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망루
배이유 지음 / 알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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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망루

 

요즘 소설은 어렵다이야기 줄거리는 보이지 않고 상념만 가득한 소설어렵다.

장편 소설이야 그래도 줄거리가 드러나니 그걸 따라가면 되겠지만단편 소설은 왜 그런지 줄거리를 따라잡지를 못하겠다저자가 그 줄거리를 무슨 보물 찾기하는 것처럼 여기 저기 생각의 흐름’ 속에 숨겨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렇다그래서 어려운 소설이다.

처음에는 <밤의 망루>라는 표제작을 포함한 7편이 장편 소설의 챕터 타이틀인줄 알았다표지에 <배이우 소설>이라고 만 쓰여있어서소설집이 아니라 장편 소설인 줄 알고 읽었다.

 

그래서 첫 번째 작품인 <검은 붓꽃>을 읽고 그다음 작품인 <홍천>을 읽으면서 앞의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이 되나보다 했고드디어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미술관첫 번째 작품에서 주인공이 근무하는 곳이 미술관이었다그래서 두 번째 작품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다른 것이지만그 장소 미술관을 통해서 이야기가 연결이 되는구나생각했었다.

 

세 번째 작품인 <보이거나보이지 않거나>에서도 그 연결고리를 생각하며 읽었는데그게 보였다.

<보이거나보이지 않거나>의 주인공은 이순이란 여성이다그래서 자연스럽게 첫 번째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친구인 ’의 동생쯤이나 되는 인물인줄 알았다이 소설은 그렇게 한 명씩 한 명씩 관련되는 사람들을 끌여들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구나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첫 번째의 주인공과는 더 이상 연결되는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4번째 작품인 <밤의 망루>에 가서는 아이 책은 소설집이구나하고 결론을 내렸고거기서부터 첫 번째 작품과 굳이 연결고리를 찾으려 애쓰지 않으면서 한 편 한 편씩 별개로 읽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서두에 했던 말요즘 소설은 어렵다는 말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어렵다.

7편의 작품 모두 어렵다.

대체 저자가 이 소설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일단 이런 것 생각할 수 있겠다.

 

갇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갇혀있는 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나그게 어려운 현실그것을 강조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답답한 현실이 그려지는 작품들이다.

 

<검은 붓꽃>

미술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

 

<홍천

집단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지만결국 자살 시도는 한 명을 제외하고 미수에 그친다. 

 

<보이거나보이지 않거나>  

이순은 남편과의 가정생활이 힘들다벗어나고 싶으나 막상 그러지도 못한다. 결국 죽음이 그녀를 벗어나게 한다.

 

<밤의 망루>

망루에 올라 파수를 서야만 하는 주인공이름은 ㄱ 이다그는 드디어 망루 즉갇힌 곳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그러나 소문에 의하면 숲을 벗어나지 못한 파수꾼이 니무와 함께 타버렸다는 것이다. 즉 그도 갇혀있는 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오직 죽음만이 그걸 가능하게 할 뿐이다.

 

<옛날에 농담이 있었어>

주인공인 ’ 역시 현실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소리와 흐름>

주인공 록은 어떨까그 역시 산란하는 빛과 소리의 흐름 속에 있을 뿐이다.

 

<멈춘다 흐른다>에서는?

 

다시이 책은?

 

이 책 관련자료를 찾고 찾고 하다가이런 자료를 인터넷 서점에서 찾았다. 

밤의 망루에서 배이유는 자유에 관해 말한다일곱 편의 소설은 저마다 자유를 향한 의지를 품고 있다그런 자유에 대한 의지는 물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물에서 비롯되는 흐른다’, ‘흘러간다’, ‘부드럽다’, ‘유연하다’, ‘지나간다’, ‘스친다’, ‘젖다’, ‘적신다라는 말이 빈번하게 변주되며 등장한다자유로움을 나타내는 물은 갇히지 않으려는끊임없이 흘러가려는 속성을 가진다이슬이나 비나 눈(과 )의 물은 결국 자유를 꿈꾸며 바다로 흘러 나아간다작가는 이번 소설집이 종이돌멩이나뭇가지색유리털실모래 등등의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시간의 조각배에서 흔들리는 삶의 파편들의 모자이크라고 말한다그 삶의 파편들 속에서 독자들은 자유를 갈망하고고뇌하고상실한 인물들을 통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자유, 나는 그것을 각각의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갈망으로 읽었다. 

