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 흥미로운 역사가 담긴 16통의 가장 사적인 기록, 편지 세계사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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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편지도 기록물이다역사적인 기록물이다.

그런 편지가 어떤 때는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중요한 역할도 한다그렇게 역사를 바꾸고 그 기록이 역사가 되기도 한다.

여기 등장하는 편지에는 그런 편지도 있다또한 역사를 바꾸는 편지가 아니라 역사의 이면을 드러내 보이는 편지들도 있다.

 

우선 누구의 편지가 있는지 살펴보자.

 

중국 한나라 사마천,

중국 청나라 임칙서

프랑스 에밀 졸라,

러시아 가폰 신부

조선 흥선 대원군

 

프랑스 마리 앙투아네트

필리핀 호세 리살

체 게바라

조선 민영환

조선 박재혁

조선 윤봉길

 

이탈리아 콜럼버스,

미국 링컨

중국 청나라 옹정제

신라 진덕여왕 외

조선 정조와 심환지

 

이 편지 발신자중 처음 알게 되는 사람이 있다.

 

러시아 가폰 신부

필리핀 호세 리살

조선 박재혁

 

가폰 신부는 제정 러시아 시대에 피의 일요일‘ 사건과 관련이 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노동자의 파업과 시위를 막기 위해 노동자 사이에 심어놓은 프락치였다그런 그가 황제에게 편지를 쓴다시위 내용을 미리 황제에게 알리는 차원의 편지였다,

 

폐하,.. 저는 노동자들을 이끌고 함께 겨울 궁전으로 행진할 것입니다행진하는 목적은 차르께서 저희의 소박한 청원을 받아주실 것을 호소하기 위한 것입니다. ...부디 노동자들을 만나서 청원을 들어주십시오. (63쪽)

 

그러나 차르는 그러한 요청마저 묵살하고 병력을 투입해 진압하기로 한다.

이런 일을 시작으로 하여 드디어 피의 일요일‘, ’러시아 혁명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필리핀 호세 리살은 처음 듣는 필리핀 독립운동가다.

필리핀 사람들이 국부로 존경하는 사람이다.

그는 의사이며 소설가이다그는 필리핀 독립운동의 불씨를 당긴 소설 나에게 손대지 마라와 체제 전복을 발표한다,

결국 그는 붙잡혀 사형선고를 받고처형된다.

그가 쓴 편지 읽어보자.

 

나는 내일 7시에 총에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반란죄에 대해 결백합니다.

나는 평온한 양심으로 생을 마칠 것입니다. (111)

 

이 편지를 읽으니, 같은 상황으로 처형되는 날 당일 새벽에 쓴 편지도 있다.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가 루이 16세의 막내 여동생인 엘리지베스 공주에게 쓴 편지다. (89)

 

사랑하는 아가씨

이것이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입니다.

나는 이체 막 선고를 받았습니다......불명예스러운 죽음을 선고받은 것이 아니라 당신의 오빠를 만나볼 수 있는 선고입니다그분이 결백하듯 나 또한 결백하며 나도 최후의 순간에는 그분처럼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 없는 사람이 그렇듯이 나는 지극히 평온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편지와 위에 기록한 호세 리살의 편지는 내용이 아주 유사하다죄없는 사람이 보여주는 의연한 모습이 그렇다.

 

이렇게 편지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다.

 

먼저 그간 잘 못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의 진실을 알게 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이다.

또한 링컨이나 콜럼버스 같은 경우는 그 반대의 역사가 드러난다. 

우리가 위인이라는 분류에 들어있다고 해서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아 넘기던 그들의 행적이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 편지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또한 역사 공부 제대로 할 수 있다.

 

청나라 임칙서의 경우다.

 

왜 그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게 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던가?

영국이 자기 국민이라면 결코 그러지 않았을 아편을 중국인들에게 팔았기 때문이다.

 

편지중 이런 말도 있다. 

