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표지 2종 중 ‘청록’ 버전)
서은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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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대개의 경우 책을 소개하는 띠지를 살펴보지 않는 편인데이상하게 이 책은 찬찬히 그것부터 살펴보고 싶었다해서 읽어보니 이런 내용이다.

 

조선 시대 대화가들의 작품은 그림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표현의 깊이가 그대로 전달되어 작가의 이상과 철학과 교류하게 된다만화가 서은경이 한국화풍의 위트 넘치는 만화로 조선의 화가와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그림은 화가의 마음을 그린 것이라 믿는 작가는 조선의 명화에서 대화가들의 깊고 진솔하면서도 특별한 마음을 만났다.

 

그림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표현의 깊이가 그대로 전달되어 작가의 이상과 철학과 교류하게 된다는 말에 밑줄을 그었다.

조선 시대 그림은 어쩐지 그랬다무언가 깊이가 있는 듯쉬운 말로 포스가 느껴지는 그림들이었다해서 그 속을 제대로 알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특이하게 조선시대 그림을 그림으로 설명한다같은 그림이로되 두 번째 그림이란 만화다만화로 조선시대 그림을 살펴보는 것이다.

 

조선 시대 누가 그린어떤 그림들일까?

 

정선의 인왕제색도

정약용의 매화병제도

남계우의 화접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강희언의 사인휘호

정선의 청풍계도

김홍도의 좌수도해도

김홍도의 한정품국도

김정희의 세한도

이정의 묵죽도

전기의 귀거래도

천년의 달 만년의 강선비의 이상을 그리다

고사 인물화·산수 인물화

 

정약용의 매화병제도

 

이 부분을 펼치면서 어떤 생각했냐면저자가 다산의 유배부터 이야기할 줄 알았다다산의 인생을 어느 정도 이야기하고 난 다음에 본론을 꺼낼 줄 알았다헌데 그게 아니었다.

여기에 저자의 이야기 솜씨가 드러난다그런 것 모조리 지워버린다여러분다 알지 않습니까다산의 인생 이야기유배당하는 것다 알고 있으니 나는 내 것만 바로 하겠습니다!

그게 이 만화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만화 내용인즉,....

 

다산부인이 보내준 치마를 바라본다.

그리고 자른다.


 

(그 다음에 무엇을 하는지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 다음 장면은 딸 내외가 찾아오는 장면으로 바뀐다.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딸의 손에 무엇인가 쥐어준다.

딸과 사위는 돌아가는 길에 그게 무엇인가 살펴본다.

어머니가 보낸 치마조각 내어 그 위에 그린 그림과 글.

딸은 목이 메어 길가에 주저앉아 울고 만다.

그리고 장면은 바뀌어새가 매화나무에 내려앉고 그 아래 다산의 모습!

 

그리고 이어지는 글로 된 글, <그림속 글씨에 담긴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러면 다른 그림은?

다산 편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남계우의 화접도이다.

 

남계우가 누구지난 잘 모르는데....

그런 걱정 필요없다.

이번에는 장편이다길다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러니까 저자는 무턱대고 자기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독자의 형편을 잘 헤아려 짧게 하기도 하고 길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남계우 편은 무려 15쪽이다다산편은 고작 9쪽인데 거의 배나 되는 그림을 독자를 위해 그린 것이다해서 처음부터 그가 누구인지어떻게 해서 나비와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그려준다.

 

그리고 또 결말은 어떤가?

결말이 더 재미있다환상적이다한 편의 드라마 같다.

현대의 아이 꼬경이가 조선의 선비 남계우를 만나 나비 이야기를 듣고난 다음에 홀연히 남계우는 사라져 버리고 남겨진 건 나비 화첩그러나 그 화첩 열어보니 그림 나비는 어디론가 훨휠 날아가 저기 핀 꽃잎위에 앉아있더라는 이야기!

 

그러니 그림도 좋고 그림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도 일품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아주그림을 아주 맛깔나게 엮어내니 그 다음 편도 기대 아니할 수 없다.

