선물이 생겨난 것을 발견했다.

나는 숨을 훅 들이마셨다. 주변의 우울함에 맞서 도도하게 반짝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놀라웠다. (42)

 

한 달만에 아파트로 돌아오니 기분이 이상했다.

( …)  

아파트로 돌아오는 것도 좋았지만, 발코니로 돌아온 것이 훨씬 더 좋았다. 나는 서둘러 식물들을 확인하며, 나의 손길 없이도 잘 자라고 있는 식물들 사이에서 큰 기쁨을 누렸다. (151)

  

정원과 공원 이야기

 

공원은 도시의 허파라는 표현은 18세기에 영국의 공원들과 함께 런던에서 생겨난 것이다. (186)

 

그렇게 도시에 공기를 불어넣는 허파 역할을 하는 공원은 저자에게도 생기를 불어넣는다.

 

나는 여름 방학 동안에는 복닥거리는 도시에 남지 않고 조용한 시간에 공원에 머물렀다. (184)

 

그리고 남자 이야기 - 조시와 매트

 

남자 이야기도, 프롤로그에서 묘사된 첫 장면은 얼마나 로맨틱한가?

 

나는 조시와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언덕을 올라가다가 그 꽃들을 보려고 조시를 뒤로 끌었다. 가끔 이런 게 인생이라는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9)

 

그러다가 조시가 저자를 떠나면서, 이야기는 이상한 곳으로 흘러간다.

 

그 이후로 내 삶의 모든 것이 구멍 났고 바람이 너무 빠르게 빠져나가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9)

 

조지가 그녀를 떠나가고 몇 달후다. 저자는 매트를 만난다.

<그와 나는 부엌 냉장고 옆에 서있었다. 우리 두 사람의 몸은 저녁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가깝게 엉켜 있었다.> (157)

 

이런 묘사가 정원에서 자라는 엉컹퀴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문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 ) .....그리고 또 (……)>

 

그렇게 원나잇으로 만난 그녀와 매트는 그 후로 같이 지내는 사이가 되고......

그런데 그렇게 매트를 만나면서도 그녀의 마음 한편엔 떠나간 조시가 자리잡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이 배수로에서 질퍽한 곤죽으로 변해가듯 나는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것들이 가만히 썩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내가 여전히 조시를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었고 파악하기도 너무 아련한 마음이었지만, 나는 예전과 똑같이 그를 걱정했다. 내 마음을 그에게 보이는 일이 공평하지도, 옳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마음을 삼키고, 나의 하루를 방해하는 그리움을 잠재워나갔다. (174)

 

다시, 이 책은?

 

식물이야기, 정원이야기, 도시 이야기, 정갈해서 좋다. 마치 산소를 들이 마시는 긋, 상쾌한 정원을 걷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와 남자 이야기가 뒤섞이니, 갑자기 매연이 허파 속으로 들이닥친 듯, 혼탁해진다.

서양의 - 요즘은 우리나라도 그런가? - 성풍속을 여과없이 기록한다. 마치 정직하면 모든 것이 용납되는 것처럼. 그래서 아쉽다. 이 책이.

 

<에필로그>에서조차, 저자는 여전히 조시를 떠올리면서, 매트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 관계마저도 <매트와 나를 붙잡고 있는 이 사랑이 지속될지 식어갈지 산산이 부서질지 알 수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끝말도 그저 공허하게만 들린다.

 

<다시 봄이 오고 좋은 향기가 날 것을,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변화하는 계절들에 둘러싸여 회복되리라는 것을.>(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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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의 세계사
김정수 지음 / 가지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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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의 세계사

 

이 책은?

 

이 책 반부패의 세계사는 인류 역사에서 부패와 반부패의 투쟁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김정수, < 2000, 한국에서 막 걸음을 뗀 반부패국민연대(현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에 합류해 정책실장으로 일하며 청소년 반부패 교육을 위한 연구와 강연, ‘국제 청소년 반부패 포럼조직, 그리고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해 힘썼다. 2004년부터는 한국사회의 부패방지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시민사회-기업-정부가 협력해 조직했던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공공부문 개혁과 기업윤리 개선, 시민들의 자발적 반부패 활동을 지원했고, APEC 반부패 실무회의와 국제투명성기구 활동에도 참여하며 국제적인 반부패 연대활동을 전개했다. 그 활동들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국가청렴위원회 위원장 표창장과 2008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받았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부패에 대한 개념부터, 그 개념 정립이 어려운 이유를 비롯하여 세계사적으로 부패가 끼친 영향을 파고 들어간다.

