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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 무지개로 푸는 과학의 원리와 역사
김상협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평점 :
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제목을 살펴보자. 제목을 연구(?)해본다.
연구할 게 참말로 없다. 무지개를 연구하다니,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무지개를 어떻게 연구하지?
그래서 앞뒤로 살펴보니, 앞표지에는 <무지개로 푸는 과학의 원리와 역사> 라고 씌여 있으니 이건 과학책이다. 일단 연구 대상이 무지개라니, 그것을 과학 측면에서 연구했다니, 어떤 것을 연구했을까, 하는 호기심이 충만해진다.
그런 생각하면서 펼쳐든 책이다. 그러니 이 책 과학책이라서, 그리고 과학 책을 넘어선 책이라서!
무지개 하면 언제가 이 가사가 떠오르지 않는가?
오버 더 레인보우 (Over the Rainbow)
그 가사 그대로 과학을 넘어선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도입부터 아주 차분하게 시작한다. 레인보우 라떼 마시면서.
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색깔이 함께 보이면 쉽게 무지개라 하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무지개에 이렇게 집착할까?
그건 그렇다. 비가 온 후에 무지개가 뜨면 사람들은 모두가 기분이 좋아라 한다,
무지개가 무어 하나라도 건네주는 게 없는데도 좋아라 한다. 왜 그럴까?
그래서 연구가 필요한 것이리라.
무지개, 그 의미를 찾아서
이 책에서 가장 먼저 흥미를 돋운 것은 바로 무지개의 의미를 찾아나선 부분이다.
인류의 역사상 누가 어떻게 무지개에 의미를 부여했을까?
그렇게 의미를 부여한 사람은 알 수 없겠지만 인류 최초로 어떤 의미를 부여했을까, 그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연구 결과가 나옴직도 하다.
이거다.
고대 그리스에서 바로 그 무지개에 여신의 옷을 입힌 것이다. 이리스(Iris)
무지개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이용하여,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속성을 지닌 여신으로 의미를 삼았고, 여신이니까 날개까지 붙여주었다. (42쪽)
그런 생각이 발전하면서 무지개 여신과 비를 몰고 오는 서풍의 신과 결혼도 시켜준다. (46쪽)
또 있다.
영어로 무지개 빛을 iridescence 이라고 하고 붓꽃을 iris 라 하는데, 이것 역시 이리스 여신의 이름을 물려받은 것이다. 무지개 여신이 지상으로 내려와 붓꽃으로 모습을 바꾼 셈이다.
그래서일까? 붓꽃은 물이 풍부한 연못 주변이나 강가에 핀다. 꽃잎은 무지개의 보라색을 훔쳐온 듯 선명한 보라색을 띤다. 꽃말은 역시 ‘좋은 소식’이나 ‘행운’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침 읽고 있던 다른 책에 고흐의 그림이 있었는데, 고흐는 이리스를 즐겨 그렸다.
고흐는 그 꽃말이 ‘좋은 소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이름을 붙여주다.
무지개는 우리말로 부르는 것이고 영어로는 rainbow다
절묘한 작명이다. rain이 내린 후에 bow처럼 휘어진 것이 나타나니 그 두 말을 합해서 rainbow라 한 것이다. (54쪽)
우리말 무지개는 어떤가? 그런 현상과 관련이 있을까?
있다. 물(水)과 지게(戶)를 합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여기서 지게는 물건을 지고 나르는 것이 아니라, 윗부분이 둥근 타원형으로 생긴 문을 말한다. 창호(窓戶)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무지개에 대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고 연구한 결과, 결과를 이 책에 다음과 같이 담아 놓았다.
1부 무지개에 담긴 이야기
2부 무지개에 숨겨진 과학
3부 무지개의 비밀을 밝힌 과학자들
4부 무지개에 담긴 문화
5부 진짜 무지개를 찾아서
3부는 <무지개의 비밀을 밝힌 과학자들>이다.
그런데 정작 궁금한 것은 이 부분이었다.
무지개를 과학 분야에서 어떻게?
그런 염려는 정말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3부를 읽어보고 알게 되었다.
무지개의 비밀을 풀어내는 데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나선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그걸 알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로저 베이컨, 데카르트와 뉴턴까지.
또한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무지개 연구에 양자역학도 동원되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다시. 이 책은?
이런 식으로 무지개를 따라가면서 펼쳐지는 연구가 제법 쏠쏠하다. 재미있기도 하다.
저자는 과학 선생님답게, 아이들에게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가르치는 실력이 대단하다, 고 느껴진다. 모든 내용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할만하다.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저 무지개하면 요즘은 무엇을 떠올릴까? 무지개가 상징하는 그 어떤 것? 정도일 텐데.
우리가 모르는 것 투성이인 무지개를, 그야말로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그 너머에 있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연구다운 연구라 할 수 있다.
이제 무지개는 지금까지 생각하던 무지개가 아니라. 이 책 덕분에 새롭게 떠서 새롭게 보이는 무지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