왜 종이 책에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

요즘은 인터넷 시대이니인터넷에서 찾아서 새기라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종이책에서 서문이나 추천사로 읽었으면 좋았을 것인데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이걸 진작에 읽고나서 소설들을 읽었더라면 훨씬 다른 것들을 잡아낼 수 있었을 것인데 그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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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군주론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9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용준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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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군주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새로운 번역으로 읽는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에서 일하다가 메디치 가문의 미움을 받아 더 이상 관직 생활을 하지 모하게 된 마키아벨리가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군주가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아직도 어떤 차원에서는 마키아벨리적 술수라는 말로 그의 생각을 폄하하고 있는데실제 리더라면 경청해야 할 부분이 오히려 많다.

 

그런 군주론』 몇 권 다른 번역으로 읽었는데이번에 접한 책은 <미래와 사람>에서 발간한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시리즈로 번역되어 나온 책이다.

 

새로운 번역으로 읽을 때이런 경우 있다.

다른 번역으로 읽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글이 갑자기 눈에 확 띠는 경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글이 눈에 번쩍하고 들어온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보나롤라 수도사의 경우는?

 

우리 시대의 지롤라모 사보나롤라 수도사의 경우처럼 말입니다그에 대한 민중의 믿음이 사라지자그는 자신의 새로운 제도와 함께 몰락했습니다신뢰하는 자들을 굳게 지키거나 불신자들을 믿게 할 만한 수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61)

 

역사가이기도 한 마키아벨리는 한때 피렌체를 이끌었던 사보나롤라에 대하여 이런 언급을 하고 있다당시 피렌체 현장에 있던 마키아벨리의 발언이니 새겨볼 필요가 있기에 여기 옮겨놓는다.

 

마키아벨리와 아킬레우스

 

.또한 이런 글이 눈에 새롭게 들어온다.

 

군주는 모름지기 사람의 방법과 짐승의 방법을 모두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고대의 작가들은 암암리에 이 방법을 군주들에게 가르쳤습니다.

그들은 아킬레우스와 고대의 많은 군주가 반인반수인 켄타우로스 족인 케이론에게 맡겨져 양욱되면서그의 방식으로 훈련받았다고 서술했습니다,

반은 인간이고 반은 짐승을 스승으로 삼았다는 것은 군주는 두 가지 본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이 중 한 가지만 갖춘다는 것은 자신의 지위를 오래 보존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128)

 

이게 다른 번역본을 읽을 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은 어찌된 일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리스 신화를 공부하면서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켄타우로스 족 중에서 가장 정직한 케이론이 아킬레우스에게 가르쳐 준 것을그대가 다시 그에게서 배웠다고들 하는 그 훌륭한 역 말이오. (일리아스천병희 역, 347)

 

그렇게 아킬레우스는 케이론에게 양육되었으니마키아벨리가 인간과 짐승의 두가지 본성을 갖추어야할 사례로 들기에 아주 적절한 인물이라 하겠다그렇게 마키아벨리는 그리스 신화를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해서 이 책에서 다시 한번 그리스 신화의 유용성과 마키아벨리의 통찰력을 깨닫는 순간이다.

 

새롭게 번역된 책을 읽으면서그간 눈에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찾아내게 되는 것도 책을 읽는 기쁨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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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솔로지 -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
송준호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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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솔로지

 

먼저 책의 제목부터 짚고 가자.

 

책의 제목인 사피엔솔로지는 현생인류를 지칭하는 사피엔스(Sapiens)’와 학문을 뜻하는 접미사 ‘-ology’를 결합해 창안해낸 용어다. ‘현생인류에 대한 학문을 의미한다. (20)

 

인류 역사를 조감하는 <빅 히스토리>

 

이 책은 호모사피엔스의 역사를 총 7개 장에 걸쳐 살펴보는데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구별독특한 생물의 탄생’) : 우리의 기원

 

2(‘각성깨어난 정신’) : 우리의 뇌에 지능과 마음이 담기는 과정.

 

3(‘결속성과 양육과 협력’) : 종의 번성을 가능하게 한 동력인 성()과 양육의 본능.

 

4(‘구축새로운 생태계’) : 인류가 혁신 본능과 통제 욕구가 어떻게 지구를 장악하고 개조해나갔는가.