그런데 영국 상인들은 어째서 중국인을 해치는 아편을 파는 것입니까? ...묻겠습니다당신의 양심은 어디에 있습니까? (31)

 

이런 물음에 과연 영국의 여왕은 뭐라 답변했을까?

안타깝게도 그 편지는 발송은 됐지만 여왕에게는 가지 못했다대신 <런던 타임지>에 실렸다.

이에 대해 영국 신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조선 정조와 심환지 사이에 오고간 편지

 

조선 시대 정조와 심환지서로 정적이라 여겨졌던 두 사람 사이에 편지가 오고 갔다니!

그게 알려진 게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다.

2009년 노론의 거두인 심환지와 정조가 주고받은 비밀 어찰 6책 297통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때 신문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이 책에서 그 편지들의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흥미로운 일이다.

 

다시이 책은?

 

이 책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딱딱한 역사와 결이 다른 역사 이야기다.

역사적 인물들이 서로 주고 받은 편지를 통해 역사를 읽어보는 것이다.

개인간에도 편지는 중요한 의사 전달의 도구인데역사의 한 축을 차지했던 인물들이 보낸 편지가 그냥 단순한 개인간 편지로 의미가 격하될 리 없다.

 

각각의 역사적 중요성을 지니고역사의 한 단면으로 승화된 편지읽어볼 가치가 있다.

제목 그대로 숨겨져있던 은밀한 역사가 그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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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그리스로마신화
이선종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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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가 대체 무엇이기에 그리스 신화 관련 책이 이렇게 쏟아져나오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 책에서 발견한다.

그리스 신화는 읽어도 늘 새롭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새로움을 보여주고 있다그간 다른 신화 관련 책에서 듣지 못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오비디우스(BC 43~AD 17, 고대 로마의 시인)와 베르길리우스(BC 70~BC 19, 고대 로마의 시인)의 작품들을 텍스트로 하되신들의 명칭은 생소한 로마 신의 이름보다 더욱 친근하고 많이 쓰이고 있는 그리스 신들의 이름으로 표기하였다신화 스토리에 기본적인 연대기순 배치와 주제별 일람을 통해 그리스·로마 신들의 이야기가 보다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정리될 수 있도록 하였고시각적이며 촉각적인 200여 점의 미술작품을 한 장씩 골라 보도록 신경을 썼다.> (10)

 

이 책은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작은 <1혼돈의 시대>이다내용은 다음과 같다.

 

카오스대지의 형성

황금시대은 시대청동 시대와 철의 시대

기간토마키아올림포스 회의

늑대로 변한 리카온 왕

인류를 멸망시키는 대홍수데우칼리온과 피라

피톤을 무찌른 아폴론아폴론과 다프네

제우스와 이오시링크스와 판

공작 무늬가 된 아르고스태양 마차를 모는 파에톤

 

혼돈의 시대이니 당연히 카오스로부터 시작한다그리스 신화의 근거가 되는 거의 모든 책이 카오스로부터 시작하니이 책이 카오스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하등 이상하지 않다그런데 이중에서 <늑대로 변한 리카온 왕>은 다른 신화 책에서 듣지 못한 이야기다.

 

저자가 말한대로 이 책이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하니 그 책을 찾아보았다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I>장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들어있다,

 

서시우주와 인간의 탄생네 시대,

하늘의 신들에게 도전하는 기가스들뤼카온대홍수,

인간의 조상 데우칼리온과 퓌르라퓌톤월계수가 된 다프네,

암소로 변한 이오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구스,

쉬링크스에파푸스의 모욕아버지를 알고 싶은 파에톤.