 

안견의 몽유도원도

 

이번에는 아예 등장시키지 않는다. <몽유도원도>를 그린 화가등장시키지 않는다.

대신 만화에서 화자 역할을 하는 두 사람을 그 그림 속으로 들여보내거닐게 한다.

신선한 착상이다. <몽유도원도>는 그렇게 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 그림 위에 아까 편에서 날아간 나비인양글씨가 살포시 그림 위에 앉아있는 게 보인다.

 

설령 거기 꽃가지마다

복숭아 꽃망울 터져 있지 않아도

내 행복한 것은

내 곁에 손잡은

그대 있기에 (78)

 

이런 시가 있다니그 시를 읽는 순간 이미 무릉도원 아닌가!

 

마지막 편은, <고사 인물화와 산수 인물화>.

 

무슨 말인가고사 인물화산수 인물화?

 

고사 인물화란대체로 강호에 은둔했던 중국의 옛 현자를 주인공 삼아 그린 것이고.

산수 인물화란예컨대 이백이 폭포를 바라보는 모습이라든지 또는 강이나 물을 바라보는 선비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다시이 책은?

 

어라끝 마무리 봐라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저자.

차군은 꼬경을 등에 업고 걸어가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그저 무심한 듯 한마디 한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그림 속에서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표현했던 거야.

선비들의 시대는 가고

현대를 사는 우리는

무엇으로 수묵화의 화두를 삼아야 할까?

 

저자의 물음표가 묵직한데,  그건 우리들 독자에게 하는 말이다.

만화가 쉽다고요가볍다고요천만에 이 만화는 천금보다 무겁고 진중하다.

던지는 화두가 무겁다아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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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일주 인문기행 - 이제는 시칠리아다! 역사, 문화, 예술, 신화를 아우르는 멀티플 여행
한상원 지음 / 슬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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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일주 인문기행

 

시칠리아는 내게 오디세이아』 와 에우리피데스로그리고 영화 <말레나>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리스 신화를 공부하면서 만난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표류되어 도착한 몇 군데가 시칠리아 땅이다또한 그리스의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가 특별히 시칠리아와 인연이 있다그의 작품이 이곳 시칠리아에서도 인기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 시칠리아.

전에 강인순의 책 루첼라이 정원의 산책자들에서 시칠리아에 관한 기록을 읽었기에 이 책은 더 반가웠고또한 그 책에서 듣지 못한 여러 이야기들을 더 들을 수 있어좋았다.

 

저자는 시칠리아 여행을 강추하는 이유를 다음 다섯가지를 들고 있다

 

1. 원시시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에 걸친 인류 문화유산을 만나볼 수 있다.

2. 곳곳에 다양한 신화와 전설이 깃들어 있고 역사와 연관된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넘친다.

3.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다.

4.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하는 수준 높은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다.

5. 최고의 와인과 다양하고 환상적인 요리의 본거지이다. (28~33)

 

그런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기록으로 남긴 이 책에서 그간 읽어왔던 그리스 신화에 관련된 많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그리스 신화

시칠리아는 신화의 땅이라 불린다.

 

제우스 에트나 화산 (30, 208)

제우스는 이 책에서는 에트나 화산에 티폰을 가둬둔 사건으로 등장한다.

제우스에게 대들었다가 에트나 화산에 갇힌 티폰이 지금도 가끔 용을 쓰기 때문에 화산분출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오디세이아 : (30)

오디세우스가 귀향길에 만난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가 화가 나서 던진 돌이 섬이 되었다는데 그곳이 카타니아 부근인 어처 트레차 해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 섬이 몇 개 있는대 그 섬들이라는 것이다. (267)

 

아이네이아스 : (98)

시칠리아의 에리체가 아이네이아스와 인연이 있다.

카르타고에서 디도 여왕을 두고 떠나왔는데이탈리아 지역에 도착한 곳이 에리체다.

그는 에리체에서 다시 여정을 시작해 이탈리아 본토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유적들

 

콩코르디아 신전 :

파르테논 신전만 알던 나에게 이런 기록은 무엇보다도 반가웠다.

