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히 - 연쇄사진사건
임요희 지음 / 앨리스북클럽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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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사히

 

이 책은?

 

이 책 오늘도 무사히<연쇄사진사건>이라는 타이틀이 또 붙어있다.

저자는 임요희.

 

이 책, 마음에 드는 이유가 많다. 몇 가지 추려본다.

 

우선 책에 대한 개념이 남다르다.

 

책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저자, 그게 마음에 든다.

이 책, 보통의 책과 다르다.   

보통의 책, 특히 그게 소설이라면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게 글자다. 글자가 페이지를 잔뜩 메운 책, 그런 것을 연상하겠지만, 이 책은 다르다.

 

책을 펴서 보면, 한 쪽 면에 글자, 그 맞은 편 쪽에는 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왼쪽 면에 있는 게 문자로 된 소설인데, 소설도 길게 쓰여진 게 아니라 단 몇 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읽기 쉽고, 뜻도 뚜렷하게 전달이 된다. 그러면 되는 게 다 아닌가. 뜻이 정확하게 전해지면, 그러자고 글쓰는 것이다.  

 

억지를 부리지 않아서 더 좋다.

 

이야기 옆에 사진을 배치해 놓았는데, 이야기와 사진을 억지로 꿰맞추려고 하지 않은 점, 또한 마음에 든다.

사진을 옆에 실었으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스토리를 연결시켜보려고 할 것인데, 저자는 미리 그러지 않은 것임을 선언하고 들어간다.

 

<사용방법>에서 그걸 알려준다.

혹시 따로 시간 나면 사진 밑의 설명을 읽되 이때는 소설과 함께 읽지 마세요. 어거지거든요. (......) 목차는 없습니다. 한 편의 소설이고 각각의 사진은 이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왼쪽 면의 이야기와 오른쪽 면의 사진을 연결시키려고, 읽을 때, 갸우뚱 갸우뚱 머리를 육적으로, 심적으로 애쓰지 않으니, 좋다.

 

아포리즘, 밑줄 그으며 읽는다.

 

이 책은 글이 짧은 대신, 거의 모든 글이 아포리즘이라 해도 될 정도로 울림이 있다.

 

누군가의 정체성은 곁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준다. (28)

 

인간은 나약해서 부서지기 쉬워요. (54)

 

마음은 턱없이 약하기 때문에 잘 간수해야 해요. (56)

 

그곳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여도 안주하지 않아요. (120)

 

모든 문장들이 아포리즘이라는 말, 빈말이 아니다.

엄마 말씀이 다 맞아요.” (52)

이 말, 다 새겨들어야 할 말 아닌가? 그래서 아포리즘이다.

 

다시, 이 책은? - 이 책은 두 번은 읽어야 한다.

 

책 앞머리에 있는 저자의 말이다.

그래서 이 사진집은 두 번 보아야 한다. 한번은 가까이서 보았을 때의 서글픈 인생, 그리고 한 번은 멀리서 보았을 때의 즐거운 인생. 하나의 사진 속에서 비극과 희극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면, 타인의 모습과 내 모습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면 연쇄사진사건 오늘도 무사히는 자신의 목적에 거의 도달한 것이다.

 

그처럼 이 책을 두 번 정도는 읽어야 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한번은 희극으로, 한번은 비극으로 역사는 반복된다.”는 헤겔과 마르크스의 말을 떠올리면서 이 책을 읽는 재미, 게다가 인생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더하니, 좋다. 

 

! , 저자는 이야기와 사진이 연결된 것이 아니라고, 어거지라고 말하지만, 두 번 읽다보니, 묘하게 글과 옆의 사진이 연결되는 게 느껴진다. 느껴지자 더 읽게 되고, 두 개의 연결고리를 찾느라 몇 번 더 읽게 된다. 그게 더 재미있다. 이 책, 의외로 신선하고 재미있다. 참 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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