 

5(‘해독판도라의 상자’)과 6(‘초월역설계’):

인류는 이제 유전자 정보만으로도 원시적인 수준의 생명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7(‘위기실존의 위협’) : 인류는 핵유전자 편집인공지능환경오염과 기후 온난화 등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저자는 이와 같은 위험을 불러온 주체는 다름 아닌 인류 자신이라 주장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예컨대 이런 글을 읽으면서 그렇다면 나는이란 질문을 하면서 읽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는 종으로 약진한 비결을 저자는 다음 세 가지를 거론한다.

 

첫째모든 역량을 지능이라는 범용 무기의 진화에 쏟아부었다.

둘째혁신 본능.

셋째통제 욕구인간은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불편함도 감수한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의 한 사람인 나는 과연 어떤가하는 질문이 저절로 나온다.

과연 혁신 본능을 가지고 있는가모든 역량을 지능을 발전시키기 위해 쓰고 있는가등등.

그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이다.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그 중에 몇 개 적어둔다.

 

불에 대하여

 

불이 지나간 자리에서 발견한익혀진 덩이 식물과 고기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맛본 인류는 다른 동물은 생각지 못한 일을 감행한다겁도 없이 불타는 나뭇가지를 주거지인 동굴로 가져온 것이다. (67)

 

이것을 읽으면서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떠올랐다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가 금지한 불을 프로메테우스가 훔쳐서 사람에게 가져다준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책에서 장 자크 아노의 영화 <불을 찾아서>를 소개하고 있기에영화 리스트에 올려 놓았다. (68)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 한 가지 더 추가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자식을 보여주는 유일한 동물이다자연계의 어떤 동물도 자신의 새끼를 다른 개체에게 보여주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153)

 

욕구와 욕망 사이에서

 

현대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다른 사람이 원해야 한다고 하는 것을 따르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221)

 

앞의 것은 need, 욕구라 하고 뒤의 것은 desire, 욕망이라고 하여 서로 구분되는 것이다,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관계를 맺고 인정을 받기 위해 현대인들은 자신의 욕망을 타자의 욕망에 종속시키고 끝없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유발 하라리도 말을 보탰다.

상상의 질서가 우리의 욕망의 형태를 결정한다. (222)

 

욕망에 관련하여 빅 데이터의 역할은?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욕망을 빅 데이터는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한다. (239)

 

석유 사용에 공헌한 처칠

 

처칠은 석탄 대신에 석유를 사용하기로 결정해서 독일을 이길 수 있었다. (223)

 

처칠은 반대를 무릅쓰고 영국 해군의 전함에 석탄 대신 석유를 싣기로 결정한다.

그래서 석탄을 주 연료로 하는 독일 전함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석유는 새로운 에너지 원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인류세(The Anthropocene)는 왜 인류세인가?

.

그간 다른 책을 읽으면서 인류세라고 인류 역사 단계를 칭하는 것을 들었는데그 정확한 의미를 말해주지 않아궁금했는데이 책에서 그 의미를 알게 된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기후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오늘날 인류가 살아가는 시대는 새로운 지질 구분해야 한다고 지은 이름이다오존 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첸과 미시간 대학교의 유진 스토머가 주장한 것이다.

 

다시이 책은인류는 인류에게 위협적인 존재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바로 인류가 인류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기후 위기그것이 책에만 쓰여있는 게 아니라오늘도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그런 위기가 기후 위기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게 큰 문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날인류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처음으로 깨달았다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실존적 위험을 만들어냈다물리학적 재앙생물학적 실수초지능의 출현자원 고갈기후변화…… 이 모두는 인류를 멸절시키거나 석기시대로 되돌릴 수 있는 위협이다인류가 이런 위험을 피하고 다음 세기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412)

 

저자의 말 중에서 가장 공감하는 게 있다다음과 같은 말이다.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내서 열어볼 때마다 우리의 미래 예측 능력이 얼마나 신통치 않았는지를 실감한다불과 20년 전만 해도 세상이 지금의 모습이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동물을 복제하고유전자 편집 아이를 만들어내고합성 인공 생명체를 만들어 그 안에 주소를 새겨 넣는 세상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22)

 

과연 그것만 그런 것일까?

앞으로의 일을 예상하는 것도 그렇지만과거의 일들을 모르고 지나쳤다는 것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혀 몰랐던 것들이 이제야 보이는 것이다그간 읽어왔던 책 중에 빠졌던 부분들, 인류의 빅 히스토리를 이 책으로 다시 한번 새겨보게 된다놓친 것들이 많구나하는 안타까움도 있고또한 그래서 새롭게 채워나가야 하는 빈틈을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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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 - 사람과 예술, 문화의 연결고리 다리에 관하여
토머스 해리슨 지음, 임상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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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

 

다리는 이 쪽과 저쪽을 연결시키는 길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다리를 통해 사람과 예술문화의 연결고리에 관하여 살펴보고 있다.