 

많은 사람이 유네스코의 엠블렘이 파르테논 신전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콩코르디아 신전이 주인공이다그만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균형과 비율이 완벽에 가깝다. (140)

 

더구나 이 신전은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고대 건축물 중 하나다.‘

그 이유는 4세기 경부터 신전 내부에 교회(바실리카)가 있었기 때문인데 거의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

 

그리스 극장 :

시칠리아에 남아있는 그리스 극장은 규모가 다른 곳에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시라쿠사와 타오르미나에 있는 것들이다.

책에 보여주고 있는 타오르미나에 있는 그리스 극장은 지금껏 보아오던 다른 곳의 극장보다 훨씬 크고 보조상태도 좋은 것 같다. (200)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영화

 

<말레나>

<말레나>는 모니카 벨루치가 주연한 영화로 시칠리아에서 촬영했다는 것그래서 이곳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곳은 다음과 같은 곳이다두오모 광장스칼라 데이 쿠르키

 

<대부>는 사보카에서 주로 찍었다. (219)

 

<시네마 천국> (232쪽 이하)는 체팔루에서

 

<그랑 블루> (196역시 시칠리아의 타오르미나에서.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학자들문인들예술가들

 

아르키메데스 :

이런 정보도 의미있다.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에 가면 지렛대를 이용해 지구를 들어올리고 있는 아르키메데스를 그린 작품을 볼 수 있다. (180)

 

베르디 :

저자는 베르디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운명의 힘> (13쪽)

<라트라비아타> (226)

 

괴테 :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기에 시칠리아를 다녀간 기록을 남겼는데그 부분을 자주 소개하고 있다.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시칠리아는 모든 것들의 핵심이다. (192)

 

모파상 : 170

모파상 역시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기록을 남겼다.

 

프리드리히 2세 (258쪽 이하)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시칠리아의 왕이던 프리드리히 2세에 관련된 기록을 만난다.

시오노 나나미의 저서 프리드리히 2를 통하여 그에 대한 기록을 읽은 바가 있는데이렇게 현지(?)에서 만나게 되니 반갑다.

 

역사가들의 평가는 그를 중세 최초의 계몽 군주르네상스의 선도자라도 일컫는다. (260)

 

프리드리히 2세와 관련하여 기록해두어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그가 지은 성이 카스텔 델 몬테 성인데그 성이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을 영화화한 <장미의 이름>에서 도서관으로 등장한다는 것. (260)

 

타 기억에 남기고 싶은 것들

 

바로크의 의미 (161)

일그러진 진주라는 어원처럼 바로크는 파격과 과장비정형과 불규칙 그리고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다그런 점에서 규칙적이고 정형화된 형식을 대표하는 르네상스와 대비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이때눈이 무엇인가를 보기 위한 것이라면 아름다움이야말로 그게 존재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던 미국의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시가 떠올랐다잠시 어지러워서 대성당 외벽 계단에 앉아 눈을 감자 지나온 삶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사라진다. (176)

 

우리는 살면서 형언할 수 없는 풍광이나 최고의 경지에 이른 예술품을 보게 될 때잠시 정신을 잃거나 황홀한 몰입의 경지에 빠지게 된다. ‘눈크 스탄스(Nunc stans) ,‘정지된 지금이야말로 어찌 보면 영원한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장장 2,500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 동안 이 자리에 서서 묵묵히 역사의 부침과 인간들의 부질없는 미몽과 욕심을 지켜봐 왔을 웅장한 돌기둥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시칠리아에 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183) 

 

다시이 책은?

 

이 책으로 시칠리아의 대부분을 알 수 있게 된다 

비록 가보지는 못했지만그리스 신화를 공부하면서 마음으로 가본 곳이어서 저자의 행로를 따라가면서 잠시 시칠리아를 만끽할 수 있었다.

