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앨리스 빈센트 지음, 성세희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

 

이 책은?

 

이 책 ?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는 에세이집이다.

 

식물 이야기, 정원 이야기, 도시 이야기, 그리고 남자 이야기가 어우러진 에세이라고 하면 될까?

 

저자는 앨리스 빈센트 (Alice Vincent), <런던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던 저자는, 아파트의 작은 발코니에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가꾸며 바쁜 도시 생활 가운데 안식을 경험한다. 남자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로 생긴 삶의 변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빛과 온기와 양분 그리고 수분만 있으면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성장해나가는 식물들을 보고 인생의 영감과 통찰을 얻는다. 나아가 순환의 법칙을 따라 피고 지는 식물의 생명력과 에너지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경험하며 자신을 돌보기 시작한다.>

 

이 책, 식물 이야기, 정원 이야기, 도시 이야기, 그리고 남자 이야기가 어우러진 에세이라고 하면 될까?

 

먼저 식물 이야기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의 아파트 발코니를 시작으로 공원으로, 그리고 도시로 넓혀지면서 펼쳐진다.

 

발코니는 우리 아파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그 깜찍함이 좋았다. ... 일단 문을 열고 나가면 자유가 샘솟는 것 같았다. 하늘을 보고 하늘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제대로 호흡하는 자유. 폐가 커지는 기분이었다. 숨을 내쉴 더 큰 공간이 있었으니까. (25)

 

그런 베란다. 그녀에게는 자유의 공간이었다.

해서 그녀는 그 공간을 개척하고 휑하게 느껴지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민트와 타임, 세이지 같은 허브부터 시작하여 발코니를 풍성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발코니를 바라보며, 그녀만의 생각도 깊어지고 다양해진다.

 

나는 발코니에 나만의 고치를 짓기 시작했다. (30)

 

회색빛 발코니 바닥에 새로운 선물이 생겨난 것을 발견했다.

나는 숨을 훅 들이마셨다. 주변의 우울함에 맞서 도도하게 반짝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놀라웠다. (42)

 

한 달만에 아파트로 돌아오니 기분이 이상했다.

( …)  

아파트로 돌아오는 것도 좋았지만, 발코니로 돌아온 것이 훨씬 더 좋았다. 나는 서둘러 식물들을 확인하며, 나의 손길 없이도 잘 자라고 있는 식물들 사이에서 큰 기쁨을 누렸다. (151)

  

정원과 공원 이야기

 

공원은 도시의 허파라는 표현은 18세기에 영국의 공원들과 함께 런던에서 생겨난 것이다. (186)

 

그렇게 도시에 공기를 불어넣는 허파 역할을 하는 공원은 저자에게도 생기를 불어넣는다.

 

나는 여름 방학 동안에는 복닥거리는 도시에 남지 않고 조용한 시간에 공원에 머물렀다. (184)

 

그리고 남자 이야기 - 조시와 매트

 

남자 이야기도, 프롤로그에서 묘사된 첫 장면은 얼마나 로맨틱한가?

 

나는 조시와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언덕을 올라가다가 그 꽃들을 보려고 조시를 뒤로 끌었다. 가끔 이런 게 인생이라는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9)

 

그러다가 조시가 저자를 떠나면서, 이야기는 이상한 곳으로 흘러간다.

 

그 이후로 내 삶의 모든 것이 구멍 났고 바람이 너무 빠르게 빠져나가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9)

 

조지가 그녀를 떠나가고 몇 달후다. 저자는 매트를 만난다.

<그와 나는 부엌 냉장고 옆에 서있었다. 우리 두 사람의 몸은 저녁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가깝게 엉켜 있었다.> (157)

 

이런 묘사가 정원에서 자라는 엉컹퀴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문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 ) .....그리고 또 (……)>

 

그렇게 원나잇으로 만난 그녀와 매트는 그 후로 같이 지내는 사이가 되고......

그런데 그렇게 매트를 만나면서도 그녀의 마음 한편엔 떠나간 조시가 자리잡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이 배수로에서 질퍽한 곤죽으로 변해가듯 나는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것들이 가만히 썩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내가 여전히 조시를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었고 파악하기도 너무 아련한 마음이었지만, 나는 예전과 똑같이 그를 걱정했다. 내 마음을 그에게 보이는 일이 공평하지도, 옳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마음을 삼키고, 나의 하루를 방해하는 그리움을 잠재워나갔다. (174)

 

다시, 이 책은?

 

식물이야기, 정원이야기, 도시 이야기, 정갈해서 좋다. 마치 산소를 들이 마시는 긋, 상쾌한 정원을 걷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와 남자 이야기가 뒤섞이니, 갑자기 매연이 허파 속으로 들이닥친 듯, 혼탁해진다.

서양의 - 요즘은 우리나라도 그런가? - 성풍속을 여과없이 기록한다. 마치 정직하면 모든 것이 용납되는 것처럼. 그래서 아쉽다. 이 책이.

 

<에필로그>에서조차, 저자는 여전히 조시를 떠올리면서, 매트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 관계마저도 <매트와 나를 붙잡고 있는 이 사랑이 지속될지 식어갈지 산산이 부서질지 알 수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끝말도 그저 공허하게만 들린다.

 

<다시 봄이 오고 좋은 향기가 날 것을,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변화하는 계절들에 둘러싸여 회복되리라는 것을.>(4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