 

왜 다리인가?

 

저자의 <들어가는 말>에서 다리가 화두가 되는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다리벽의 공통점(게오르크 지멜의 다리와 문에서)

 

모든 공간을 연결하는 동시에 분리한다. (12)

문은 역동적이며 극적인 장벽을 제시한다안쪽으로그리고 바깥쪽으로의 움직임을 허용한다.

벽은 그렇지 않다.

여닫을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문은 단순하고 획일적인 벽보다 더 강한 폐쇄감을 만들어낸다.

창은 안쪽 공간에서 바깥쪽 공간으로만 열린다다시 말해 한 방향으로만 열린다창은 내다보기 위해서이지 들여다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길은 창이나 문보다 넓은 공간을 더 뚜렷하게 연결한다.

 

그런 문길에서 한 걸음 더 나가면 다리가 있다.

다리의 기능은 무엇일까연결하는 것이다.

 

인간은 두 장소를 분리해 생각하더라도 그것을 상상을 통해 결합한다.

다리는 길과 다르게 공간 분리를 극복할 뿐 아니라물이나 협곡처럼 역동적이고 극적인 자연의 갈라진 틈마저 극복한다.

또한 다리는 실용성을 넘어 개념적미적 효과도 연출한다.

 

이 책에서 살펴보는 다리다리와 관련된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장 신의 위대한 다리 짓기

2장 다리 위에서 살아가기

3장 음악의 다리

4장 다리의 형제와 적들

5장 언어의 다리

6장 교수대로서의 다리

7장 니체의 다리

8장 바다의 다리와 자아

9장 다리-단절

 

다리 하나를 두고 이렇게 다양하게 논의가 이루어질 줄 몰랐다.

그래서 저자의 안내를 따라 이 다리저 다리를 고루 건너볼 수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다리다

 

<더 키드> (88

<퐁뇌프의 연인들> (89)

<걸 온더 브릿지> (89)

<애수> (92)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112

 

<백야>에 등장하는 다리를 살펴보자.

 

루키노 비스콘티가 각색한 도스토옙스키의 <백야>에서는 결합을 손짓하는 동시에 연인을 다호하게 갈라놓는 다리가 등장한다. (93)

 

이 부분은 다시 후반부에 다시 언급이 되는데, 379쪽이다.

 

비스콘티의 이 영화도 코이트너의 <마지막 다리>처럼 실패한 사랑 이야기를 다리에서의 마지막 장면으로 극화한다.

 

무지개와 현악기

 

이 책에서 무지개를 새롭게 만난다.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무지개는 흔히 인간과 신의 영역을 잇는 연결고리로 여겨졌다공기빛으로 이루어진 작은 물방울이 무지개를 만들려면 새가 만드는 것만큼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이 희소함보다 더 주목받는 무지개의 특성은 일시성이다다양한 문화권에서 무지개는 땅과 하늘 사이를 잇는 기적의 연결점을 만든다. (30)

 

무지개에 이어 저자는 헤르메스를 등장시킨다신의 메신저인 헤르메스에서 해석학이란 말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32)

그러니 무지개도 헤르메스도 신과 인간 사이의 다리가 되는 셈이다.

 

무지개를 통해 신의 영역으로 갈 수 있다는 상상은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의 반지>를 통해 널리 펴졌다. (31)

 

이 책에서 현악기의 다리를 만난다.

 

현악기는 서로 다른 두께로 다른 장력을 받도록 펼쳐 놓은 현이 브리지라고 부르는 약간 들어 올린 나무 조각 위에서 진동하며 소리를 낸다손으로 뜯거나 활로 켜거나 또는 쳤을 때 악기는 음을 내고 음들은 조화를 이루어 음악이 된다현악기에서 줄받침이라고 부르는 브리지라는 단어는 작곡에서는 하나의 멜로디주제 또는 음조에서 다른 멜로디주제음조로 전환하며 작품의 주제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효과를 가리키기도 한다. (125)

 

그렇게 현악기에서 나는 소리를 비롯하여 소리를 살펴보게 되는데, 소리의 기능 또한 무엇인가 건네주는 것이다.