아쉬운 게 있다면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 운명을 건 한판의 승부가 펼쳐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그곳에서 벌어졌는데그에 대한 기록이 현재는 없는지 저자가 언급하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 책에서 콩코르디아 신전의 진가를 알게 된 것만으로 그 안타까움은 말끔히 해소되었다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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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2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eyoh 2024-01-30 20:03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써주셔서,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지적이고 싶다
양원근 지음 / 정민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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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 때까지 지적이고 싶다

 

이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지적이고 싶다에서 지적이란 무엇을 말하며, ‘지적이고 싶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지적이다.

그 말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지식인이 아닌 지성인으로서의 모습을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끝이 없는 앎의 세계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9)

 

그래서 제목에서 생각하는 것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즉 쉬지 않고 죽을 때까지 앎을 추구하는 자세를 가져라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삶을 나 역시 살고 싶다그래서 이런 제목에 혹해서 이 책을 집어든 것이다.

 

또하나 저자가 제시한 개념 하나가 있다. ‘젊은 지성인

이는 헨리 포드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배우기를 멈추는 사람은 스무 살이든 여든 살이든 늙은이다계속해서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은 젊은 마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라는 말. (10)

 

그런 두 가지 말이 아주 마음에 들어이 책 열심히 읽었다.

젊은 지성인으로 살고 싶고, 지적이고 싶어서!

 

저자는 이 책에 지적인 삶과 관련된 글을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하여 싣고 있다.

 

배움의 의미

삶의 지혜

관계의 법칙.

 

이 책은 철학을 논하는 것도 아니고어떤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논하는 것이 아니므로자유롭게 이것 저것 골라서 읽어도 좋다그렇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배움과 지혜그리고 관계의 법칙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배움의 의미

 

괴테의 로마 여행 (21쪽 이하)

괴테는 2년 동안 이탈리아를 다니며 수많은 예술과 자연을 접했고사람들이 사는 방식들을 새로이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여행에 관한 저자의 생각은 Part 1에서 시작되어 뒷부분에도 계속 이어진다.

<여행을 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는 글에서 이어지는 생각은 파트 2의 <꿀벌을 쫓아 꽃밭을 거닐 운명은 누가 만드는가?>에서도 계속된다. (97)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그리고 무엇을 아는지를 공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27)

 

그리고 이어지는 니체에 대한 성찰새겨두고 싶은 부분이다.

 

나는 이것이 시작이라고 했지만니체가 자서전에서 나는 어떻게 오늘의 내가 되었는가?’라고 한 것처럼 나의 생각이 어디서부터 왔고 그 생각이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고 오늘의 나를 만들었는지를 아는 것은 이 공부의 전부일지도 모른다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고모르는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 나아가는 과정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27)

 

소크라테스의 패러독스 :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46)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 경계한다.

안다고 말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한다우리가 안다고 말하는 게 대개는 표면적인 것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삶의 지혜

 

사람은 결국 사람을 통해 배운다. (93)

 

저자는 운영하는 기업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렇게 사람을 만나 일을 하면서 얻게 된 교훈이 바로 사람은 사람을 통해 배운다는 사실이다.

 

등가교환의 법칙 (103)

 

김혜자가 주연으로 나온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그 내용이 길어서 일일이 여기 인용할 수 없지만주요 내용은 이것이다.

 

이 세상은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 돌아가등가교환의 법칙이 무엇인가 하면 (......) 우리가 무엇을 갖고 싶으면 그 가치만큼의 뭔가를 희생해야 한다는 거야. (.......) 이것만 기억해놔등가교환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어. (104)

 

재미있는 저자의 일화가 있다고소공포증을 극복한 이야기다. (130쪽 이하)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창문 커버를 열었을 때 밖에 보이던 하늘의 모습그 모습을 본 순간부터 고소공포증이 날아갔다고 한다. 혹시 독자 중에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어떻게헤서든지 비행기에 올라저자의 방법을 한 번 따라해 볼 일이다혹시 아는가저자처럼 그런 일이 생길지?

 

관계의 법칙.

 

푸코의 발언:

권력은 보이지 않는다느껴지는 것이다. (213)

 

푸코는 권력이 실체가 있거나 누군가가 소유한 것이 아니라관계에 의해 드러나는 작용이라고 말한다.