 

그러니까 다른 신화 책예컨대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과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서는 이야기의 시작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노래를 헬리콘 산의 무사 여신으로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그분들은 크고 신성한 헬리콘 산을 차지하시고는

검푸른 샘과 크로노스의 강력하신 아드님의

제단 주위에서 사뿐사뿐 춤추신다. (천병희 역, 30)

 

그리고는 올림푸스 산의 신들 이름을 주욱 나열한다,

 

그러니 이 책에서 그리스 신화의 새로운 항목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시각적이며 촉각적인 200여 점의 미술작품

 

저자가 공언(?)한 것처럼 이 책에는 그리스 신화를 문자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내용을 이미지로 뒷받침하는 그림을 배치하고 있어이해를 돕고 있다.

게다가 그 중에는 다른 책에서 보지 못한 그림들이 다수 있어자료로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덧붙인다.

 

예컨대이런 그림은 처음이다,

 

테미스 신전에서 기도하는 데우칼리온과 피라 틴토레토의 그림 (45)

또한 귀스타프 모로의 작품들을 다수 실어놓아그의 그림만 따로 정리해보았다,

 

아폴론과 피톤 (49)

파에톤의 몰락 (74)

미노스를 짝사랑한 스킬라 (349)

레르나 호수의 히드라 (399)

스팀팔로스의 괴물 새 (404)

오르페우스의 목을 수습하는 뮤즈 (458)

잠자는 갈라테이아를 감시하는 키클롭스 (493)

 

그밖에 니콜라 푸생윌리엄 워터하우스루벤스 등 유명한 화가들의 눈으로 포착된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다시이 책은?

 

그리스 신화에서 다른 책들이 거론하지 않은 것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어가치 있는 책이다이 책에서 그리스 신화의 새로운 항목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가 더욱 더 넓어지는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베르길리우스의 작품에 출처를 두고 있는각개의 이야기에서 그 출처를 더 정확하게 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또한 그림들도 목록을 만들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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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 무지개로 푸는 과학의 원리와 역사
김상협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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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제목을 살펴보자제목을 연구(?)해본다.

연구할 게 참말로 없다무지개를 연구하다니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무지개를 어떻게 연구하지?

 

그래서 앞뒤로 살펴보니, 앞표지에는 <무지개로 푸는 과학의 원리와 역사라고 씌여 있으니 이건 과학책이다  일단 연구 대상이 무지개라니그것을 과학 측면에서 연구했다니어떤 것을 연구했을까하는 호기심이 충만해진다.

그런 생각하면서  펼쳐든 책이다그러니 이 책 과학책이라서, 그리고 과학 책을 넘어선 책이라서! 

무지개 하면 언제가 이 가사가 떠오르지 않는가?

오버 더 레인보우 (Over the Rainbow)

그 가사 그대로 과학을 넘어선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도입부터 아주 차분하게 시작한다레인보우 라떼 마시면서.

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색깔이 함께 보이면 쉽게 무지개라 하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무지개에 이렇게 집착할까?

 

그건 그렇다비가 온 후에 무지개가 뜨면 사람들은 모두가 기분이 좋아라 한다,

무지개가 무어 하나라도 건네주는 게 없는데도 좋아라 한다왜 그럴까?

그래서 연구가 필요한 것이리라.

 

무지개그 의미를 찾아서

 

이 책에서 가장 먼저 흥미를 돋운 것은 바로 무지개의 의미를 찾아나선 부분이다.
인류의 역사상 누가 어떻게 무지개에 의미를 부여했을까?

그렇게 의미를 부여한 사람은 알 수 없겠지만 인류 최초로 어떤 의미를 부여했을까그건 알 수 있을 것이다그러니 연구 결과가 나옴직도 하다.

 

이거다.

고대 그리스에서 바로 그 무지개에 여신의 옷을 입힌 것이다이리스(Iris)

무지개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이용하여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속성을 지닌 여신으로 의미를 삼았고여신이니까 날개까지 붙여주었다. (42)

 

그런 생각이 발전하면서 무지개 여신과 비를 몰고 오는 서풍의 신과 결혼도 시켜준다. (46)

또 있다.