 

소리는 우리를 보이지 않는 것과 연결한다.

소리는 다른 네 감각과 다르게 거리를 주목하게 만든다.

소리는 부재하는 것을 가깝게 끌어당긴다. (126-127)

 

이런 것도 적어둘만 하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인들은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공간이 넓고 광활해서 건너기가 거의 불가능한 강으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했다. (47)

 

스틱스 강은 절대적으로 건널 수 없는 경계이다 보니 올림푸스 신들은 엄숙한 맹세를 할 때마다 스틱스 강의 이름을 댈 정도였다. (47)

 

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

 

이 말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다리 위에 있는 니체일단 뭉크의 그림으로 살펴본다.

(이 책에서는 그림이 제시되지 않아인터넷에서 찾아 올려본다니체는 다리 위의 니체를 두 점 그렸는데하나는 1905년도다른 하나는 1906년에 그린 작품이다책에서는 1906년도 작품을 두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니체는 자신이 역사에서 다리라는 사건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자신의 역사적 소명을 다리로 규정한 것이다니체 이후의 사상가들과 예술가들은 니체의 이 성격 규정을 놓치지 않았다. 1906년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그림 프리드리히 니체에서 다리 위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니체의 모습을 형상화한다그의 어깨에서 나온 듯한 파란색 굵은 띠는 마치 날개처럼 펼쳐지고 머리에서는 더 넓은 노란색 띠가 나오는 듯한 모습이다. (291)

 

다리 위에 서 있는 니체는 자신이 또한 다리이기도 하다니체는 자신을 서양사의 중대한 사건으로 본다뭉크는 이런 니체의 시각을 효과적으로 재현한다. (291)

 

니체와 다리를 엮어낸 묵상은 계속된다,

 

이 책에서 다른 부분도 물론이지만특히 니체에 관련된 부분은 읽고 새길 필요가 있다.

저자는 니체의 책에서 시작하여 다른 많은 철학자화가 등과의 접점을 찾아내 보여주고 있다특히 그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새롭게 읽어보게 된 점은 높이 살만하다,

그동안 그 책을 읽으면서도 다리에 연관지어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특히 더 그렇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목적지가 아니라 다리라는 점에 있다.

인간의 사랑스러움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자 추락하는 존재라는 점에 있다. (297)

 

다시이 책은?  (다리 - 사유)

 

저자는 다리와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사유를 다리 - 사유라 이름짓는다.

다리와 연결되어 다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각종 사물과 사건들그런 사유가 계속하여 등장한다철학의 사유가 다리를 둘러싸고 이어지는 것이다.

 

종횡무진으로 이어지는 다리 - 사유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책고급 철학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모든 다리에는 저마다의 드라마가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연결하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였던 다리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

 

다리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정말이지 수많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역사문학예술철학 등 관련된 분야의 폭도 넓다.

 

소리는 우리를 보이지 않는 것과 연결한다.

소리는 다른 네 감각과 다르게 거리를 주목하게 만든다.

소리는 부재하는 것을 가깝게 끌어당긴다. (126-127)

 

위에서 이미 인용한 글이다그 문장에서 소리라는 말 대신에 다리라는 말로 바꿔보면 다리가 어떤 존재인지 보다 확실하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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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 11 : 오디세우스 - 정재승 추천, 뇌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 그리스·로마 신화 11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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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11 <오디세우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열심히 읽고 있다.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되도록 여러 번역본을 찾아 읽으면서 오디세이아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노력중이다.

해서 몇 개의 번역본 읽었는데다음과 같다.

 

오디세이아』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 컬렉션, 190쪽의 축약본이다.

오뒷세이아천병희 역완역본, 570

 

이번에 읽은 이 책은 두 가지 책의 중간 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360쪽에 달한다.

 

그런데 축약본과 완역본모두 문제가 있다.

축약본에는 완역본에 비해 빠진 부분이 많다. 축약본이니 당연한 일이다.

해서 읽고나면 오디세이아의 줄거리는 이해가 되는데오디세이아가 말해주려는 깊은 맛은 맛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러면 완역본은 어떤가완역본을 읽어야 한다그게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먼저 페이지가 570쪽에 달하니 그 분량에 먼저 압도당한다.

그 다음에는 호메로스 특유의 서술 방식으로 서술이 장황하다그래서 읽다가 오디세우스가 방황하는 것처럼 어디를 가고 있는지헤매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그것이 문제다.