 

파트 3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나의 정의가 타인을 찌르지 않도록>이다. (225족 이하)

 

관련되는 말나의 옮음이 나를 망친다.

대부분의 싸움을 보면 모두 나의 옳음으로 시작된다.

나의 옳음으로 시작하여 너의 틀림으로 더욱 증폭되고둘은 결별에 이르게 된다.

 

이 말 공감하게 된다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긴 하지만......이라는 단서가 생각 속에 맴돈다.

 

다시이 책은?

 

이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지적이고 싶다에서 나는 싶다에 방점을 찍게 된다.

 

싶다

‘지적이고 싶다

 

그러니 그게 쉽지 않다는 말이다지적이고 싶긴 한데모든 면에서 부족하니 말이다.

그래서 저자의 생각과 글이 부럽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지적이어야 해!’ 라는 당부를 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그나마 대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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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서양 미술사 - 한 장씩 읽고 그리는 서양 미술 히스토리
이케가미 히데히로 지음, 박현지 옮김 / 탐나는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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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서양 미술사

 

그림을 볼 줄 모른다.

그저 앞에 놓인 그림을 노려보듯 응시한 다음눈에 띄는 것 몇 가지 챙겨보는 정도?

그래서 그림을 보면서도우리 말 속담을 떠올리곤 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책을 갈구했었다나에게 그림 보는 것을 가르쳐줄 선생님 같은 책을.

바로 이 책이 그 책이다.

 

이 책은 그림의 의미를 먼저 이렇게 정의한다.

미술 작품은 인류가 지나온 역사를 보기 위한 문이자 그 열쇠가 되어주기도 한다.

거기서 배울 점은 많다. (7)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이제 그 보는 법과 배우는 법을 함께 해보자.

 

따라서 이 책은 그림을 보는 법과 배우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7)

어떻게?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걸 알 수 있다. 

 

1부 서양 미술사를 즐기기 위해

미술사란 무엇인가

 

2부 서양 미술을 더 즐겁게명화 보는 법

그림 읽어 보기

 

3부 서양 미술의 기법’, ‘장르 구분을 배우다

기법 / 4 장르

 

4부 서양 미술의 역사를 배우다

미술의 발자취

 

5부 우의화’, ‘성서화’, ‘신화화에 숨은 암호를 해독하다

알레고리/ 7 성서/8 신화

 

따라서 이 책을 통하여 배우는 것을 단계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서양 미술사를 알기 위한 기본 전제 몇 가지을 알고,

그 다음으로 미술 기법과 장르 구분을 알고

그 다음 서양 미술사를 배우고

우의화’, ‘성서화’, ‘신화화에 숨은 암호를 해독하는 것을 배우면 되는 것이다.

 

그 중 몇 가지기록해 둔다.

 

04 그림을 해독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세 가지 기호 (22-23)

 

아이콘지표상징을 알아두어야 한다.

 

아이콘 원 대상과 형상이 닮은 것

지표 인과관계가 있는 것

상징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 것

예컨대 비둘기 같은 경우다비둘기는 원래 그런 의미는 없었지만거기에 평화라는 의미를 부여해서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부르는 것이다.

 

그림 읽어보기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이 장면은 왜 충격적이었을까? (52-53)

 

17세기 네델란드 화가 페이메이르가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이 그림이 지금 보면야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당시에는 충격적이었다.

왜 그랬을까?

바로 그 전에만 해도 여성 대부분이 글을 읽을 수 없었는데 이 그림이 편지를 읽는 여인을 그렸기 때문이다사회가 변한 것이다이제 세상이 바뀌어 여자들도 글을 읽고 편지를 주고 받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해서 이 그림은 당시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그림인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고해서 이런 사실을 몰랐더라면 이 그림은 평범한 그림에 불과하였겠지만이걸 알고 나니그림이 다르게 보인다그래서 그림을 보는 눈이 열리는 것이다.