영어로 무지개 빛을 iridescence 이라고 하고 붓꽃을 iris 라 하는데이것 역시 이리스 여신의 이름을 물려받은 것이다무지개 여신이 지상으로 내려와 붓꽃으로 모습을 바꾼 셈이다.

그래서일까붓꽃은 물이 풍부한 연못 주변이나 강가에 핀다꽃잎은 무지개의 보라색을 훔쳐온 듯 선명한 보라색을 띤다꽃말은 역시 좋은 소식이나 행운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침 읽고 있던 다른 책에 고흐의 그림이 있었는데고흐는 이리스를 즐겨 그렸다.

고흐는 그 꽃말이 좋은 소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이름을 붙여주다.

 

무지개는 우리말로 부르는 것이고 영어로는 rainbow

절묘한 작명이다. rain이 내린 후에 bow처럼 휘어진 것이 나타나니 그 두 말을 합해서 rainbow라 한 것이다. (54)

 

우리말 무지개는 어떤가그런 현상과 관련이 있을까?

있다()과 지게()를 합해서 만들어진 말이다여기서 지게는 물건을 지고 나르는 것이 아니라윗부분이 둥근 타원형으로 생긴 문을 말한다창호(窓戶)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무지개에 대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고 연구한 결과결과를 이 책에 다음과 같이 담아 놓았다.

 

1부 무지개에 담긴 이야기

2부 무지개에 숨겨진 과학

3부 무지개의 비밀을 밝힌 과학자들

4부 무지개에 담긴 문화

5부 진짜 무지개를 찾아서

 

3부는 <무지개의 비밀을 밝힌 과학자들>이다.

 

그런데 정작 궁금한 것은 이 부분이었다.

무지개를 과학 분야에서 어떻게?

 

그런 염려는 정말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3부를 읽어보고 알게 되었다.

무지개의 비밀을 풀어내는 데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나선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그걸 알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로저 베이컨데카르트와 뉴턴까지.

또한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무지개 연구에 양자역학도 동원되다니신기하기도 하다.

 

다시이 책은?

 

이런 식으로 무지개를 따라가면서 펼쳐지는 연구가 제법 쏠쏠하다재미있기도 하다.

저자는 과학 선생님답게아이들에게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가르치는 실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모든 내용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할만하다아이들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저 무지개하면 요즘은 무엇을 떠올릴까무지개가 상징하는 그 어떤 것정도일 텐데.

우리가 모르는 것 투성이인 무지개를그야말로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그 너머에 있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연구다운 연구라 할 수 있다.

 

이제 무지개는 지금까지 생각하던 무지개가 아니라이 책 덕분에 새롭게 떠서 새롭게 보이는 무지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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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세계가 우주라면 - 세상을 꿰뚫는 아포리즘 50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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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세계가 우주라면

 

강준만 교수의 책을 읽으면 일단 얻는 게 많다.

그런 점에서 책읽는 기쁨이 있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이 책은, 읽으면 몇 가지 기쁨을 얻을 수 있을까?

다음의 두 가지 면에서 특히 그렇지 않을까?

 

첫째이 책은 철학책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저자는 철학자가 아니다그래서 이런 말에 해당한다철학은 아무나 하나?

그런데 그런 격언(?)이 저자에겐 안 먹혀든다.

물론 저자가 아무나는 아니지만이 책이 철학을 표방하고 나온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철학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글 가져다가 철학을 하게 된다.

 

우리의 지식은 유한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무지는 필연적으로 무한하다. (139)

 

칼 포퍼가 한 말이라 한다.

그 말에 대하여 저자는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않고 있지만그 글을 읽는 순간 읽는 독자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오고간다소위 철학의 순간이 온 것이다,

 

이게 무슨 말맞는 말인가?

지식은 유한하다이게 시간적으로 유한하다는 거야아니면 그 범위가 유한하다는 거야?