해서 부패가 왜 문제가 되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실제 우리는 부패가 나라 역사를 어떻게 바꿔나가는지를 현실에서 목도하고 있다. 그 부패에 대항하여 싸우는 반부패의 운동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고 있다 부패의 어두운 그림자를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역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현재의 역사를 살펴보는 중요한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부패란 무엇인가?

 

먼저 부패가 무엇을 말하는지, 그 개념을 살펴보자.

 

부패란 ‘함께파괴하다가 합쳐진 단어로 파괴, 타락, 오염, 탈선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58)

즉 하나의 행위 혹은 물건, 조직, 사회가 오염되고 더렵혀져서 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 부패다.

 

오늘날에는 부패란 위임된 공적 권력을 사적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19)

 

그러나 그런 부패의 정의가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나 다 통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기에, 부패 개념을 정립하기 어려운 것이다.

 

부패의 개념이 역사적으로 매우 다르게 이해되거나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22)

사회와 문화에 따라 부패에 대한 이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40)

부패가 권력 투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47)

 

부패는 문화, 시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정의됨에도 공통의 현상을 보여준다.

공적인 이익과 공유된 가치를 훼손하고 약화시키는 현상, 그리고 도덕적 타락과 개인 또는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59)

 

역사에서 찾아본 부패와 반부패의 투쟁

 

이 책은 2<자유, 민주주의, 법치 그리고 반부패>라는 항목에서 반부패를 위한 투쟁의 역사를 다룬다.

우루카기나, 솔론, 그리고 상앙(商?)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속한 나라도 다 다르다. 수메르 지역의 라가시, 아테네, 그리고 중국의 진나라다.

 

특히 우루카기나의 반부패 활동은 기록할만하다.

그의 반부패 활동이 인류 역사의 기록 중 부패와 관련된 첫 번째 기록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부패를 저질러왔는지를 개탄하는 사람들에게 우루카기나의 점토판은 인간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부패에 맞서왔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니 부패와 관련한 인류문명의 첫 기록은 부패를 저지른 것에 대한 기록이 아닌 부패와 맞서 싸운 것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67)

 

아테네의 솔론이 이룬 반부패 개혁도 기록할 게 많다.

 

솔론의 개혁에서 제도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사법개혁이다. 솔론은 최하층 계급인 테테스가 참여할 수 있는 시민법정 헬리아이아(Heliaia)를 창설했다. 플루타르크는 영웅전에서 이 시민법정이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으나 나중에 엄청난 특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증명되었다고 적었다. (95)

 

고대 아테네에서 가장 중대한 범죄는 뇌물과 횡령 그리고 배심원을 비롯한 재판부를 매수하는 것이었다. (98)

 

솔론의 개혁 중 현재 활용되고 있는 제도가 있으니 다음과 같은 것이다.

 

소득신고를 게을리 하거나 스스로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사람은 처벌한다. 공무원의 재산이 갑자기 증가했을 때 그것이 뇌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 공무원은 증가된 재산을 몰수당하고 파면된다. (96)

 

진나라를 통일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한 사람으로 상앙을 꼽을 수 있다.

그의 개혁은 변법(變法)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 변법은 법을 새롭게 바꾸는 것을 말한다. 즉 귀족의 권한을 약화시키도록 법을 바꾸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도록 한 것이다.

 

상앙의 개혁 중 현재 활용되고 있는 제도는 내부 고발제도가 있다. (110)

 

반부패 투쟁은 지금도 진행중

 

그런 역사를 거쳐 부패에 대항하는 반부패 운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화의 과정을 거친다.

이 책은 그러한 제도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살펴보고 있다.

 

3부에서는 감사, 옴부즈맨, 회계감사, 선거제도에 대하여

4부에서는 언론 자유와 내부고발제도를 살펴보고 있다.

 

시민들의 직접적 반부패 활동은?

 

5부에서 시민들의 직접적 반부패 활동을 다루고 있는데,

국제투명성기구의 발족, 그리고 우리나라로 관심을 돌려 우리나라 부패와 반부패의 투쟁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부패를 크게 3단계로 구분한다.

낡은 부패의 시대 : 해방 이후로부터 1960419 혁명 이전까지

개발부패의 시대 : 1961년부터 1997년까지.

신자유주의적 부패의 시: 1997년부터 2017년까지.

 

그리고 박근혜 탄핵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부패의 역사를 훑어보고 있다.

그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반부패 운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그게 반부패의 역사다.

 

다시, 이 책은? - 히드라 VS. 히드라

 

히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계속해서 목을 쳐도 다시 새로운 목이 자라나는 괴물이다.