 

07 증기속도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를 처음으로 그린 작품 (60-61)

 

영국의 화가 터너가 그린 그림이다<증기속도>

 

기차가 달리는 것은 그릴 수 있겠지만달리는 속도 자체를 그릴 수 있을까?

이 부분을 읽을 때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읽어보니 이해가 된다.

 

실제로는 카메라가 아닌 이상 속도를 그릴 수는 없다.

그러나 터너는 그 속도를 찰나의 순간 이미지로 그려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일련의 흐름에 따른 감동을 이미지화하게 되었다자연히 무엇을 그렸는지 알기 어려웠지만 동시에 이 작품은 속도를 처음 그려낸 그림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60)

 

설명 옆에 있는 그림을 보니물론 흑백으로 되어 있어 그 자체도 흐릿하지만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그게 무엇을 그렸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설명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으며서 살펴보니 그제서야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게 된다그림이 보이는 것이다,

 

우의화’, ‘성서화’, ‘신화화에 숨은 암호를 해독하는 것을 배우면 되는 것이다.

 

성서의 주제를 그림으로 그린 것은 성경의 내용을 알아야만 하고

신화 역시 마찬가지다신화의 내용을 알아야만 그림이 무엇을 그리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신화 관련 그림은 모두 7,

덕분에 신화도 공부할 수 있었다.

 

사투르누스

아들을 삼키고 있는 신이다사투르누스자신의 지위를 빼앗을까봐 두려워 자식을 삼키는 모습끔직한 모습을 그린 것이다.

 

페르세포네의 납치

지하의 신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여 하데스 곧 지하로 끌고가는 장면이다.

 

프로메테우스

제우스가 금지한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가져다준 벌로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아폴론과 다프네

다프네를 좋아하여 쫒아다니는 아폴론그러나 끝까지 도망을 치다가 결국 나무로 변하는 신화 속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다프네의 손과 발이 나뭇가지로 변하는 모습이 아주 사실적이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그 유명한 피그말리온 이야기가 조각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너스의 탄생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그림이다.

비너스의 아리따운 자태가 여실히 드러나는 포즈아름다움과 관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파리스의 심판

토로이 전쟁의 발단이 되는 파리스의 심판파리스에게 주어진 과제누가 가장 예뿐 여신인가그래서 그는 아프로디테 손을 들어주었고 그것은 결국 트로이 전쟁으로 이어진다.

 

다시이 책은?

 

이 책은 그림 읽는 법을 가르쳐준다그림 보는 법은 먼저 그림을 읽어야 하기에 그림 읽는 법이라 한 것이다.

그림 속에 들어있는 것을 찾아내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그것이 파악되면 그림은 갑자기 말을 건네는 글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그림을 읽을 수 있다그리고 볼 수 있게 된다.

 

이론을 익히고 그 실례가 되는 그림을 바로 살펴볼 수 있으니매우 실제적으로 그림 감상도 겸하여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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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잔혹사편 - 벗겼다, 세상이 감춰온 비극의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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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잔혹사편

 

이 책은?

 

이 책 제목이 그 내용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간 드러나지 않은 역사의 이면그 속에 숨어있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 다 드러나고 있다.

 

해서 이 말이 이 책의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빛이 있는 곳에는 항상 그림자가 있듯이 미국인의 프런티어 정신에는 뼈아픈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49)

 

미국의 역사를 설명하는 글 중 한 문장을 발췌한 것이다.

무엇을 말하는가?

바로 미국이 독립 후 영토 확장을 하는 과정에서 죽어간 수많은 인디언의 이야기다.

<벌거벗은 미국 서부 개척사> (48쪽 이하)

 

미국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게 아니다.

원래 거기에는 먼저 정착한 사람들이 있었다이름하여 원주민그리고 생뚱맞게 인디언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모진 수모를 겪어야했던 사람들이다.

 

말이 좋아 서부 개척이지 그들 인디언들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정말 그렇게 뼈아픈 역사가 숨어있다.

그런 일만 있는 게 아니다.

다이아몬드그게 뭐라고 사람 손을 마구 자르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있었다.

그런 역사를 이제야 알게 된다.