그 반대인 무지는 필연적으로 무한하다를 읽어보니이건 그래범위를 말하는 것이다.

가진 지식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그 지식엔 한계가 있는 법이다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가질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그 반면에 모르는 것은 그야말로 한계가 없다넓고 넓은 세상은 인식해야 할 것들로 날마다 확장되고 있는 중일테니 말이다.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을 잡고철학을 하게 만드는 게 바로 이책이다.

위의 문장철학이 더 가능하다.

가지게 되는 지식엔 범위적으로도 한계가 있지만또한 시간적으로도 그렇다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절로 물이 새듯이 빠져나갈 것이니 그 또한 유한한 것이다.

 

거기에 이런 말을 더 보태보자지식과 무지에 대한 뼈저린 충고가 자리하고 있다.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무서운 적은 무지가 아니다.

가장 무서운 적은 자신이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139)

미국의 역사가 대니얼 부어스틴의 말이다.

 

둘째로이 책은 아포리즘 창고가 된다.

 

아포리즘은 무릇 세상을 꿰뚫는 혜안을 보여주는 것인데그래서 한 마디가 촌철살인의 경지에 올라 있는 것인데이 책은 아예 그런 아포리즘 창고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꿰뚫는 아포리즘 50.

앞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말이다.

아포리즘 50이란 말은 그저 문장 50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무려 50개 분야에 대한 아포리즘을 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창고다아포리즘으로 가득한 창고다,

이 창고에는 다음과 같은 품목 분류표가 붙어있다.

 

1장 고독·사랑·결혼·행복·고통

2장 나이·개인주의·단순·죽음·희망

3장 경청·침묵·기억·눈물·유머

4장 경쟁·성공··패배·다양성

5장 명성·명예·무지··신뢰

6장 가난·관습·관용·용서·사과

7장 군중·경험·얼굴·여행·이야기

8장 신념·편견·확신·증오·편 가르기

9장 권력·대통령·리더십·선거·지위

10장 정당·당파성·정치·참여·타협

 

해서 어떤 분야든지아포리즘 활용하고 싶을 때 그쪽으로 가서 창고 선반에 있는 아포리즘 몇 개를 꺼내오면 되는 것이다.

 

사랑에 대해 알아볼까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이런 거 읽어보자.

 

사랑할 때처럼 고통에 무방비인 때는 없다. (25)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이다.

또 있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은 사랑이며따라서 이 단어를 두려워하지 말라.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친절한 조언이다그러니사랑을 두려워하지 말라.

 

따라서이 책은?

 

읽어서 즐겁고읽고나면 유한한 나의 지식이 한 뼘은 더 커진 것 같은 뿌듯한 마음도 생기게 되는 책이다.

물론 지식은 유한하다니까 더 채우고 채워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만한 책 어디가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해서 가치 있는 책이고소장각이다.

참, 책 제목이 무척 철학적이란 것 뺴놓을뻔 했다.

우리가 가진 지식은 무한한 우주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우주를 떠도는 티끌만도 못하다는 것을 제목부터 일깨워주고 있는데, 그래서 제목부터 철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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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 당신은 어느 얼굴로 살아가는가
장량 지음 / 제니오(GENIO)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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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소설이다장편소설.

이야기가 길다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몇 대를 거쳐 내려오는 서론격 이야기가 펼쳐진 다음에 비로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거기에 출연하는 사람은일단 등장인물과 가계도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정학선

정학선은 홀로된 해녀를 아내로 맞는다.

그렇게 시작된 가문이 어언 이백년.

정학선의 8세손 정호현이 태어나면서 이 소설은 차츰 이야기를 갖추어나가게 된다. 

정호현 수산 고등학교 진학졸업후 원양 어선 승선(4급 항해사에서 3급으로 승진, 5년을 근무하고 25세에 거액을 손에 쥐고 귀국한다. (19) 

그의 학교 친구 윤은아 등장(21)

정호현의 친구 영후와 그의 여자친구 김정옥 등장. (39)

마침 김정옥이 간호사라서 4명은 윤은아의 병 치료를 하기 위해 힘을 합해 같이 지내기로 한다.