 

부패는 매우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부패는 때때로 히드라에 비유되었다. 계속해서 목을 쳐도 다시 새로운 목이 자라나는 고대 그리스신화의 괴물처럼 부패는 아무리 처벌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미국에서 정보 감시를 폭로했던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 역시 히드라를 말한다. 이번에는 반대다. 반부패를 위한 노력이 히드라와 같다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한 명의 히드라를 처벌한다 해도, 진실을 말하는 또다른 사람이 마치 히드라의 목처럼 다시 생겨난다는 것이다.(61)

 

이처럼, 부패와 반부패의 투쟁 역사는 인류 역사에서 그치지 않고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런 투쟁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과연 어떤 히드라가 이길지. 부패의 히드라일지 반부패의 히드라일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이책, 그러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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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사히 - 연쇄사진사건
임요희 지음 / 앨리스북클럽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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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사히

 

이 책은?

 

이 책 오늘도 무사히<연쇄사진사건>이라는 타이틀이 또 붙어있다.

저자는 임요희.

 

이 책, 마음에 드는 이유가 많다. 몇 가지 추려본다.

 

우선 책에 대한 개념이 남다르다.

 

책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저자, 그게 마음에 든다.

이 책, 보통의 책과 다르다.   

보통의 책, 특히 그게 소설이라면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게 글자다. 글자가 페이지를 잔뜩 메운 책, 그런 것을 연상하겠지만, 이 책은 다르다.

 

책을 펴서 보면, 한 쪽 면에 글자, 그 맞은 편 쪽에는 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왼쪽 면에 있는 게 문자로 된 소설인데, 소설도 길게 쓰여진 게 아니라 단 몇 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읽기 쉽고, 뜻도 뚜렷하게 전달이 된다. 그러면 되는 게 다 아닌가. 뜻이 정확하게 전해지면, 그러자고 글쓰는 것이다.  

 

억지를 부리지 않아서 더 좋다.

 

이야기 옆에 사진을 배치해 놓았는데, 이야기와 사진을 억지로 꿰맞추려고 하지 않은 점, 또한 마음에 든다.

사진을 옆에 실었으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스토리를 연결시켜보려고 할 것인데, 저자는 미리 그러지 않은 것임을 선언하고 들어간다.

 

<사용방법>에서 그걸 알려준다.

혹시 따로 시간 나면 사진 밑의 설명을 읽되 이때는 소설과 함께 읽지 마세요. 어거지거든요. (......) 목차는 없습니다. 한 편의 소설이고 각각의 사진은 이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왼쪽 면의 이야기와 오른쪽 면의 사진을 연결시키려고, 읽을 때, 갸우뚱 갸우뚱 머리를 육적으로, 심적으로 애쓰지 않으니, 좋다.

 

아포리즘, 밑줄 그으며 읽는다.

 

이 책은 글이 짧은 대신, 거의 모든 글이 아포리즘이라 해도 될 정도로 울림이 있다.

 

누군가의 정체성은 곁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준다. (28)

 

인간은 나약해서 부서지기 쉬워요. (54)

 

마음은 턱없이 약하기 때문에 잘 간수해야 해요. (56)

 

그곳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여도 안주하지 않아요. (120)

 

모든 문장들이 아포리즘이라는 말, 빈말이 아니다.

엄마 말씀이 다 맞아요.” (52)

이 말, 다 새겨들어야 할 말 아닌가? 그래서 아포리즘이다.

 

다시, 이 책은? - 이 책은 두 번은 읽어야 한다.

 

책 앞머리에 있는 저자의 말이다.

그래서 이 사진집은 두 번 보아야 한다. 한번은 가까이서 보았을 때의 서글픈 인생, 그리고 한 번은 멀리서 보았을 때의 즐거운 인생. 하나의 사진 속에서 비극과 희극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면, 타인의 모습과 내 모습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면 연쇄사진사건 오늘도 무사히는 자신의 목적에 거의 도달한 것이다.

 

그처럼 이 책을 두 번 정도는 읽어야 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한번은 희극으로, 한번은 비극으로 역사는 반복된다.”는 헤겔과 마르크스의 말을 떠올리면서 이 책을 읽는 재미, 게다가 인생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더하니, 좋다. 

 

! , 저자는 이야기와 사진이 연결된 것이 아니라고, 어거지라고 말하지만, 두 번 읽다보니, 묘하게 글과 옆의 사진이 연결되는 게 느껴진다. 느껴지자 더 읽게 되고, 두 개의 연결고리를 찾느라 몇 번 더 읽게 된다. 그게 더 재미있다. 이 책, 의외로 신선하고 재미있다. 참 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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