<벌거벗은 블러드 다이야몬드편이다. (88쪽 이하)

 

아프리카 서쪽에 있는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다.

시에라리온은 그 나라 역사 자체가 기구하다.

 

영국에 살던 흑인들을 아프리카로 보내 만든 나라다그런데 그 나라가 불행으로 빠져들게 된 것은 그 나라에서 다이야몬드 광산이 발견되고부터다.

 

그런 해괴한 역사를 이제 접하고 읽게 된다물론 전에도 그런 것 조금 알긴했지만그 자세한 내막을 벌거벗겨놓고 읽어보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책 벌거벗은 세계사잔혹사편에는 그런 비참한 역사가 모두 10편이 실려있다.

 

1. 벌거벗은 마녀사냥 …… 유럽을 휩쓴 집단 광기의 진실

2. 벌거벗은 미국 서부 개척사 …… 미국의 영토 확장과 인디언의 눈물

3. 벌거벗은 블러드 다이아몬드 …… 탐욕이 불러온 대살육

4. 벌거벗은 유대인 홀로코스트 …… 독일의 나치 청산 역사

5. 벌거벗은 킬링필드 …… 대륙을 피로 물들인 폴 포트의 진실

6. 벌거벗은 인수 공통 감염병 ……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치명적 바이러스

7. 벌거벗은 이란 히잡 혁명 …… 히잡을 둘러싼 의문사

8. 벌거벗은 체르노빌 원전 폭발 …… 전쟁보다 더 무서운 이야기

9. 벌거벗은 위기의 지구 …… 인류 멸망의 시그널

10. 벌거벗은 미국 총기 사건 …… 미국은 어떻게 총기 지옥이 되었을까?

 

각장의 제목에서 추려본 낱말들인간들의 잔인함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말들이 보인다.

 

광기눈물탐욕대살육치명적의문사전쟁보다 더 무서운.

멸망의 시그널지옥.

 

아니, 이런 말들은 여기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이런 단어들이 우리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다 땅 빼앗기요그걸 위해 벌이는 전쟁으로 채워진 것이니까.

 

이 책의 결론은 무엇일까?

 

<벌거벗은 킬링필드 …… 대륙을 피로 물들인 폴 포트의 진실> (170쪽 이하)

 

세상에 이런 황당한 나라가 있을까?

한 나라를 킬링필드로 만들어버린 캄보디아의 폴 포트그는 정말 미친 사람이 분명하다.

어떻게 꿈꾸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순수한 농민 이외에는 모조리 죽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최우선으로 학살 대상으로 삼은 사람이 지식인이었는데 지식인 감별을 어떻게 했냐면?

안경을 쓴 사람,

손이 하얀 사람,

피부색이 밝은 사람,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

그걸 판별한다고 연필을 쥐어주고 글자를 쓰게 했는데연필을 제대로 쥐기만 해도 지식인으로 분류되어 죽음을 .....

 

그런 나라가 있었다.

 

저자는 이런 역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최악의 지도자 한 명이 불과 4년도 안 되는 기간에 한 나라를 수십 년이나 후퇴시킨 것입니다.

이토록 캄보디아에 크나큰 상처로 남은 킬링필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프고 괴로운 일입니다하지만 우리는 이 참혹안 역사에서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합니다오히려 계속해서 함께 이야기해야 하죠.

국가를 비극으로 몰아간 최악의 지도자는 어느 나라어느 시대에도 있었고앞으로도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이 비극을 함께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205)

 

다시이 책은?

 

역사를 읽는다면서도 설렁설렁 건너뛰면서 읽은 게 어디 한 둘인가?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몰랐던 것아니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 구멍이 여기저기 드러난다.

 

해서 말 그대로 역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역사를 허투루 대하지는 말자는 각오를 한다.

 

위에 적은 글다시 새겨본다역사를 배우는 이유그걸 분명히 해두자.

 

국가를 비극으로 몰아간 최악의 지도자는 어느 나라어느 시대에도 있었고앞으로도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이 비극을 함께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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