또한 오디세이아의 서술 방식이 플래시 백(Flash Back) 형식을 취하는 부분이 많기에 어디를 가고 있는지 헤매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긴다그래서 읽기가 어렵다는 것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 중간의 형태인 이 책은 괜찮다읽기도 편하거니와 오디세이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빠트리지 않았다는 점높이 사줄만 하다.

 

첫째아이기스토스와 오레스테스에 관한 부분.

 

제우스는 아이기스토스가 왜 오레스테스한테 죽임을 당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16)

 

이 부분축약본에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 부분이다또한 완역본을 읽으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부분이 나오니 낯설게 느껴져 새삼 그 부분의 의미를 새겨보게 된 것이다.

 

인간이 어리석은 이유는 자신의 무모한 행동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것을 잊고서 우리 신들만을 탓하기 때문이다아이기스토스의 예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아가멤논이 전쟁으로 멀리 떠나 있을 때그는 아가멤논의 아내와 왕좌를 빼앗았다그리고 왕이 돌아오자 그를 죽였다. 우리는 헤르메스를 보내 그렇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고왕비인 클리타임네스트라를 돌려주라고 했다그런데 우리 전령이 충고를 하고 있을 때 그는 그것을 듣고 있었던가그렇지 않았다그는 결국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런 제우스의 말이 끝나자 아테나가 말한다.

아이기스토스는 마땅한 벌을 받은 것입니다누구든지 그와 같은 불명예스러운 일을 저지른다면 비슷한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17)

 

이 부분제우스와 아테나가 말한 것처럼 인간의 어리석음을 통박하고 있는 구절인데이게 오디세이아를 일관되게 지탱하는 호메로스의 인간관이기도 하다인간은 어리석어서 신이 아무리 가르쳐주어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그런 교훈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새기게 된 것이다.

 

완역본에서는 다른 데 신경 쓰느라 이 대목을 스쳐 지나갔고축약본에서는 아예 언급이 없었으니 새겨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해서 중간 단계인 이 책으로 오히려 교훈을 잘 새겨볼 수 있었다는 점이 책의 장점 첫 번째이다.

 

다음으로는장황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깔끔하게 다듬어 놓았다.

 

나우시카에게 발견되어 알키노오스 왕의 궁전에 들어가게 된 오디세우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대화가 진행이 된다.

 

그에게 왕비가 묻는다.

묻고 싶은 게 있어요당신은 어디서 왔지요어떻게 우리 섬에 닿았고누가 당신에게 옷을 주었지요당신은 바다 위에서 떠다녔다고 말하지 않았던가요?”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왕비시여신이 저에게 준 고통을 모두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그러나 이곳에 오기까지 제가 겪은 일들은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칼립소 섬에서부터 파이아케스 해변에 벌거벗은 채 내던져졌을 때까지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또한 나우시카가 자신에게 보여준 친절과 지금 입고 있는 옷을 그녀가 주었다는 것도 빼놓지 않고 말했다. (123)

 

완역본에서는 이 장면이?

무려 3페이지에 걸쳐 오디세우스가 그간에 겪었던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그러니까 왕비는 오디세우스로부터 그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이지만 독자들은 이미 들었던 이야기를 또 들어야 만 하는 것이다따라서 이 책에서 편자는 그 부분을 과감하게 몇 마디 말로 줄여버린 것이다그렇게 해도 독자들은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니까.

 

그렇게 줄여놓으면독자들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오디세우스의 행적을 오히려 일목요연하게 요약하고 정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이 책은?

 

혹시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읽다가 그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중도 포기한 독자가 있다면이 책으로 다시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첫째는 오디세이아에서 호메로스가 말하고자 한 것들인생의 교훈을 빼놓지 않고 새길 수가 있다오히려 완역본에서는 놓치기 쉬운 교훈들을 더 잘 새길 수가 있다

 

둘째는 오디세우스의 행적을 오히려 일목요연하게 요약하고 정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수한 어려움을 겪는다그런 어려움을 겨우 겨우 헤쳐나가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그런 어려움을 계속 당하니 어느 부분에서는 당사자는 물론 독자들도 지치게 된다읽다가 고생 더 안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그런 때 살짝 센스있게 적당히 기록하고 넘어가 주니편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으로 그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인생관을 확실하게 정립할 수 있는 서양 고전 중 하나인 오디세이아를 정리하면서 읽을 수 있으니정말 해볼만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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