그리고 생활비를 위해서 남자 두 명은 선원으로 어선을 타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어선 현산호를 건조해 운영한다. (52)

 

그리고 4즉 두 쌍은 결혼식을 올린다정현호와 윤은아그리고 영후와 김정옥그렇게 두쌍이다. (57)

 

이때 추가되는 인물이 있다빌런의 출현이다.

김점용수산고 단짝인 친구다.

그가 여자를 데리고 온다성민정,

 

벌써 생김새가 빌런을 암시하는 듯하다.

검푸른 얼굴에 튀어나온 광대뼈와 입치켜진 눈초리와 번득이는 흰 눈동자를 가진결코 편치 않은 인상의 작닥막한 여자였다. (58)

 

결혼한 두 쌍도 아이를 낳고 성민정도 아이를 낳았는데이름은 김영지. 

정호현과 윤은아는 딸 유라를 낳았고

영후와 김정옥은 아들 정빈을 낳았다.

 

이렇게 해서 얼추 라인업이 형성되었다여기까지가 이 책 <1장 현산도>의 줄거리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2장 현산호>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스포일러가 문제시되니 줄거리는 가급적 말하지 않으련다.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얼굴이라 했으니분명 얼굴과 관련된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된다.

 

얼굴과 관련된 일이라 함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인공 전호현의 딸 유라가 지나치게 예쁘다는 점이다.

작가는 그녀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눈동자에 빛이 들어있는 큰 눈콧날이 선명하게 바로 선 코도톰한 붉은 입술귀불이 뚜렷한 귀학처럼 긴 목큰 키를 더욱 크게 보이게 하는 긴 하체잘록한 허리까지미인이 갖추어야 할 모든 미덕의 결정체가 바로 정유라 그녀였다 .(120)

 

그러니 그 예쁜 얼굴 때문에 무슨 일을 당하지 않을까?

역시 그랬다.

유라는 미술대학을 졸업하고영후가 운영하는 현산어보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었는데그녀의 미모 때문에 사건이 일어난다이하 줄거리 생략.‘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런 미모를 지닌 여인에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하는 상상을 해보면서 이 소설을 읽어도 될 것이다,

 

얼굴에 대해 새겨볼 말들

 

그런 줄거리와는 별개로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얼굴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다음과 같은 글들은 그런 생각으로 화두로 삼게 해준다.

 

사람에게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피부 얼굴과 마음 얼굴인데어느 얼굴로 살아가야 할지는 너희들의 선택이다. (103)

 

공제 윤두수의 자화상 국보 230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려고 스스로를 수양하여 자신의 얼굴에 인품과 사상이 표출될 때까지 기다렸다그래서 윤두수의 자화상에는 동서고금의 그 어떤 초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정신이 그려져 있다. (123)

 

라틴 속담 얼굴은 마음의 초상눈은 그 마음의 밀고자, (123)

 

레오나르도 다 빈치

화가에게 있어서 최악의 일은 자신의 작품이 좋아보이는 것. (124)

  

안나 퀸들렌의 발언도 기억해두자.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종이처럼 새하얗고 주름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이 아니라그 내면에 가진 생각과 지식이다. (129)

 

다시이 책은?

 

제목이 얼굴이라서 그런지 줄거리가 너무 그쪽으로 진행이 되는 듯했다.

주인공들의 삶은 다양한 삶을 담고 있는데 비해서 너무 얼굴쪽으로만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듯하다.

제목이 주는 암시 내지는 유인 효과가 독자들을 얼굴 쪽으로만 생각하게 만드는 듯 해서 아쉽다.

 

소설 내용에서 새겨볼 다른 것도 얼마든지 있는데너무 의미를 제한하는 듯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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