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세계가 우주라면 - 세상을 꿰뚫는 아포리즘 50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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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세계가 우주라면

 

강준만 교수의 책을 읽으면 일단 얻는 게 많다.

그런 점에서 책읽는 기쁨이 있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이 책은, 읽으면 몇 가지 기쁨을 얻을 수 있을까?

다음의 두 가지 면에서 특히 그렇지 않을까?

 

첫째이 책은 철학책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저자는 철학자가 아니다그래서 이런 말에 해당한다철학은 아무나 하나?

그런데 그런 격언(?)이 저자에겐 안 먹혀든다.

물론 저자가 아무나는 아니지만이 책이 철학을 표방하고 나온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철학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글 가져다가 철학을 하게 된다.

 

우리의 지식은 유한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무지는 필연적으로 무한하다. (139)

 

칼 포퍼가 한 말이라 한다.

그 말에 대하여 저자는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않고 있지만그 글을 읽는 순간 읽는 독자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오고간다소위 철학의 순간이 온 것이다,

 

이게 무슨 말맞는 말인가?

지식은 유한하다이게 시간적으로 유한하다는 거야아니면 그 범위가 유한하다는 거야?

그 반대인 무지는 필연적으로 무한하다를 읽어보니이건 그래범위를 말하는 것이다.

가진 지식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그 지식엔 한계가 있는 법이다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가질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그 반면에 모르는 것은 그야말로 한계가 없다넓고 넓은 세상은 인식해야 할 것들로 날마다 확장되고 있는 중일테니 말이다.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을 잡고철학을 하게 만드는 게 바로 이책이다.

위의 문장철학이 더 가능하다.

가지게 되는 지식엔 범위적으로도 한계가 있지만또한 시간적으로도 그렇다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절로 물이 새듯이 빠져나갈 것이니 그 또한 유한한 것이다.

 

거기에 이런 말을 더 보태보자지식과 무지에 대한 뼈저린 충고가 자리하고 있다.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무서운 적은 무지가 아니다.

가장 무서운 적은 자신이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139)

미국의 역사가 대니얼 부어스틴의 말이다.

 

둘째로이 책은 아포리즘 창고가 된다.

 

아포리즘은 무릇 세상을 꿰뚫는 혜안을 보여주는 것인데그래서 한 마디가 촌철살인의 경지에 올라 있는 것인데이 책은 아예 그런 아포리즘 창고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꿰뚫는 아포리즘 50.

앞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말이다.

아포리즘 50이란 말은 그저 문장 50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무려 50개 분야에 대한 아포리즘을 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창고다아포리즘으로 가득한 창고다,

이 창고에는 다음과 같은 품목 분류표가 붙어있다.

 

1장 고독·사랑·결혼·행복·고통

2장 나이·개인주의·단순·죽음·희망

3장 경청·침묵·기억·눈물·유머

4장 경쟁·성공··패배·다양성

5장 명성·명예·무지··신뢰

6장 가난·관습·관용·용서·사과

7장 군중·경험·얼굴·여행·이야기

8장 신념·편견·확신·증오·편 가르기

9장 권력·대통령·리더십·선거·지위

10장 정당·당파성·정치·참여·타협

 

해서 어떤 분야든지아포리즘 활용하고 싶을 때 그쪽으로 가서 창고 선반에 있는 아포리즘 몇 개를 꺼내오면 되는 것이다.

 

사랑에 대해 알아볼까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이런 거 읽어보자.

 

사랑할 때처럼 고통에 무방비인 때는 없다. (25)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이다.

또 있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은 사랑이며따라서 이 단어를 두려워하지 말라.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친절한 조언이다그러니사랑을 두려워하지 말라.

 

따라서이 책은?

 

읽어서 즐겁고읽고나면 유한한 나의 지식이 한 뼘은 더 커진 것 같은 뿌듯한 마음도 생기게 되는 책이다.

물론 지식은 유한하다니까 더 채우고 채워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만한 책 어디가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해서 가치 있는 책이고소장각이다.

참, 책 제목이 무척 철학적이란 것 뺴놓을뻔 했다.

우리가 가진 지식은 무한한 우주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우주를 떠도는 티끌만도 못하다는 것을 제목부터 일깨워주고 있는데, 그래서 제목부터 철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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